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대출 잔액이 이전보다 늘었지만 부실 여신은 상당 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 빚 폭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저축은행들은 복잡한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에스비아이(SBI), 오케이(OK) 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여신은 늘어난 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빌려준 돈 가운데 회수에 문제가 생긴 돈의 비중을 나타낸다. 주로 금융권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결국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은행의 부실 채권 비중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기준 총여신은 4조4612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9501억 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기존 24.06%에서 12.55%로 11.5%포인트 감소했다.

단순히 총여신액이 늘어나 이 비율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고정이하여신 자체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12월 6521억8500만 원에서 작년 9월 5137억1700만 원으로 감소한 것. 부실한 대출이 상당 수준 정리된 모양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안정세...부실 대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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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2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잇돌 대출 운용상황 점검을 위해 서울 NH농협은행 광화문 금융센터를 방문, 한 가입 고객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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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모아저축은행의 총여신은 1조2622억 원으로 799억원 증가했다. 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06%에서 8.44%로 4.62%포인트나 줄었다. 대신저축은행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총여신은 1조308억 원으로 2128억 원 늘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68%에서 8.14%로 대폭 감소했다.

현대·오에스비(OSB)저축은행의 경우 총여신은 3177억 원, 2802억 원 각각 늘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30%에서 4.69%, 5.54%에서 2.22% 등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티(JT)친애·한국투자저축은행의 총여신도 3411억 원, 4688억 원 증가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1%에서 7.58%, 5.6%에서 3.01%로 감소해 안정권에 접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고정이하분류여신이 1008억6800만 원에서 1062억4600만 원으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케이(HK)저축은행은 총여신이 늘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줄었으며 고정이하여신액 자체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1271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33조6000억원(11.7%) 늘었다. 이 가운데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8조2849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5913억 원(33.5%) 급증해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저축은행들은 대출액이 늘어났다는 점만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는데 영업을 잘해서 이런 결과가 나와도 비난의 대상이 되니 마음이 무겁다"며 "저축은행의 대출이 늘었다는 점보다 왜 늘어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잇돌대출 등 중금리 대출 장려...대출액 증가

정부는 서울보증보험과 손잡고 지난해 9월 초 중금리 대환 대출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출시, 저축은행들의 판매를 장려했다. 올해 1월부터는 사잇돌2 대출을 출시하며 신규 취급 저축은행 수를 기존 30곳에서 38곳으로 확대했다.

앞서 정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2월 도입했다. 금융당국이 1금융권인 은행의 대출 심사를 조이면서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대출을 장려한 셈이다. 이는 저축은행 대출 증가의 토대를 마련해 준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단순히 신규 대출이 많이 늘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감소했다면 추후 부실 여신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고정이하여신 자체가 줄었다면 건전성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