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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아래 갤노트7)의 발화 사고원인이 배터리의 제조 결함으로 결론 난 가운데, 지난해 제품 출시 직전 삼성전자가 삼성SDI 측의 요청에 제품안전과 직결되는 공정상 불량기준을 완화해준 정황이 포착됐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유섭(자유한국당 인천부평갑) 의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기술표준원은 '삼성SDI의 배터리가 배터리 우측 모서리 상단부에서 음극과 양극 기재가 마주하는 부분에서 발화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유섭 "불량기준 완화가 배터리 발화 불러와"

곡률이 과도한 배터리 파우치 모서리 안의 음극이 충전으로 인한 팽창 시 곡면부와 닿아 음극이 눌렸고, 눌린 음극의 절연테이프가 수축돼 노출된 양극과 만나 단락이 발생하고 발화가 일어났는데, 이 원인의 단초가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제품 불량기준 완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유섭 의원은 "중국 ATL사 배터리의 발화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 배터리 내부 양극탭의 큰 용접돌기가 분리막과 절연테이프를 찢은 데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갤노트7의 배터리와 중국ATL사의 배터리 모두 제조과정에서의 불량기준 완화에 따른 결함(모서리곡면, 용접돌기 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국회 산자위 업무보고 때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출한 '삼성전자의 외관검사 강화기준 요청안'에 대한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협의결과
▲ 갤노트7 배터리 외관 기준 국회 산자위 업무보고 때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출한 '삼성전자의 외관검사 강화기준 요청안'에 대한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협의결과
ⓒ 자료제공 자유한국당 정유섭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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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갤노트7 출시 직전이었던 지난해 7월 배터리를 제조한 삼성SDI 측에 제품외관 검사 시 파우치 찍힘과 스크래치, 코너부(모서리부) 눌림 등 10개 항목에 대한 불량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SDI는 갤노트7의 출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삼성전자 측과 협의한 뒤, 요청한 10개 항목 중 2개 항목만 반영했다.

나머지 8개 항목 중 4개 항목은 아예 반영하지 않거나, 다른 4개 항목은 완화해 7월말까지 공급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배터리를 감싸는 알루미늄 파우치의 경우 삼성전자는 제조 시 찍힘이 '1개 이하 깊이 1mm이하'를 합격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삼성SDI는 '2개 이하 깊이 2mm이하'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SDI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찍힘 '2개 이하 깊이 1.5mm이하'로 완화해 줬다.

파우치 눌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5mm이하 너비 1.0mm이하'여야 하고, 상하부는 눌림이 아예 없어야 외관검사를 합격할 수 있게 기준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10mm이하, 너비 1.5mm이하'면 검사를 합격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고, 상하부 눌림도 깊이 2.5mm이하면 합격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7mm이하, 너비 1.5mm이하', 상하부 눌림도 '깊이 2.5mm이하'로 완화해줬다.

"서둘러 조사 마무리... 정부도 비판 면하기 어려워"

특히, 최근 발화부위로 판명 난 배터리 파우치 모서리(코너)부 눌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해당 부위에 눌림이 있을 경우 불량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삼성SDI는 눌림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허용해 줬다.

파우치 모서리부 눌림을 허용함으로써 가뜩이나 협소했던 음극기재와 파우치 간 간격이 더욱 좁아지게 돼 발화가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유섭 의원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얘기로는 일반적인 원하청 관계에서 납품제품에 대한 불량기준을 원청업체가 더 강화했으면 강화했지, 하청업체의 완화요청을 수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며 "스마트폰 제조업계에선 제품특성상 안전과 직결되는 배터리 불량기준을 삼성전자가 완화하고 묵인해준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과 같은 계열사 식구라는 이유로 삼성SDI의 요청을 받아 들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공정불량을 묵인해줌으로써 출시 즉시 발화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미국 소비자 기업평판순위가 7위에서 49위로 급락하게 된 주요원인으로 갤노트7 배터리 발화사고가 지목 됐는데, 제품안전을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출시일에 무리하게 맞추고자 했던 조급증이 이 같은 하락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섭 의원은 "사상초유의 단종 사태를 초래한 배터리 발화사고의 근본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 지은 정부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며 "삼성 또한 형법상 업무상배임죄와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 "갤노트 7 배터리 소손과는 무관한 일"
삼성은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제기된 내용은 배터리 외부 육안 검사에 대한 것으로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소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삼성SDI 요청에 따라 불량 기준을 완화해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차기 모델에 대한 부품 제조사와 상호 협의해 결정하는 통상적 과정"이라며 "갤럭시 노트7 배터리의 규격과 안전성은 지난해 5월 30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인증 받은 데 이어 국가별 순차적 승인도 완료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전자, #갤노트7 발화사고, #삼성SDI, #정유섭, #국가기술표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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