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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3.1운동 발상지로 유명한 동구 창영초등학교 앞에 있는 실감콘텐츠 체험관 '탐'은 지난해 12월 20일 개관식을 했다. '실감콘텐츠'라는 말의 생소함과 '가상현실'이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에 지난 14일 그곳을 찾아갔다.

이진형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문화콘텐츠진흥센터 과장을 만나 '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탐'은 1890년에 태어나 동구 배다리에서 살았던 소년이었다.

신기하고 놀라운 탐의 집

이진형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문화콘텐츠진흥센터 과장
 이진형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문화콘텐츠진흥센터 과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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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 인천, 제물포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우각동에 '탐'이라는 소년이 살았다. 1897년 우각동역 부근에서 열린 '경인철도 기공식'에서 동양의 마법 계승자를 찾고 있던 파란 눈의 외지인이 탐의 존재를 알게 된다.

탐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가 개통된 날인 1899년 9월 18일, 파란 눈을 가진 아저씨로부터 마법책을 선물 받는다. 그 아저씨는 탐에게 '앞으로 배다리 마을에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책 속의 마법으로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마법을 전수해주고, 1905년 자신의 나라인 미국으로 돌아간다.

탐은 지하연구실에서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의 집은 연구하면서 만든 온갖 마법의 결과물들로 가득 찬다. 1906년 폐쇄된 우각동역에서 첫 번째 모험을 시작해 마법 요정 소환에 성공한다. 1907년에는 축현역에서 얻은 단서로 폐쇄된 우각동역에서 구한 증기기관차를 활용한 시간여행 장치를 완성한다. 이어서 한일합병이 되던 1910년, 나라를 잃은 불행으로 힘들어하던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맛있는 요정의 마법을 완성한다.

그러나 1916년 이웃나라에서 온 악당 마법사에 의해 탐의 집은 공격받고, 탐은 마을에 무서운 저주가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100년의 봉인' 마법을 걸고 자신도 사라진다. 100년의 시간이 지난 2016년 겨울, 배다리 마을에 있는 '탐'의 집에 봉인이 해제됐다.

"우리 팀에서 '탐'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체험관은 탐의 출생과 마법사가 되는 과정, 마법사인 탐이 만든 마법장치들이 있습니다. 신기하고도 놀라운 탐의 집에 놀러 오셔서 직접 체험해보세요."

스토리텔링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이 과장의 얘기를 재밌게 듣고 있자니, 직접 체험해보라고 권해 체험관 운영자를 따라갔다.

층마다 다른 탐의 세계
   
 실감콘텐츠 ‘탐’은 지상3층, 지하1층으로 만들어졌다
 실감콘텐츠 ‘탐’은 지상3층, 지하1층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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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진 체험관은 1층에서부터 체험을 시작해야 한다. 층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구성했는데, 층마다 '탐'이라는 단어의 한자가 달랐다. 1층은 '요정 탐'으로 소리 탐(嗿)자를 사용했고, 오감 체험 미디어카페가 있다.

2층은 '배다리 탐'으로 찾을 탐(探)을 사용했으며, 근대 배다리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하는 곳이다. 3층은 '상상 탐' 구역으로 즐길 탐(耽)이며,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3층까지 체험한 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개항장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모험을 하는 '추리 탐'의 생각할 탐(㤾)의 세상과 만날 수 있다.

"1층은 1910년 나라를 빼앗긴 슬픔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키려고 요정을 만들었어요. 그 요정들과 디저트나라를 만들어 오감을 체험하게 할 계획입니다. 아직 카페가 들어오지 않아 완성되지 않았는데 디저트의 맛을 보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콘셉트로 구성했습니다. 지금은 시각과 청각, 촉각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2층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증기기관차에 탑승해 개항기 우각로 마을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이다. 이곳은 3층으로 가기 위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탐이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 탐의 이야기를 보고 그것으로 탐을 알게 된 관람객들은 3층에 탐이 만들어 놓은 마법 장치를 체험하고, 탐이 마법을 연구하던 지하 1층으로 내려가 탐이 마법을 공부하던 개항기의 인천을 오가며 마법의 공부과정을 추리하게 된다.

