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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암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할까? 그때 나는 어떤 치료법을 택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밀려든 적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국민 3명 중 1명꼴로 암 환자 판정을 받는 형국이고, 나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암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70%로 올라섰다고 하죠. 그런 수치라면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갈수록 암은 일반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생존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일 같습니다.

과연 내가 암 판정을 받으면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 또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봤습니다. 물론 일반 의사를 통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든가, 아니면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것처럼 '자연생활'로 들어가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든가,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한만청 전(前) 서울대 병원장의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한만청 전(前) 서울대 병원장의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 시그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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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청 전(前) 서울대 병원장의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책에는 후자가 아닌 전자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의사이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현대의학기술을 강조하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권장하는 건 아닙니다. 민간요법, 이른바 '약침요법'이나 '아가리쿠스 버섯' 혹은 '미슬토 요법'과 같은 대체요법들은 정확한 근거 없는 치료법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약침 요법'도 그 중 하나이다. 침으로 암 덩어리를 찔러 녹아 나오게끔 한다는 주장은 언뜻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설혹 침을 찔러 암 덩어리를 녹여 나오게 할 수 있다 해도 감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너무 크다. 더군다나 찔러서 고름을 빼낼 정도의 암 덩어리라면 이미 2기를 넘어서 전이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104쪽)

사실은 그도 1998년에 간에서 발견된 암 덩이를 수술을 통해 잘라냈고, 두 달 만에 폐로 전이가 되어 생존율 5% 미만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는 당시 절개수술 후 화학치료법과 함께 골고루 먹는 식생활, 그리고 분수에 맞는 운동 덕에 지금까지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가 누누이 강조하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암 확정 진단을 받으면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말고, 그 누가 '특효약'을 추천한다 해도 귀가 약해지지 말고, 오직 치료의 주체인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바로 그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둘째로는 좋은 의사, 곧 공부하고 학회에 발표하고 현대 흐름에 대해 연구하는 의사를 선택하여 그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행하도록 조언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의사를 불신하는 데서부터 치료가 더디거나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그 의사를 믿고 자기 치료 과정을 의탁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하죠.

셋째로는 암 치료에 좋은 특효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일반 음식을 '식보(食補)로 여기고 먹으라'는 주문입니다. 소위 항암식품을 가공해 만든 약품이나 보약을 치료제인양 복용할 경우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일이 많다고 하죠. 그저 삼시세끼 신선한 유기농 반찬으로 '균형 있는 식사'를 대하는 것, 이른바 '즐거운 식사'가 최선의 보약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암에 걸렸을 때 즐겨 먹었던 것은 달걀이다. 달걀에는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암 환자가 잘못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그마저 나쁘다고 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달걀을 즐겨 먹었던 것은 달걀처럼 싸고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189쪽)

"암에 걸렸다고 해서 육류를 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물성 지방이 몸에 나쁘다는 것은 암에 걸리기 전의 건강 유지 차원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이미 암에 걸린 사람이 동물성 지방을 먹는다고 해서 암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암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암 환자는 무엇보다도 체력 보강이 중요하므로 가능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거리낌없이 먹는 편이 차라리 현명하다."(328쪽)

넷째로, 지나친 휴식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에 휴식과 생활의 무게를 적당히 배합하도록 조언합니다. 암 환자라 할지라도 그래서 적당한 피로감, 달리 말해 적절한 운동을 통해 피로감을 주면 잠을 청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그로 인해 건강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차원들이 암을 친구처럼 다스려 나갈 네 가지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암에 걸렸을 때 옛날 연인과 데이트를 하듯이, 그 네 가지 방법을 통해 암을 극복해 나가라는 주문입니다. 암에 걸렸을 때 무턱대고 겁을 먹거나 치료를 포기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대체요법에 혹해서 흔들리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수술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로 암을 이겨내도록 권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끝으로 이 책 부록에는 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37가지 베스트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환자나 당뇨환자도 수술을 할 수 있는지, 보신탕을 먹어도 되는지, 말기 암 환자가 여생을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여러 궁금증에 관한 내용들을 답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민간요법과 같은 대체요법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던 터였습니다. 주변에 암에 걸린 친구나 어른들을 보면 왜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는지, 의아했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게 결코 옳은 게 아니라, 수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게 현명한 처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나처럼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 前 서울대 병원장 한만청 박사의 유쾌한 암 치료론, 개정증보판

한만청 지음, 시그니처(2017)


태그:#암 환자 암발생률, #생존률 70%, #대체요법 민간요법, #식보 육류 항암식품, #약침요법 아가리쿠스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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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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