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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경북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아래 발레오)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책임을 물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이 판결이 형사사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21일 금속노조를 변론해 일부 승소를 이끌어낸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 김태욱 변호사는 "회사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인정된 이상, 발레오와 창조컨설팅에 대한 형사사건 재판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진행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노조 파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3일 낮 12시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경남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김태욱 변호사(금속법률원)가 행정지침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3일 낮 12시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경남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김태욱 변호사(금속법률원)가 행정지침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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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폭로'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회사인 '발레오'는 1999년 만도기계 경주공장을 인수해 발레오시스템스를 설립했다. 앞서 노동자들은 1987년 만도기계노조를 설립했고, 이후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로 바꾸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2010년 2월 쟁의행위와 그 해 5~6월 조직형태 변경 과정에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고, 조합원 탈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사는 직장폐쇄를 했고, 기업별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2012년 9월 은수미 전 국회의원이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폭로했는데, 그때 발레오의 노사문제에도 창조컨설팅이 개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속노조는 창조컨설팅과 발레오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 송오섭․박현숙 판사)가 지난 16일, 피고들은 연대하여 1000만원을 금속노조에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배개입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들(창조컨설팅, 발레오)이 공모하여 발레오만도지회의 운영에 지배개입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이는 노동조합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발레오는 2010년 3월 창조컨설팅으로부터 '직장폐쇄를 둘러싼 법적 제문제 검토' 문건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쟁의행위 전략회의' 문건을 제공받았고, 그해 4월 창조컨설팅과 사이에 노사관계와 관련한 제반 사항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고, 창조컨설팅에 매월 보수를 지급하되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된 경우' 성공보수를 따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창조컨설팅이 발레오에 제공한 자문 내용을 보면) 직장폐쇄를 유지하면서 발레오만도지회의 조합원수가 감소하도록 조합원들의 탈퇴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 발레오에 우호적인 대안세력을 만들어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변경함으로써 결국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창조컨설팅은 발레오만도지회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통하여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거나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변경하는 절차 등이 담긴 '쟁의행위 대응 전략회의'라는 문건을 계속 작성하였다"며 "발레오가 직장폐쇄에 돌입할 무렵부터 발레오만도지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창조컨설팅의 자문 하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발레오와 창조컨설팅 사이의 성공보수약정에는, 산별 노조가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경우, 창조컨설팅에 지급할 성공 보수를 1억원에서 2000만원으로 조정․약정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며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발레오는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통해 발레오만도지회를 무력화시킨다는 창조컨설팅의 전략을 인식하고 있었고, 나아가 이에 동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실제로 금속노조에 대한 탈퇴서를 작성하면서 사업장 복귀를 희망했던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별다른 징계가 이루어지지도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회사는 사업장 복귀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고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들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에 찬성하도록 개입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들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고, 발레오만도지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에 따라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로서 이로 인하여 조직형태 변경 결의와 발레오만도지회 와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되었음을 고려할 때,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김태욱 "부당노동행위 혐의 중한 형 선고해야"

발레오와 창조컨설팅은 형사사건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도 받고 있다. 발레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는 재정신청으로 인해 기소가 되어 현재 대구지법 경주지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창조컨설팅 건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5년 6월, 유성기업이나 발레오 등과 관련해 창조컨설팅 대표와 이사를 부당노동행위의 '방조범'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창조컨설팅이 부당노동행위를 회사와 함께 했다기보다 도우면서 '방조'한 것으로 보았다.

김태욱 변호사는 "2010년 발레오 사측은 지속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그런데 검찰과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거듭된 고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했고, 은수미 국회의원실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폭로하자 비로소 수사를 하는 시늉을 하였다"고 했다.

그는 "압수수색도 한참 이후에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계속 불기소, 항고 기각을 남발하다가 대구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을 인용하자 그 부분에 한정하여 비로소 기소를 하였을 뿐"이라 했다.

김 변호사는 "발레오 사측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이번 판결도 2013년에 제기되었는데 2017년에 선고된 것은 재정신청 사건 기록 확보 과정에서 법원의 기록송부촉탁 요청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조건 불응한 데 연유한 바가 크다"고 했다.

그는 "발레오 사측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이상, 현재 경주지원에 계류 중인 재정신청으로 인한 기소 사건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검찰은 창조컨설팅에 대해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추가 기소를 해야 할 것"이라 했다.


태그:#김태욱 변호사, #창조컨설팅, #부당노동행위, #서울중앙지법, #권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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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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