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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설명회에서 금리유지 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설명회에서 금리유지 배경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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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8개월째 손대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우량 대출자 중심으로 늘었다면서도 저소득층 등 취약 대출자의 부담이 확대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또,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저소득층, 저신용,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채무 부담에 대해 유의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금융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앞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가계부채 중 고신용, 고소득자 비중 65%... 금융자산이 부채 웃돌아"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전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났지만 결론적으로 부채의 분포 상황이라든가 가계의 금융자산, 부채 현황을 감안해볼 때 가계 채무 상환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질적 개선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고 이 총재는 부연했다. 그는 가계부채 가운데 1~3등급 고신용자, 상위 30%의 고소득자의 비중이 65% 내외에 이르고 있고, 금융부채를 갖고 있는 가구 중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이처럼 가계부채를 두고 장황한 설명을 이어나간 이유는 현 상황에선 '큰 문제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유가ㆍ농축산물 등 공급 쪽 요인에 의해 물가는 오르지만 성장률 둔화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저성장, 고물가 기조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 호조, 설비 투자 개선도 예상돼 2%대 중반의 성장세가 크게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대 중반의 성장세와 물가목표 수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4월 위기설은 과장...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낮아"

최근 불거진 '4월 위기설'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총재는 "미 재무부의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교역촉진법의 기준으로 보면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세부 기준을 바꾸면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높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이어 "중국이 지정된다면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나라도 부정적 영향이 클 수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 등 우려를 말하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수출에 대한 환율 영향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원화 강세가 된다면 수출량이 줄겠지만 한국 경제구조 변화로 인해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이 옛날보다는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졌고 수입 중간재 투입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유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확대되는 움직임을 지속했다"며 "국내 경제의 경우 수출이 개선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 등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금통위는 덧붙였다.


태그:#한국은행,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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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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