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2월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Skyfall`의 공동 작곡가 아델 (오스카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2013년 2월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Skyfall`의 공동 작곡가 아델 (오스카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 Oscar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 할리우드의 2016년을 총정리하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미국 현지시간) 거행된다. 9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작품상, 남녀주연상, 감독상 등이 언론 및 대중들의 큰 관심을 이끌어 왔다.

이에 못잖게 꾸준히 주목을 받은 상 중 하나가 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 부문)>(Academy Award for Best Original Song)이다. 최근 들어선 그 위상이나 주목도가 예전 같진 않지만 숱한 영화 속 명곡, 인기곡들이 그 주인공이 되어 오랜 기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간 이 상을 받은 명곡들과 더불어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지 살펴보자. (기자 주 : 본문 속 연도 표기는 모두 시상식이 열린 해)

후보 및 수상 자격

순전히 해당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창곡+이 곡을 만든 작사/작곡가가 후보자 및 수상자로 선정된다. 단순히 노래만 부른 가수, 또는 연주곡 등은 후보 및 수상 대상이 아니다.

이미 기존에 발표된 노래를 단순히 영화에 삽입했거나 리메이크 곡 또는 샘플링이 사용된 노래 역시 후보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령 <레옹>의 'Shape Of My Heart', 기존 동명 뮤지컬 명곡들을 새롭게 녹음해서 영화에 사용한 <레미제라블> 같은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첫 시상


7회 시상식(1935년 2월)부터 진행되었는데 첫 수상의 영광은 'The Continental'(명량한 이혼녀)을 작사/작곡한 허브 매지슨과 콘 콘라드에게 돌아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린 <미녀와 야수> 사운드트랙. 알란 멘킨(작곡) + 하워드 애쉬먼(작사) 콤비의 대표작 중 하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린 <미녀와 야수> 사운드트랙. 알란 멘킨(작곡) + 하워드 애쉬먼(작사) 콤비의 대표작 중 하나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최다 수상 및 이색 수상자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알란 멘킨, 자니 머서 등 총 4명이 4회 수상으로 가장 많이 이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이밖에 인기 뮤지컬 작사가 팀 라이스(3회), 팝음악계의 명 작곡/작사가들인 버트 바카락, 윌 제닝스, 조르지오 모로더(2회) 같은 인물들이 역대 주제가상 다관왕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가수-영화 감독-배우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970년 영화 <퍼니걸>로 여우주연상을, 1978년 'Evergeren'(스타탄생)으로 주제가상을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 'Theme From Shaft'(샤프트, 1972)의 아이삭 헤이즈는 흑인 최초 이 부문 수상자였으며 'Streets Of Philadelphia'(필라델피아, 1994)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록 뮤지션 첫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은 사후에 이 부문을 2차례나 수상했고 1950-60년대 인기 작곡팀 셔먼 브러더즈, 1950~80년대 유명 작사 콤비 알란 & 마릴린 버그먼 등은 각각 형제, 부부가 공동 수상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아카데미를 넘어 그래미-에미-토니상까지

흔히 미국의 4대 대중 문화/예술상으로 아카데미(영화), 그래미(음악), 에미 (TV), 토니(연극/뮤지컬)상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이 4개의 상을 모두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는 총 12명.
이 가운데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인물은 인기 뮤지컬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의 음악을 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설 리처드 로저스와 <추억 The Way We Were>, 뮤지컬 <코러스 라인>으로 유명한 마빈 햄리쉬 등이다. 특히 이들은 미국 언론 최고 영예인 퓰리처상까지 거머쥐는 등 미국 대중 문화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

 영화 제작 이전에 이미 곡이 발표되어 후보 선정 논란을 일으켰던 'Falling Slowly'가 수록된 <원스> 사운드트랙

영화 제작 이전에 이미 곡이 발표되어 후보 선정 논란을 일으켰던 'Falling Slowly'가 수록된 <원스> 사운드트랙 ⓒ 소니뮤직코리아


후보 선정 논란

아카데미상은 유명세 못잖게 논란도 적잖게 빚어진 바 있다. 주제가 부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후보 선정 자격으로 "해당 음악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고 그 영화에서 최초로 쓰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80회 시상식(2008년)에서 <원스>의 삽입곡 'Falling Slowly'가 후보 지명을 받자 규정 위반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이 노래는 주연 배우 글렌 한사드가 속한 록그룹 프레임즈(2006년)에 의해 이미 발표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후보 선정 위원회는 이 곡은 "2002년부터 영화를 구상하고 작곡을 진행했지만 투자 문제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어 부득이 프레임즈의 음반에 먼저 수록됐던 것이므로 문제 없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한 영화에서 여러 곡이 후보에 오르는 것도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1981년 영화 <페임>에서 총 2곡이 후보 등극한 것이 첫 사례였고 이후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드림걸즈> <마법에 걸린 사랑> 등은 무려 3곡을 한꺼번에 후보에 진입시켰다.

이렇다보니 정작 주제가상에는 달랑 2~3편의 영화만 이름을 올리고 투표가 분산되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이후 "영화 1편당 최대 2곡"까지만 후보 선정이 가능하게 규정을 변경했다.

