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시민공청회

지난 20일 열린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시민공청회 ⓒ 부산영화제


"'부산영화제를 지키기 위한 시민문화연대'를 해체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대신 이제는 '부산영화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민문화연대'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지난 20일 부산영화제 시민공청회에 참석했던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의 푸념이다. 술자리에서 반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부연했으나 부산영화제 사태를 보는 답답함이 담겨 있었다.

참석자들의 전언과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20일 부산영화제 공청회에서는 여러 가지 제안들도 있었으나 현재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지역 인사들은 발전기획단과 영화연구소 설립 등 조직 개편, 정관에 대한 문제제기, 행사 공간 확장 등에 대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에서 드러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정치적 탄압 문제도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일부 지역 인사들은 김동호 이사장이 국정농단 주역 중 한 명인 차은택이 문화융성위원으로 있던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것에 대해 지적했다. 또 정치적 탄압의 실질적 피해자인 이용관 전임 집행위원장에 대한 명예회복 방안 등을 물었다.

김동호 이사장 "이용관 명예회복 방법이 없다"

그런데 부산영화제 측의 태도가 영화계의 요구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김동호 이사장의 태도에 대해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날 김 이사장의 발언은 이랬다.

그는 정관 개정 문제에 대해 "정관개정 내용을 사전에 설명했고 9개 단체가 동의했다. 그런데 막상 정관개정을 하니 4개 단체가 반대했고, 명예회복과 시장 사과는 뒤에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전임 위원장 명예회복에 대해서도 "현재 상태에서 방안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겠다"면서 "최선을 다해서 시켜드리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방법은 뭐가 있냐?"며 질문자들에게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보라고 요구했다.

최근 명예집행위원장 건도 "영화계가 요구해서 우리도 좋다고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야기가 됐는데, 신문에 나오니 번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로서는 현재 방법이 없다. 강수연 위원장을 내보내고 이용관 위원장을 다시 모셔야겠냐"고 반문했다.

문화융성위원장을 맡았던 것에 대해서는 "조기에 그만뒀다"면서 <다이빙벨> 상영을 막아달라는 정부의 부탁을 거절했고, 부산시장의 요구도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사장 취임 후 부산시에 고소 고발된 영화제 관계자들을 직위해제한 것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을 맞이하고 있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을 맞이하고 있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 성하훈


김동호 이사장 발언에 쏟아진 비판들

그러나 김 이사장의 해명은 면피성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화계의 한 인사는 "문화융성위원장 조기 사퇴했다고 하시는데,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015년 8월 울주산악영화제 프레 페스티벌 개막 축하연에서 사회자가 문화융성위원장으로 소개하자 "이제는 문화융성위원장이 아니라며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임기가 끝나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융성위원회 논란에 대한 김 이사장의 입장은 "책임질 만한 일을 한 적이 없고, 도리어 피해를 입었다"로 요약된다.

정관개정 문제의 경우도 처음에는 2016년 영화제가 끝난 후에 하겠다는 것이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합의였으나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자 김 이사장이 지난해 영화제 개최 전 개정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었다. 정관개정의 핵심은 이사회 등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김 이사장은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 결과 부산시와 동수 추천에 의한 구성으로 결정됐다. 정관개정으로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영화제측 입장이지만, 구조적 제도적 독립성 확보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보이콧을 결정한 영화인들의 시선이다.

명예집행위원장 제안에 대해서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한 강연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영화인들을 만나 내게 그런 제안을 했는데도 답이 없다고 말하셨다는데, 나는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이사장님의 본심은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김 이사장이 불쾌해서 그랬겠지만 말이 거의 겁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정도였다"며 "할 만큼 다 했다는데 뭘 더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식이던데, 무책임한 태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영화제도 가해자, 피해자 코스프레 안 돼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 부산국제영화제


일부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하셨으니 김 이사장이 이제 내려오시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된 정관에 따라 이사장 임기는 4년이다.

영화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보이콧을 풀 수 있는 출구전략이 필요한데 부산영화제의 태도를 보면 답답하다"며 "이런 상태라면 올해도 보이콧이 풀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을 지낸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지난 1월 말, "부산영화제는 피해당사자인 이용관의 명예를 회복시킬 책임이 있다. 탄압과정에서 이용관을 방기하고 어설픈 화해와 합의로 이용관의 명예를 훼손한 가해자로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집행부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통한 개혁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영화제 시민공청회 김동호 강수연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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