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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의 한 견본주택관.
 최근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의 한 견본주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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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규제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중도금 대출금리를 올리고, 대출은행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은 제2금융권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높은 금리 부담은 결국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몫이다.

건설사 대출은행 잡기 안간힘... 서울서도 집단대출 거부 사태

최근 건설사들은 집단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대출이란 은행이 아파트 수분양자들에게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개인별로 심사하지 않고,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대신 건설사의 신용도와 분양성 등을 평가해 집단대출을 결정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14일 이전 중도금 1회차 납부가 도래한 123개 사업장 가운데 13곳에서 중도금 조달이 미뤄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1곳, 수도권 5곳, 지방은 7곳이다.

주택협회 조사도 비슷하다. 한국주택협회가 최근 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분양한 52개 사업장 가운데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곳은 모두 37곳으로 조사됐다.

37개 사업장 가운데 3곳은 중도금 대출을 아예 거부당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13개 사업장은 중도금 1차 납부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은행을 찾지 못해 중도금 납부를 미뤄야 할 가능성도 커졌다. 

게다가 최근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대출 거부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최고 인기 분양단지였던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아직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10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태전 2차의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수소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사업부서에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대출은행을 찾아보고 있다"면서 "전방위적으로 대출이 가능한 은행들을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공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LH가 분양한 공공주택 7개 블록 총 6392가구도 중도금 대출은행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은행들의 중도금 대출 심사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잡는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 사업장은 분양계약률이 70%를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사업적 리스크를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들이대면서 중도금 대출 금리만 높일 구상만 하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집단대출 금리 증가세... 어느새 3%대 훌쩍 넘어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귀하신 몸이 되니 금리도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까지 2%대였던 집단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 3.01%로 3%대를 넘어섰다. 12월에는 3.16%로 급등했다.

집단대출 금리는 각 사업장마다 다르게 적용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3% 중반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택협회 자료를 보면 2월 우리, 국민, 하나외환, 신한,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 금리가 2월 기준 3.46~4.13%수준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에 비해 0.26%~0.43%p 높아진 것이다. 시중 은행들은 중도금 대출 금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혹시나 역풍을 맞을까 쉬쉬하는 모습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금리는 사업장 별로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중도금 대출 관리부서도 대출 금리에 대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의열 주택협회 정책실장은 "금융권이 집단 대출 참여를 피하고,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는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의지를 꺾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들도 제1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들은 그동안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제1금융권 집단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국토부 조사에서도 신용등급 A-이상인 건설사 3곳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2곳은 신용등급이 AAA로 최우량 건설사였다. 

실제로 GS건설은 올해 1월 분양한 방배 아트자이도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새마을금고에서 집단대출을 받았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3월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의 중도금대출은행을 찾지 못해, 지역단위농협을 통해 대출금을 조달했다.

은행 대출 못 잡자 저축은행 등 '고금리' 제2금융권으로

이렇게 되면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신바람 났다. 은행권이 중도금 대출을 줄이자, 심사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제2금융권으로 자연스럽게 몰리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몸집이 불어난 것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의 2016년 4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제2금융권(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중도금 대출 포함)은 3분기보다 7조9000억원 늘었다. 2분기(4조9000억)와 3분기(3조7000억) 증가분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총액도 118조7000억원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자 금융위도 올 상반기 제2금융권 70곳에 대한 특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상용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줄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대출 규제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말했다.
2016년 4분기 가계대출 현황 통계. 빨간테두리 안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추이다.
 2016년 4분기 가계대출 현황 통계. 빨간테두리 안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추이다.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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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현상은 실수요자들에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주택협회 자료를 보면 2월 기준 제2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3.88~4.5% 수준이다. 제1금융권보다 0.4%p가량 높다.

분양을 담당하는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더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제2금융권 집단대출은 기본 5%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8%대 금리를 부르는 저축은행도 있다"라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금리는 1%만 높아져도 수요자들의 부담은 급증한다. 단순히 비교하면 중도금대출 총액이 5억원일 경우, 3% 금리를 적용하면 연 1500만원, 매달 125만원의 이자를 내면 된다. 하지만 5%대 금리가 적용되면 연 2500만원, 매달 208만원으로 부담이 급증한다.

은행권이 콧대를 높이면서, 제2금융권으로 집단대출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높은 금리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가구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가계부채 부실을 잡기 위한 대출규제가 오히려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지는 꼴이다.

게다가 실수요자들이 이자부담으로 대거 이탈하면, 대량 미입주 사태는 물론 전체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단대출의 경우 연체율을 따져볼 때 오히려 다른 대출보다 건전성이 좋은 편"이라면서 "집단대출을 계속 옥죌 경우, 이자를 감당 못한 사람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등 주택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집단대출제도를 조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집단대출을 심사할 때, 건설사의 신용등급은 물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신용도를 면밀히 파악해, 금리와 대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은 집단대출을 받는 것보다 개인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여러 조건에서 유리할 수 있다"라면서 "현행 집단대출 제도를 보완해,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이 계약한 사업장은 금리를 더 낮게 책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중도금,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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