실감콘텐츠 기술을 만나다
   
 2층 ‘배다리 탐’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 기차를 타야 한다.
 2층 ‘배다리 탐’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 기차를 타야 한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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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마다 30분 정도 체험할 수 있어요. 우리 체험관은 다른 곳과 달리 역사 교육을 할 수 있는 데다 재미와 감성, IT기술까지 접목했습니다. 탐이라는 이름을 짓고 층별로 한자를 달리 사용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영어로 된 탐(TAM)은 The Amusement Media Space의 이니셜을 차용했어요. 해석대로 '즐거움을 창출하는 실감 미디어 체험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과장은 팀을 구성해 몇 개월간 기획회의를 하면서 탐의 스토리를 창조해내고 체험관 이름 등을 지었다. 다른 체험관과 차별화를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곳은 실감 기술을 이용한 실감콘텐츠가 층마다 녹아있었다. 실감 기술이란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인간의 감각기관과 인지능력을 자극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과 감성을 유발하는 기술을 말한다. 또한 실감콘텐츠는 실감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해 기존의 평면적인 콘텐츠와 다르게 입체감과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상호작용 콘텐츠를 일컫는다.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탐 체험관은 기술 네 가지가 적절히 결합돼 있다. 가상현실(VR. 현실세계를 완벽하게 차단해 구축한 가상의 디지털 환경), 증강현실(AR. 현실세계 위에 가상의 디지털 정보를 입혀 구축한 환경, 현실 기반 가상), 증강가상(AV. 가상의 디지털 환경 위에 현실의 정보를 입혀 구축한 환경, 가상 기반 현실), 혼합현실(MR. 현실세계와 가상의 디지털 환경이 혼합돼있는 환경으로 증강현실과 증강가상을 포함한 개념, 현실+가상)이 그것이다.

"실감콘텐츠란 한마디로 실감나는 콘텐츠인 거죠. 가지 않은 곳을 실감 기술을 이용해 간 것처럼 느끼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쥬라기공원에 가지 않았지만 실감 기술로 인지능력을 자극해 다녀온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미래의 콘텐츠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지하1층 추리 ‘탐’에 있는 마법사의 방. 오른쪽 그림을 보고 벽을 터치해 퍼즐을 맞춘다.
 지하1층 추리 ‘탐’에 있는 마법사의 방. 오른쪽 그림을 보고 벽을 터치해 퍼즐을 맞춘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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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관 '탐'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와 동구가 함께 만들었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는 지난해 7월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과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인천테크노파크를 하나로 합쳐 만든 기관이다. 이 과장은 이곳에서 문화콘텐츠를 진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기업을 지원해 육성하고, 산업을 키우는 일입니다. 주로 문화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체험관을 만든 동기도 인천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하는 기업들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데, 적당한 곳이 없어서 추진했습니다."

시비와 국비로 콘텐츠 기업을 지원하고 그들의 기술을 홍보할 수 있는 장소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기로 합의해, 사업이 추진됐다. 이 체험관에는 기업 8개가 참여했다. 인천 기업 7곳과 부천 기업 1곳이다.

"인천에 실감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려고 2008년부터 기업을 지원해왔습니다. 잘하는 기업이 있고, 생각보다 기술이 부족한 기업도 있는데 교육으로 모두 성장시켰습니다. 기업이 있어서 체험관을 설립할 수 있었던 거죠. 우리의 목적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곳이 만들어져서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들도 참여하고 싶으면 인천으로 이전할 수도 있고요.

이 사업이 발전하면서 더 좋은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자연스레 생태계가 조성되겠죠. 시 차원에서도 이런 게 필요했고, 동구의 입장에서도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을 하다 우리와 연결된 거죠. 실감 기술을 이용해 이런 공간을 만든 건 전국 최초입니다. 우리가 시작한 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이걸 발판으로 다른 자치구와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시에서는 체험관을 제공할 자치구를 물색하다 동구를 선정했다. 원도심을 활성화하려는 동구의 요구와 맞아 3년 계약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업 활성화 역할은 시 산하 기관에서 하고 운영비용은 동구가 책임지기로 해,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에 운영을 맡겼다.

'탐'에서는 현재 2차 체험단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1차 체험단 모집 공고가 나간 지 이틀 만에 1004명이 지원해, 2차 모집에는 1015명까지 모집인원을 늘렸다. 3월 1일부터 유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7점 만점에 6점 이상이 나왔어요. 반응이 좋습니다. 주요 이용대상이 10대 전후의 초등학생과 그들의 부모입니다. 층별로 좋아하는 연령대가 달라요. 선호도를 물으면, 1층은 요정들이 나오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이 좋아하고 3층은 어른들도 좋아해요. 2층은 기차를 타고 과거여행을 떠나는 거라 모든 연령대가 좋아합니다."
   
 센터가 사람의 이동을 인식해 스크린에서 반응한다.
 센터가 사람의 이동을 인식해 스크린에서 반응한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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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곳이라는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성인 기준으로 입장료가 2만원이라 비싸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건넸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란 건 동의해요. 하지만 놀이동산에서 타는 것과 비슷한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요. 이곳에는 탈 수 있는 장치가 5개나 됩니다. 대형마트에서 3D기술을 1회 체험하는데 2분에 몇 천원이잖아요. 두 시간을 즐기는 것을 생각한다면 비싸지는 않아요. 체험단 설문조사 결과, 84%가 입장료가 적정하다고 답했어요. 인천시민은 30%, 동구 주민은 70%의 할인혜택이 있습니다."

탐 2와 3을 만들어 시민들한테는 문화체험 기회 제공을, 아이들한테는 교육적이고 IT의 최신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싶다는 이 과장은 "체험관을 경험한 아이들이 커서 이런 기술을 만드는 기업의 대표가 돼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기관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실감콘텐츠, #탐, #이진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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