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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동근 PD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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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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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이러다 죽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몇 번 있어요."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배우지망생 이동근. 그는 불의의 사고로 몸 절반에 3도 화상을 입는다. 31번의 수술을 거치며, 손가락 4개를 절단했다. 피부는 구멍 난 곳을 메꿔 놓은 누더기처럼 변해 버렸다. 성대가 망가져 노래할 수 없고 보조 장치가 없이는 말도 못한다. 그렇지만 꿈을 향한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폭발사고로 찾아온 삶의 재앙

 화상 환자와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한 장면. ⓒ 손준수
 화상 환자와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한 장면. ⓒ 손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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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연극이 너무 좋아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연기를 배운 청년 이동근. 그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지 마비가 되면서 학업을 접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5년간 병상을 지키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는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포기했던 연극에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배우지망생 이동근의 도전은 치열했다. 1년 동안 연극 200편을 보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멘토 10명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뜻이 맞았던 20대 연극인들과 함께 <이십할 페스티벌>이라는 연극제를 기획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극본을 쓰고 연기도 한 축제를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여세를 몰아 두 번째 연극제를 준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연히 들른 한 사무실에서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으면서 생사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화상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는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꿈 많았던 청년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졌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다 타버린 손에 스마트폰 터치펜을 묶고 "내가 다시 살게 된다면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유언처럼 SNS에 글을 남겼다. 고통스러운 재활과정을 거치며 상태가 호전되던 중에 그의 소원을 이룰 기회가 찾아왔다. 함께 연극제를 기획했던 동생이 찾아와 연극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전처럼 무대에 서서 연기와 노래는 할 수 없지만,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기획자 역할은 할 수 있었다. 기적적으로 상처가 회복되면서 퇴원을 한 그는 프로듀서로서 연극과 토크콘서트 등 10편의 공연을 기획해왔다.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한 장면. ⓒ 손준수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한 장면. ⓒ 손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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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꿈꾸면 안 되는 건가요?"

이동근 PD는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 사고 당시 목에 관을 삽입했다. 목에 달린 튜브를 막아야 목소리가 나온다. 그에게는 아직도 수술이 몇 번 더 남아 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목에 있는 보조 장치를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렇게 해서 좋은 연극을 만든다는 꿈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름다움이란 기준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기준 중에 하나의 영역을 담당하고 싶다"며, "그 아름다움의 크기가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절대로 작지 않다는 걸 연극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그의 삶을 담은 연극 <주먹쥐고 치삼>

 취재를 마친 후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손준수
 취재를 마친 후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손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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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주먹쥐고 치삼>은 이동근 PD의 자전적인 삶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문치삼은 뮤지컬이 좋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연기를 배우려 가출을 한다. 소방관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소식을 병원에서 접한다. 아버지는 큰 슬픔에 잠긴다. 아들 치삼은 회복 후 퇴원하면서 사고 보험금을 들고 뮤지컬을 연출하기 위해 떠난다. 이후 연극은 화상 환자 치삼이 뮤지컬을 연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와 소방관의 삶을 다뤘다. 화상으로 주먹을 쥘 수 없었던 치삼이 주먹을 쥐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동근 PD는 이번 연극을 연출하면서 "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고 직접 글도 쓰다 보니, 자기 미화라는 덫에 걸려 어느 순간 나를 너무 예쁘게 만들었다"며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 차이를 어떻게 메울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소방관들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담은 내용을 제작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편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작품들을 더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극 <주먹쥐고 치삼>은 서울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오는 2월 28일까지 계속되며, 공연의 일부 수익금은 소방관 처우 개선과 소아화상환자들의 치료비로 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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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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