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이하 한국 시각)부터 2017년 시즌을 준비하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보통은 3월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3월에 열리는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일정으로 인하여 시범경기 일정이 바뀌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모두 7명(김현수, 류현진, 박병호, 오승환, 최지만, 추신수, 황재균)이다. 음주운전 누적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서 기회가 주어졌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각각 마무리투수와 주전 우익수 자리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입지가 다소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보다 굳건한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내용에 따라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플래툰 좌익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어깨 관절경 수술 및 팔꿈치 괴사조직 제거 수술로 인하여 최근 2년 동안 정규 시즌 1경기 등판에 그쳤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을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김현수나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일단 역할에 관계 없이 로스터 진입은 보장된다. 그러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최지만(뉴욕 양키스),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초청 받은 마이너리그 신분으로서 언제 기회가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단 3월 1일까지 한국인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WBC 참가가 확정된 오승환만 잠시 소속 팀 캠프를 나와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1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서울로 귀국한 것 외에는 나머지 선수들이 올 시즌 개막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름 표기 바꾼 박병호, 빠른 공에 대한 타격도 바뀌었다

지난 시즌 영문 이름 표기를 Byung Ho Park로 썼던 박병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문 이름 표기를 Byungho Park로 바꿨다. 이름 표기만 바꾼 것이 아니라 시속 95마일(152km) 이상으로 들어오는 빠른 공에 대한 약점도 지워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시속 95마일 이상의 공을 박병호가 타격했을 때 그 성적은 20타수 1안타에 그쳤다. 물론 그 1안타가 홈런이긴 했지만 사실상 빠른 공에 대한 대처를 거의 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손목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한 박병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하여 4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단타와 2루타를 각각 시속 93마일(149km)짜리 빠른 공을 공략했으며, 2월 28일에 기록한 시범경기 2번째 홈런은 시속 96마일(154km)의 공을 받아쳐 날린 타구였다.

지난 시즌 마이클 피네다(뉴욕 양키스)의 시속 95.6마일 짜리 빠른 공을 날려 홈런을 만들었던 박병호는 그 이후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 공에 고전하다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손목 통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더 빠른 공에 홈런을 만들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4안타 중 3안타가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나왔다. 0볼 2스트라이크의 위기에서도 장타를 2개나 날리는 등 투수와의 승부에서 위기에 몰렸을 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볼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빠른 공이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아웃을 당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빠른 공에 보다 정확한 타격을 하기 위해 박병호는 타격 폼도 바꿨다. 기존에 비해 왼쪽 다리로 타이밍 잡는 동작이 간결해졌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 손이 최대한 빠르게 히팅 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상체 움직임도 최소화했다. 타격 타이밍을 빠르게 맞출 수 있게 되면서 박병호는 빠르게 들어오는 공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지명 양도(Designed for Assignment) 공시를 거쳐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가 되었지만, 박병호는 다른 초청 선수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3월 1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 샬럿에서 열리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 원정에 따라가지 않고 주전 선수들과 함께 포트 마이어스 캠프장에 남았다.

보통 시범경기에서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데, 캠프장에서 거리가 먼 곳으로 원정을 갈 경우 주전보다는 초청 선수나 후보들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전했고, 3경기에서 타율 0.571에 OPS 2.071로 뜨거운 방망이를 시전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케니 바르가스와의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최종 로스터 진입은 3월 말이 되어야 알 수 있다.

플래툰에서 벗어나 풀 타임으로 도약하기 위한 김현수의 도전

김현수는 지난 시즌 시범경기에서 페이스를 늦게 끌어 올렸다가 경기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팀에서는 김현수와 상의 끝에 마이너리그를 권유하려고 했지만,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며 로스터에 살아남았다.

개막전 주전 좌익수는 시범경기에서 불꽃 방망이를 시전했던 좌투우타 외야수 조이 리카드였다. 김현수는 어쩌다 한 번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고, 그나마 초반에는 9번타자로 겨우 출전했을 정도였다. 리카드가 주춤하던 5월이 되어서야 김현수는 점차 출전 기회가 늘기 시작했다.

