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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귀염둥이 '뽀뽀'
▲ 애완견 '뽀뽀' 우리 집 귀염둥이 '뽀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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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우연하게 애완견 뽀뽀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누님이 입양한 애완견 뽀뽀는 처음엔 머그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작아서 귀여운 놈이었는데, 입양 사흘도 안 되어 시름시름 앓아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발에 링거를 꼽고 있는 생명체를 보니 측은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누님은 바빴고, 할 수 없이 우리가 며칠 동물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병수발(?)을 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일주일 사이에 정이 들어 빼앗다시피 우리 식구가 되었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태어나기를 약하게 태어난 놈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종합진단을 한 결과 관절이 유난히 약하게 태어났으므로 관절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관절 때문에 많이 고생할 것이라고 했다. 링거를 꼽고 있는 것도 안쓰러운데 수술까지 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적지 않은 수술비는 동물병원의 수입을 위한 처방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기에 그냥 조심하면서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 큰 문제없이 키웠으므로 그냥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다리를 접질렸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한 결과 관절이 약해서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비만'도 포함된다며, 애완견의 비만은 전적으로 주인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아이들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애완견 '뽀뽀'
▲ 산책 아이들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애완견 '뽀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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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고, 이런저런 간식을 챙겨주고, 밥상머리에서 음식 부스러기들을 나눠준 결과였다.

"먹는 걸 얼마나 밝히고, 달라는 애원하는지 그 눈빛을 보면 안 줄 수가 없었어요."

아내의 말에 수의사는, 애를 정말 사랑하고, 오래 건강하게 함께 살고 싶으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마음 약한 우리 부부를 질책했다.

치료비로 들어간, 거금 10만 원도 아까웠지만, 우리가 그동안 애완견 '뽀뽀'를 사랑한다고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반성도 들었기에 독하게 마음 먹고, 마음 아파도 하루에 두 끼만 주면서 체중조절을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 뽀뽀도, 그 귀여운 눈빛을 거부해야 하는 우리 부부도 마음 고생을 좀 하겠지만,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려면 독한 마음을 먹어야만 할 것이다.

막내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 막내의 졸업식 막내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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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뽀뽀'를 나는 우리 집 막내라고 부른다.

뽀뽀의 형은 이번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며칠 전 대학교 입학식을 마쳤다. 둘째 딸은 어제 대학을 졸업했고, 그 어렵다는 취업도 하여 지난 달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다. 순서는 조금 바뀌었지만 첫째는 한 학기만 남았다.

50 중반에 내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험난한 시대에 아이들 셋을 잘 키워낸 나와 아내에게 박수를 보낸다. 거기에 애완견 '뽀뽀'까지 여섯 식구가 풍족하진 않아도 나름나름 기죽지 않고 살아왔으니 박수를 보낼만하지 않은가?

사실, 나는 결혼 초기에 아이들을 주체적이고 책임지는 아이들로 키울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귀에 박히도록 한 말이 "아빠는 너희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만 도와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첫째가 대학에 들어가던 날, "시대가 많이 험해져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아빠가 책임질게"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막내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감에서 해방될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무산되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예측되는 미래는, 딸들이 시집가면 손주들 봐주는 재미로 살 터이고, 그렇게 저렇게 손주들이 어느 정도 커서 자유로울 즈음이면 고희의 나이쯤이 될 것이고, 노년의 삶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다 키우면 '자유인'으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면서 살 것'이라는 꿈이 미뤄진 것은 물론이요, 행복한 노년의 꿈이라는 것도 건강과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건강도 흔들리거니와 경제적인 안정도 가능할지 어떨지 불안불안하다.

아이들에게 기대기는 싫은데, 아이들은 언제 온전히 독립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아이들이 독립한 그때에 노년의 삶을 맞닥뜨리는 아내와 나는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살아왔는데, 미래를 위해 준비해 둔 것이라고는 국민연금 하나인데, 거기에 의지해서 노년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고 지금부터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한다고 한들, 지금부터 준비하여 노년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인지 불안한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난 우리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면서 책임 있게 살아가는 아이들로 자라길 바랐다. 그래서 다른 집 아이들처럼 학원에 보내거나 사교육을 과도하게 시키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제도교육의 폐해 속에서 아이들의 꿈이 일그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았다. 그러나 또한 내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면서, 보통의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꿈으로 알고,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분 현실적이었다.

그것도 존중했기 때문에, 결국 나도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게 사교육에 휘둘리며 제도교육의 폐해를 그대로 우리 아이들이 당하게 하며 살아왔다. 금수저를 물고 있는 집 아이들만큼 해줄 수 있는 능력은 없었으나, 나름나름 '흙수저까지는 아니잖아?'할 정도까지는 해 주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한 것일까?

막내가 대학에 들어간 즈음이 되어서야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그냥 제도교육의 구렁텅이에 방치했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보통의 부모들이 원하는 길을 강요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이것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자본의 사회에서 잘 적응(착취 당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운 것이다.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했다.

내가 더 힘들고, 마음도 아프고, 아이들이 여느 아이들과는 달라서 힘들었다고 할지라도 나는 아이들을 제도교육의 틀 안에서 자라게 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것이 되돌릴 수 없는 뒤늦은 후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리라고 믿는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대식구(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3대가 한 집에 살았으므로 '뽀뽀'까지 8식구가 한 지붕 아래서 살았다)가 한 지붕 아래서 살아온 결과 원만한 인성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원만한 것이라는 것도 이 사회의 기준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자기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옛날 이야기지만, 내가 대학에 다닐 때에만 해도 한 학기 등록금은 60만 원 정도였고, 그것은 한 달 정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 모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게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의 직장생활 10년을 하면서 수입의 20%정도 적금 들면, 이렇게저렇게 둘러붙여 작은 집이라도 하나 마련할 정도는 되었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이 아닌가?

5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한 학기 등록금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많은 스팩을 가지고 있는데도 취업하기가 낙타가 바늘 귀를 들어가는 것보다도 힘들다니,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싶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판 치는 나라, 그럼에도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으므로.

애완견 뽀뽀는 우리 집 귀염둥이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로 인해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우리 집 막내라고 인정하고, 나는 개 아빠가 되었다. 오래오래 같이 건강하게 살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만 한다. 그가 원한다고, 내가 주고 싶다고 다 주는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 그 평범한 삶의 진리를 애완견 '뽀뽀'를 통해서 배운다.



태그:#애완견, #사랑, #자녀교육, #제도교육, #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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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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