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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점에 가면 가끔 음식점 벽을 쳐다봅니다. 벽면에는 메뉴판이 있지만, 여러 선전물들로 흥미를 끕니다. 어쩌다 방송을 탄 음식점은 방송출연과 관련된 사진을 액자로 걸어 유명세를 과시합니다. 어떤 집은 찾아온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인들로 도배를 하였습니다. 유명인의 사인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고, 어떻게든 손님들 눈길을 끌어 보려고 애를 씁니다.

피순대가 옛맛의 토종순대이다

며칠 전, 아내와 나는 고양시 일산에 있는 순댓국집에 들렸습니다. 여기 저기 음식점을 기웃거리다 토종피순대를 파는 집이라 찾아갔습니다. 순대국집은 큰 길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찾아간 음식점 벽면에 걸린 국밥집의 예전 모습. 오랜 전통이 있는 음식점임을 자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엔 이런 국밥집이 참 많았습니다.
 찾아간 음식점 벽면에 걸린 국밥집의 예전 모습. 오랜 전통이 있는 음식점임을 자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엔 이런 국밥집이 참 많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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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도 음식점 벽을 쳐다봤습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순대국'이라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였습니다. 초기 장사를 할 당시의 국밥집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국밥집 사진을 보니 간판은 작고, 창문에 새긴 메뉴가 단출해 보입니다. 이곳 국밥집도 시장골목에서 장사를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시장통 국밥집에는 커다란 가마솥을 걸려 있습니다. 가마솥에는 돼지사골을 넣어 푹 고운 국물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채반에 받쳐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며 머리고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순댓국집의 차림표.
 우리가 찾아간 순댓국집의 차림표.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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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간 국밥집은 아주 정갈해 보입니다. 예전 장터에서 본 어수선한 국밥집과는 사뭇 다릅니다. 실내 장식이며 탁자도 현대식으로 깨끗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도 좋을 분위기입니다.

나는 바로 주문을 하였습니다.

"여기, 토종순댓국으로 둘이요!"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내가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더니만 주문을 달리하자고 합니다.

"여보, 순댓국은 하나만 시키고, 피순대 시켜먹으면 안 돼? 저기 벽 사진이 아주 먹음직스럽네!"
"당신, 피순대 좋아?"
"그럼요!"

아내는 지난 날 고향에서 먹어본 피순대 맛을 아는 모양입니다. 피순대가 진짜 토종순대라고하면서 여기 맛은 어떤지 보자고 합니다.

씹히는 맛이 있는 영양식품인 순대

예전 집안에서 큰일을 치를 때 일이 생각납니다. 혼례나 회갑잔치 같은 일이 있으면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습니다. 돼지 잡는 날은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지금이야 위생시설을 갖춘 도축장에서만 도살을 하지만, 70~80년대만 해도 집에서 기른 돼지를 도축하기도 했습니다.

돼지를 잡을 때 다리를 새끼로 꽁꽁 묶어 큰 암반위에 올려놓고, 동네 어르신이 돼지 멱을 따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멱에서 쏟아진 선지를 큰 대야에 받았습니다. 선지는 순대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식재료입니다. 선지, 각종 야채, 고슬고슬한 찰밥을 버무린 뒤 깨끗이 손질한 작은창자와 막창에다 쑤셔 넣고 순대를 만들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 순대를 썰어 먹은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순대국밥집의 밑반찬. 깍두기가 적당히 숙성되고, 겉절이가 맛깔스러웠습니다.
 순대국밥집의 밑반찬. 깍두기가 적당히 숙성되고, 겉절이가 맛깔스러웠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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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밥집은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많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깍두기, 겉절이, 양파와 청양고추가 전부입니다. 식탁에는 새우젓과 들깨가루가 미리 놓여있습니다.

순대국과 밥이 따로 나왔습니다. 뚝배기에 피순대와 돼지고기 머리고기를 비롯하여 내장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국밥에 대파 대신에 부추가 올려졌습니다. 국물이 뽀얗습니다. 주인장은 돼지 사골을 하루하고 반나절을 푹 고아낸 육수라서 진할 것이라고 합니다.

진한 국물의 순댓국밥. 대파 대신에 부추가 들어갔습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들깨가루를 넣어 먹습니다.
 진한 국물의 순댓국밥. 대파 대신에 부추가 들어갔습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들깨가루를 넣어 먹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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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이 진하면서 개운합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돼지고기 잡내가 나지 않아 마음에 듭니다.

"새우젓으로 간은 조금하고, 들깨가루를 좀 넣어봐!"

아내가 시킨 대로 하니 간이 딱 맞습니다. 들깨가루가 들어가 국물을 걸쭉합니다. 맛이 새롭게 살아나는 듯싶습니다.

아내가 주문한 피순대도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피순대입니다. 피순대 색깔부터가 입맛을 당깁니다.

피순대맛이 참 좋았습니다. 낮은 열로 계속 데워 먹었습니다.
 피순대맛이 참 좋았습니다. 낮은 열로 계속 데워 먹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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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순대가 식지 않도록 약한 불 위에 놓입니다. 야채와 찹쌀이 약간 들어간 토종 피순대입니다. 당면은 조금 들어갔습니다.

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어봅니다. 촉촉하고 차지게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당면이 잔뜩 들어간 여느 순대 맛과는 다릅니다. 돼지 잡아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추억의 옛 맛이 느껴집니다.

아내가 주인아주머니를 부릅니다.

"여기요! 혹시 국물 좀 따로 주실 수 있어요?"

추가로 서비스된 국물과 곁들어 먹었습니다.
 추가로 서비스된 국물과 곁들어 먹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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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대파가 들어간 뽀얀 국물에 갖다 줍니다. 순대 한 점을 먹고, 국물을 한입을 먹으니 목 넘김이 좋습니다.

퇴근길 출출할 때, 순댓집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여럿이 어울려 소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전날 과음으로 속이 쓰릴 때는 해장국으로 속을 달래기도 하였습니다.

각종 야채에다 육류가 혼합된 영양식품 순대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입니다. 피순대에는 아련한 추억의 옛 맛이 있습니다.


태그:#순댓국, #피순대, #순대국밥, #회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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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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