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이 들어간다. 한때 할리우드를 쥐고 흔들었던 슈퍼스타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멋있어지는 배우나 감독을 종종 본다.(물론 역으로 나이 들수록 추해지는 이들도 있다) 감독으로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첫 손가락에 꼽고 싶다. 배우라면 단연 올해 쉰두 살인 키에누 리브스다.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신작 <존 윅 - 리로드>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신작 <존 윅 - 리로드>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마침 22일 개봉한 <존 윅 – 리로드>를 봤다. 살짝 기른 머리카락과 텁수룩한 수염으로 덮인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나 그의 액션 연기는 전혀 녹슬지 않아 보인다.

<존 윅 –리로드>는 영화 시작부터 강렬한 액션이 이어진다. 존 윅(키에누 리브스)은 러시아 마피아의 본거지를 향해 쳐들어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스의 조카가 훔쳐간 자신의 차를 찾기 위해서다. 키에누 리브스는 이 모든 장면에서 맨몸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보스는 존 윅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잔뜩 겁에 질려 있다. 그러나 존 윅은 총 대신 보드카 한 잔을 권한다. 그리곤 짧게 한 마디 던진다.

"화해하자."

이후 이어지는 액션신도 볼 만하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자신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장면이다.

존 윅은 먼저 상대의 다리를 쏴 행동을 정지시킨 다음, 머리를 겨냥해 총을 발사한다. 상대를 제압하는 데 드는 실탄은 한 명당 두 발이면 충분하다. 이런 모습은 능숙한 킬러의 면모이기도 하다. 이 대목만 봐도 키에누 리브스가 얼마나 연습에 충실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실제 그는 액션 연기를 위해 실탄 사격 연습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격투신도 볼거리다. 뉴욕 지하철 안에서 옛 동료 코시안과 벌이는 격투신은 가장 큰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둘이 벌이는 숨막히는 접전은 우리 영화 <아저씨> 마지막 장면에서 차태식과 람로완이 벌이는 결투를 떠올리게 한다. 또 마지막 장면에서 여성 킬러 아레스(루비 로즈)와 벌이는 액션도 인상적이다. 

 <존 윅 - 리로드> 포스터

<존 윅 - 리로드>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네오와 모피어스, 14년 만의 재회

영화에서 모처럼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바로 로렌스 피시번이다. 로렌스 피시번은 뉴욕 노숙자들의 보스 '바워리 킹' 역으로 등장해 키에누 리브스와 연기호흡을 맞춘다. 로렌스 피시번과 키에누 리브스는 이미 <매트릭스>에서 각각 모피어스와 네오로 분해 환상의 조합을 이룬 바 있다. 둘이 다시 연기호흡을 맞춘 건 14년 만이다. 그래서인지 뉴욕의 상징인 루즈벨트 다리 아래서 두 배우가 담판을 벌이는 장면은 <매트릭스>의 향수마저 자극한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나,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는 별 볼일 없다. 또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전편을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시종일관 주인공 존 윅과 악당들이 벌이는 난투극만 이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매력적이다. 특히 세계관이 그렇다.

 키에누 리브스는 쉰 두살의 나이에도 거침 없는 액션을 소화해 낸다. <존 윅 - 리로드>만이 갖는 매력이기도 하다.

키에누 리브스는 쉰 두살의 나이에도 거침 없는 액션을 소화해 낸다. <존 윅 - 리로드>만이 갖는 매력이기도 하다.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존 윅은 비밀결사에 속한 암살요원이다. 그리고 '콘티넨탈' 호텔 체인은 암살요원들에게 숙박과 임무 수행에 필요한 무기를 지원한다. 대가는 오로지 금화로만 이뤄지며 무엇보다 콘티넨탈 호텔 안에선 일체의 살인 행위는 금기시된다.

이렇게 지하조직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이 규칙에 따라 암살요원들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다가도, 호텔 바로 가서 술 한 잔 기울이며 흥분을 삭이기도 한다. 탄핵 위기에 몰린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 최소한의 도리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동업자에게 최소한의 도의는 잊지 않는 존 윅의 세계관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이 들어도 녹슬지 않은 키에누 리브스의 액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비록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롱코트로 한껏 멋을 낸 네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텁수룩한 수염과 살짝 기른 머리도 나름 매력 넘친다. 이 영화 <존 윅 – 리로드>는 키에누 리브스의 노익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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