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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 모습.
 올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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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일부 학부형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을지도 모른다. 졸업식장에서 "빛나는 졸업장을..."이란 가사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를 듣지 못해서다.

실제 졸업식에서 '졸업식 노래'를 틀지 않은 학교들이 있다. 25일, 최근 졸업식을 연 전국 23개교에 소속된 교사 등에게 '졸업식 노래'를 불렀는지 물었다.

이 학교 가운데 18개교는 '졸업식 노래' 대신 다른 가요를 불렀다. 노래 자체를 부르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 기존의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곳은 5곳이었다.

졸업식 노래를 대체한 가요는 015B가 부른 '이젠 안녕'이 많았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이밖에도 '거위의 꿈',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 한글 개사곡, 정수은이 작사한 '졸업을 축하합니다' 등의 노래가 '졸업식 노래' 대신 불렸다.

졸업식에 '졸업식 노래'가 없는 이유

기존 '졸업식 노래'는 학교에서 가장 오랫동안 불린 의식가 가운데 하나다. 윤석중이 작사하고 정순철이 작곡한 이 노래는 1946년 교육당국이 '졸업식 노래'로 공식 제정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71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함께 부르도록 되어 있다. 4분의 4박자 다장조로 된 이 노래는 슬픈 가락과 가사로 되어 있어 참석자들의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리게 한 학교 의식가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1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2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3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그렇다면 해당 학교들이 '졸업식 노래'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들은 '시대에 맞지 않는 가사'와 '재학생들의 졸업식 참여 어려움' 등을 꼽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가사는 "물려받은 책", "아우들" 등이다. '아우'라는 말은 현재도 남아있긴 하지만 자주 쓰지 않는 말이다. 또 요즘 학생들은 '물려받은 책'이란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교과서를 물려받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학생 동원의 어려움도 이 노래가 사라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경기 지역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아무개 교사는 "일단 정통 졸업노래는 1절 가사 때문에 5학년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노래도 워낙 '올드'해서 감정적으로 아이들의 가슴에 와 닫기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 박 아무개 교사도 "5학년이 아예 참석을 안 하니 당연히 졸업식 노래도 없고 다른 노래도 안 부른다"고 전했다.


태그:#졸업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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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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