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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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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선 '이재용 걱정'이 가장 큰 화두였습니다. 특히 TV조선은 이 부회장 의식주 걱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신통방통>(2/18) 출연진들은 전날 저녁뉴스에서 보도한 '고난의 구치소 생활'을 전하더니 <고성국 라이브 쇼>(2/17)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의 주장인데, 범죄자가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1. TV조선의 단골 아이템, 이재용 구치소 생활 걱정

종편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에 관심이 높습니다.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2/17)에 출연한 손정혜 변호사는 "(일반인들도) 정신적 공황이 올 정도로 굉장히 새로운 환경(구치소)에 적응을 잘 못 하는데, 하물며 300평인 호화저택에 살던 이재용 부회장이 이제는 1.9평, 1.9평이 사실 성인 딱 누우면 조금 움직일 만한 공간도 없는 공간"이라며 이 부회장의 심리를 우려했습니다. 그나마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이 "다행인 것은 열선 깔려 있는 독방, 그리고 제일 큰 독방에 갔고요. 특혜라면 특혜일 수 있는 게 온수를 많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그 독방에 지금 감금이 되어있답니다. 그래서 또. 그런 면에서는 또 좀 마음이 놓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윤슬기 앵커는 "또 반대편에서는 특혜논란이 나올 수 있겠네요"라고 수습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2/18)은 아예 이 부회장의 일과를 시간표로 보여주고, 독방 입체 삽화, 평소 생활과 구치소 생활을 비교하는 수치까지 전했습니다. 대담 내용은 전날 TV조선의 저녁종합뉴스(뉴스판)의 <1.9평 독방 생활… 1400원짜리 '혼밥'>(2/17 http://bit.ly/2lu5lTa)과 똑같습니다. 뉴스에서 채현식 기자는 입체 삽화와 함께 "수감된 6.56 제곱미터, 1.9평 독방엔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그리고 책상 겸 밥상이 있습니다", "992㎡ 넘는 한남동 집과 비교하면 150분의 1 수준", "저택 가격이 40여억 원, 공시지가에 따른 독방 가격은 260만 원으로 1500분의 1에 불과", "이 부회장이 먹는 밥 한 끼에 배당된 예산은 1414원으로 밥과 국을 포함한 서너 가지 반찬이 제공", "밥은 방에서 혼자", "식판과 숟가락은 직접 닦아서 반납" "구치소 수용자들은 보통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8시쯤 잠들지만, 이 부회장은 내일부터 특검에 불려 다니며 밤낮없이 조사를 받게"된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전했습니다.

△ 이재용 부회장의 구치소 일과 시간표와 달라진 일상 비교 <신통방통>(2/18) 화면 갈무리
 △ 이재용 부회장의 구치소 일과 시간표와 달라진 일상 비교 <신통방통>(2/18)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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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신통방통>(2/18)에선 진행자 장원준 씨와 김태현 변호사,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기자를 대신합니다. 말하는 사람만 바뀌었지 내용은 거의 베껴쓰기 수준입니다. 장 씨가 "지금 이 시간에 뭐하고 있을까요"라 질문하자 이 씨는 "2시에 출정" "오전 6시 되면 기상을 합니다. 아무래도 아침식사를", "아침식사를 하면 식판은 개인이 씻어야 됩니다" 등의 답변을 내어놓았습니다.

TV조선은 아예 '서울구치소 24시… '수감자' 이재용의 일상'이란 제목으로 원형 시간표까지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전날 보도에서 사용했던 독방 입체 삽화도 다시 한 번 등장했습니다. 이어 김 씨와 진행자 장 씨는 "300평에서 1.9평이니까 150분의 1보다 더 작은 면적", "시가는 40억에서 260만 원 정도로 줄어든 것", "수의하고 흰색 운동화 3만 6000원", "구치소에서 주는 밥은 한 끼에 1400원 정도 원가" 등 지난밤 보도내용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제작진은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이재용 '구속'… 180도 달라진 일상'이란 표까지 만들었습니다. "콩국수+고기 위주 식사 즐겨", "황태자 패션 195만~495만 원대 최고급 원단 사용" 등의 추가 내용도 덧붙여, '재벌3세'와 '수감자' 생활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구치소 생활은 모든 피의자들이 겪는 일입니다. 이 부회장 역시 고난을 감내하는 '피해자'가 아닌 뇌물 혐의에 의해 구속된 명백한 '피의자'입니다. 오히려 최양오 씨의 말대로 '독방'을 쓰고 온수를 맘껏 쓸 수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특혜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은 법적 절차에 따른 당연한 처분입니다.

TV조선의 이와 같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걱정은 단순히 이 부회장이 이런 고생을 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론 재벌3세의 구치소 생활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통한 시청률 장삿속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 이재용 구속은 이재용에 대한 역차별!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TV조선 <고성국 라이브 쇼>(2/17)에 출연한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의 주장입니다. 류 씨는 "(원칙은)불구속 원칙이 맞습니다. 그래서 제1원칙이요. 도망, 도주의 우려. 그리고 두 번째가 거소지. 주소가 없을 때. 그런데 완벽하게 있죠. 이제 세 번째가 증거인멸. 그 부분은요. 제 생각에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싶을 거예요. (중략) 저라도 숨기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조그마한 것. 콩알 하나라도 내가 숨기고 싶을 건데 증거인멸을 만약에 이유로 해서 다 구속을 한다면요. 우리가 불구속 원칙을 세울 수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요. 이건 꼭 제가 이재용 부회장을 편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에 이번에 역차별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출연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 씨 발언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최 씨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서민들. 정말 힘없는 분들한테 먼저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라며 류 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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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은 구속의 사유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들고 있습니다. 증거인멸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입니다. 이 부회장은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한데다가 기업조직을 동원한 은폐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바로 다음에 있는 제2항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류 씨는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가 된 '증거 인멸'은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에 이번에 역차별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특히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이 부회장 같은 재계 거물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오히려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광철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판례를 찾아보면 일반인들은 상관에게 잘 봐달라는 말과 돈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대가성이 인정됐다. 일반인들은 몇백만 원만 주고받아도 대가성이 인정되고 구속 수사받는다. 왜 우리 법원은 형사소송에서의 불구속 원칙을 힘 있는 사람 앞에서만 충실하게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오히려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대우를 지적했습니다.

류 씨는 "꼭 제가 이재용 부회장을 편들겠다는 것이 아니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류 씨의 주장은 누가 봐도 이재용 부회장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2월 17~18일 TV조선, 채널A, MBN 27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 #TV조선,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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