 명곡 'Over The Rainbow'가 수록된 <오즈의 마법사> 사운드트랙

명곡 'Over The Rainbow'가 수록된 <오즈의 마법사> 사운드트랙 ⓒ 헬로준넷


1930~60년대 : 뮤지컬 영화의 강세

과거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각색하거나 순전히 영화를 위해 제작된 뮤지컬 영화들이 워낙 많아서 주제가 부문 수상곡은 대개 뮤지컬 영화의 차지가 되곤 했다.

'Over The Rainbow'(오즈의 마법사. 1940), 'When You Wish Upon A Star'(피노키오, 1941), 'White Chistmas'(홀리데이 인, 1943), 'Chim Chim Cher-ee'(메리 포핀스, 1965) 등은 이 시기를 빛낸 수상작이면서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한편 1960년대 수상곡 중 'Moon River'(티파니에서 아침을),'Days of Wine and Roses'(술과 장미의 나날),'The Shadow of Your Smile'(고백),'Born Free'(야성의 엘자) 등은 영화에 사용된 원곡보단 앤디 윌리엄스의 리메이크 버전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국내 올드팝 팬들에겐 앤디 윌리엄스가 원곡 가수인 것처럼 잘못 소개되기도 했다.

 스티비 원더의 명곡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가 수록된 영화 <우먼 인 레드> 사운드트랙

스티비 원더의 명곡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가 수록된 영화 <우먼 인 레드> 사운드트랙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1970~80년대 : 빌보드 넘버원 히트곡 시대

1970년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내일을 향해 쏴라)를 시작으로 이후 20년간 주제가상 수상작 중 무려 13회나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인기곡이 상을 차지했다.

사운드트랙 음반의 상업적 가치를 할리우드가 크게 인식하게 되면서 이무렵부터 과거 스코어(연주곡) 중심 음반에서 탈피, 유명 프로듀서 및 작곡가/가수들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 성격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는 그러한 성향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1982년부터 7년 연속 주제가상은 모두 빌보드 1위곡들의 몫이었다.

'Arthur's Theme (Best That You Can Do)'(아서), 'Up Where We Belong'(사관과 신사), 'Flashdance... What a Feeling'(플래쉬댄스),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우먼 인 레드), 'Say You, Say Me'(백야), 'Take My Breath Away'(탑건), '(I've Had) The Time of My Life'(더티 댄싱)

역대 주제가상 후보작의 유명세만 놓고 본다면 제57회 시상식(1985년 3월)이 가장 치열한 경쟁으로 언급될 만하다. 당시 후보에 오른 5곡이 모두 1984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인기곡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아카데미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우먼 인 레드), 'Against All odds'(어게인스트), 'Footloose'(풋루즈), 'Ghostbusters'(고스트 버스터즈), 'Let's Hear It for the Boy(풋루즈)

결국 수상의 영예는 직접 노래/작사/작곡을 도맡은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의 스티비 원더에게 돌아갔다.

1990년대 : 디즈니의 부활

1990년 'Under the Sea'(인어공주)를 시작으로 'Beauty and the Beast'(미녀와 야수), 'A Whole New World'(알라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라이온 킹), 'Colors of the Wind'(포카혼타스) 등 무려 5곡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삽입곡이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2000년 열린 72회 수상곡 'You'll Be in My Heart'(타잔)까지 포함하면 불과 10년 사이  무려 6곡이 상을 휩쓴 셈이다.

 에미넴이 주연, 음악까지 도맡은 <8마일> 사운드트랙. 수록곡 'Lose Yourself'는 힙합 음악 최초로 주제가 부문을 수상했다.

에미넴이 주연, 음악까지 도맡은 <8마일> 사운드트랙. 수록곡 'Lose Yourself'는 힙합 음악 최초로 주제가 부문을 수상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00년대 이후 : 장르 다변화 시대

힙합, 뉴에이지, 제3세계 음악, 다큐 삽입곡, 007 주제곡 등 다양한 장르, 소재의 곡들이 이 부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영화 <8마일>의 'Lose Yourself'는 힙합 음악 최초로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각각 스페인어, 힌두어 노래로 상을 받는 이변을 연출했다.

또한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제작한 <불편한 진실>의 삽입곡 'I Need To Wake Up'(멜리사 에더리지 작사/작곡 및 노래)는 다큐멘터리 영화 수록곡 최초의 주제가 부문 수상작이 되었다. 1970년대 숱한 히트곡을 양산했지만 아카데미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도 <스카이폴> <스펙터>를 통해 뒤늦게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한편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시장 위주로 재편된 음반 시장의 여파로 사운드트랙 음반 및 영화를 위한 신곡 제작이 급격히 줄어들자 주제가상 후보에 고작 3곡 안팎이 선정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심지어 지난 2012년엔 달랑 2곡만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는 민망한 상황마저 벌어지기도 했다. 역시 규정 개칙으로 인해 이제는 5곡 후보작 선정이 의무화되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다관왕 후보작 <라라랜드> 사운드트랙. 'City Of Stars' 등 2곡을 주제가 부문 후보로 올려놨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다관왕 후보작 <라라랜드> 사운드트랙. 'City Of Stars' 등 2곡을 주제가 부문 후보로 올려놨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17년 2월, 영광의 주인공은 누구?

올해도 총 5곡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아카데미 다관왕 경쟁작인 <라라랜드>에선 'City Of Stars', 'Audition' 등 2곡이 지명되었고 이밖에 <트롤>의 'Can't Stop The Feeling', <모아나>의 'How Far I'll Go', 다큐멘터리 영화 <짐 : 제임스 폴리 스토리>의 'The Empty Chair'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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