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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소방대원협회 정치활동위원회 로고 [사진출처 댈러스 소방대원협회]
 댈러스 소방대원협회 정치활동위원회 로고 [사진출처 댈러스 소방대원협회]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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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방대원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Fighters)는 30만 명 이상의 소방대원(구급대원 포함)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방관 권익보호단체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캐나다에도 지부 사무실이 설치되어 있다.

협회 내에는 'FIREPAC(Fire Political Action Committee)'이라고 불리는 연방 정치활동위원회가 있다.

주 임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소방관의 권익보호를 위한 각종 안건들을 가지고 의회 의원들을 만나 깊이 있게 논의해 정치인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요청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후원금을 모금해 소방관에게 관심이 많은 경선 후보자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후원하는 일이다. 소위 소방관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인들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소방관을 위한 정치인이 만들어지면 선출된 자들은 입법 활동을 통해 다시 미국소방대원협회를 지원하는 구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동안 통과된 법안만 해도 소방관 암 관련 법안, 심장 관련 법안 등 6개 법안이나 된다.

협회의 연방 정치활동위원회는 미국 내 4천개가 넘는 로비단체 중 상위 25위 안에 드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거기에 협회 소속의 소방관들이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전체인구의 85퍼센트나 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은 상당한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위원회가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경선 후보자들에게 후원한 금액은 총 1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80억 원이나 된다.

협회의 기금을 선거에 사용하는 것은 미 연방법에 의해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후원금은 소방관과 그 가족, 그리고 협회 회원들로부터 순수하게 모금된 것으로만 지원된다.

한편 협회는 선거와 정치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소방관들과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훈련 아카데미(Political Training Academy)'도 매년 운영하고 있다. 선거, 즉 소방관 권익보호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소방대원협회가 '정치훈련 아카데미'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IAFF Local 2661]
 미국소방대원협회가 '정치훈련 아카데미'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IAFF Local 2661]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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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대선 후보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소방관 처우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매번 대선 때마다 벌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소방관 처우개선은 어김없이 이런저런 일들에 밀려나기 일쑤다.

이기기 위한 선거를 위해 다소 무리한 공약을 한 것도 문제지만, 미국처럼 소방관의 권익보호를 위해 준비된 기구와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도 소방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공식적인 채널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방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도 요구된다.

이런 통로를 통해 소방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될 수 있다.

매번 대선 때마다 속을 걸 뻔히 알면서도 특별한 대안이 없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일도 이젠 멈출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소방인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소방을 지지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보다 더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태그:#미국소방대원협회, #정치활동위원회,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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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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