한 타석 한 타석이 간절했던 김현수는 경기에 나갈 때마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때마침 리카드가 부상을 당하는 등 외야진에 구멍이 생기면서 김현수는 오른손 선발투수가 등판할 때에 한해서 플래툰으로라도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왼손 투수와 대결해 볼 기회가 없어도 너무 없었던 김현수는 지난 시즌 왼손 투수를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뽑지 못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김현수는 아직까지 왼손 투수를 상대한 적이 없다.

김현수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3경기 8타수 2안타 1타점으로 0.250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포지션 경쟁 선수인 리카드 역시 5경기 7타수 2안타 3볼넷 1도루 2득점을 기록(타율 0.286)하며 김현수와 외야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다만 리카드가 좌익수만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낮다. 베테랑 우익수 세스 스미스와 지명타자를 겸하는 외야 요원 마크 트럼보 등이 시범경기에서 보이는 모습에 따라 오리올스의 외야 자원 활용 방식은 지난 해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입지 확고한 선수들은 컨디션 점검, 오승환은 WBC 참가

오승환과 추신수는 정규 시즌에서의 역할은 정해졌다. 오승환은 시범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주전 마무리 역할을 확정한 상태이며,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허용했지만 오승환도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도 개의치 않는 상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던 트레버 로젠탈은 선발 전환에 도전하며, 마이클 와카와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셋업맨으로 활약한다.

추신수 역시 경쟁보다는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만 지난 시즌 너무 많이 부상을 당했덕 탓에 팀과 지역 언론에서는 현재 외야수인 추신수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외야 요원을 발굴하고, 추신수는 지명타자 활용 빈도를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추신수는 경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외야수로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레인저스 뎁스 차트에 의하면 추신수는 지명타자 1순위 및 우익수 2순위로 분류되어 있으며, 우익수 1순위에는 지난 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노마 마자라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추신수가 건강할 경우 마자라가 백업을 맡거나 외야 백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시범경기에는 1경기만 등판했다. 홈런 2개를 허용하며 3실점하긴 했지만, 몰리나와의 볼 배합에 있어서 정규 시즌에 활용하는 배합이 아니라 구위 점검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입지가 불안하지는 않다.

오승환은 시범경기에 1경기만 등판한 뒤 잠시 스프링 캠프를 떠나 서울에 와 있다. 3월에 열리는 제 4회 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마무리투수를 맡았기 때문이다. 소속 팀 카디널스는 선수들의 WBC 참가를 독려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오승환은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 중 유일한 해외파 선수가 됐다.

건강에는 문제 없는 류현진, 바늘구멍 같은 선발 복귀 경쟁

어깨 관절와순 병변을 치료하고 팔꿈치 괴사 조직을 제거하면서 2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낸 류현진은 올 시즌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들어가기는 2013년 처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게 됐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있는 동안 선발투수를 가장 안정적으로 활용한 시기는 2014년이다. 당시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류현진, 댄 해런(은퇴), 조시 베켓(은퇴) 이렇게 5명의 선발투수가 전반기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에 베켓이 엉덩이 부상으로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으면서 5선발 요원이 대거 보강된 점만 제외하면 완벽한 로테이션이었다.

이후 다저스는 2015년에 류현진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려 16명의 선발투수를 활용했고, 2016년에는 류현진을 포함하여 15명의 선발투수를 활용했다. 그렇게 많은 선발투수를 활용하면서 다저스는 어떻게 정규 시즌은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임팩트가 부족했다.

그리고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은 슬슬 시범경기에 등판하며 몸을 풀고 있다. 다만 류현진의 경우 몸은 건강하지만 무리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아직 시범경기 등판은 없이 불펜 피칭이나 시뮬레이션 피칭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았을 뿐이지, 류현진은 다른 투수들과 나머지 훈련은 모두 똑같이 받고 있다. 류현진은 3월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무리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류현진은 같은 날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시뮬레이션 피칭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운영의 틀을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젊은 왼손 선발투수 훌리오 유리아스다. 다저스는 장차 팀의 간판 투수로 키워낼 유리아스를 보호하기 위해 올 시즌 유리아스를 풀 타임으로 활용하지 않고 이닝을 제한할 계획이다.

보통 젊은 선발투수나 부상에서 회복한 선발투수의 이닝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는 시즌 초부터 선발 기회를 준 뒤 시즌이 끝나 갈 때 즈음 등판 간격을 벌려주면서 시즌을 일찍 끝내주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지난 가을 안타깝게 보트 사고로 세상을 떠난 호세 페르난데스(전 마이애미 말린스) 역시 신인상 시즌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이후 첫 시즌인 지난 시즌에 이러한 방식이 적용됐다.

그러나 다저스는 시즌 초반보다 후반이 더 중요한 팀으로, 유리아스를 포스트 시즌에 활용할 계획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리아스를 개막 선발 로테이션부터 넣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보내게 한 뒤 중반부터 합류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시나리오가 복잡해진다. 커쇼(좌)와 리치 힐(좌), 마에다 겐타(우)까지는 확정되었고, 나머지 자리에 유리아스(좌), 류현진(좌), 브랜든 맥카시(우), 스캇 카즈미어(좌) 등이 경쟁하고 있다. 알렉스 우드(좌), 로스 스트리플링(우), 브록 스튜어트(우) 등의 투수들도 잠재적 선발투수 후보들이다.

이들 중 다저스에서 가장 많은 기록으로 검증된 투수는 류현진이다. 다만 류현진의 건강이 전제되어야 이러한 검증된 기록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류현진이 2일 피칭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몸에도 이상이 없다면, 7일 즈음에 시범경기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가시밭길 같은 경쟁, 최지만과 황재균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를 거친 최지만은 이제 양키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최지만이 양키스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사연은 양키스의 세대 교체 때문이다. 양키스는 지난 해 여름에 계약이 2017년까지 남아있던 베테랑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구단 프런트 자리를 마련해주는 조건으로 은퇴를 권유했으며, 베테랑 1루수 마크 테셰이라도 겨울에 은퇴하는 등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양키스에서 최지만이 넘어야 할 양키스 내야수로는 그렉 버드와 타일러 오스틴 등이 있다. 아직까지 최지만은 주로 경기 후반에 교체 출전하면서 그리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최지만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차별된 점을 키우기 위하여 한때 봉인했던 스위치 타자를 다시 도전하고 있다.

최지만은 본래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 구단인 타코마 레이니어스 마지막 시절인 2015년에도 스위치 타자를 시도했다. 그러다 룰5 드래프트로 에인절스에 지명된 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말에 따라 스위치 타자를 포기하고 왼쪽 타석에만 집중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을 위하여 최지만은 오른쪽 타석의 봉인을 해제하게 됐다.

황재균 역시 최지만과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로 스프링 캠프에 참가했다.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일단 모두에게 뛸 시간을 줄 것이며 시간을 두고 지켜 볼 것임을 선언했다. 황재균은 베테랑 유격수 지미 롤린스와 내야수 애런 힐 그리고 외야수 고든 베컴 등과 함께 25인 로스터 진입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황재균은 시범경기 4경기에 출전하여 7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타율 0.286)을 기록하고 있다. 일단 초반에 홈런을 날리면서 잠재력을 일찍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캠프 초반에 삼진이 3개가 적립되었다는 점이 다소 걸린다.

이번 스프링 캠프는 WBC 일정으로 인하여 시범경기 일정이 다소 길어졌다. 1라운드 경기가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리고 2라운드 경기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다. 3라운드 경기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데, 이 시기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각 라운드 경기가 치러지는 날짜들을 계산하여 시범경기 일정을 길게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범경기 일정이 길어진 것이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는 나쁘지 않다.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은 더 길어졌기에 그 만큼 기회의 시간이 길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메이저리그 개막까지 1달 가량 남은 가운데 각자의 팀에서 벌어지는 경쟁에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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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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