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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꿈을 꾸는 삶이란 바로 '나'로 사는 삶입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자신의 내면적 욕망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 지금 우리에게는 일류비평가나 일류 분석가보다 2류라도 좋으니 1인칭 참여자들이 필요한때 입니다.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로 살다 가겠다는 의지로 뭉친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 우리에게 이것은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감당해야 하는 사명이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 이렇게 욕망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덤빌 것인지 안 덤빌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 핵심이지, 한가하게 가능성 여부나 묻고 분석하는 것은 남의 집 불구경 하는 것과 같이 의미 없는 행위일 뿐입니다.  -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영화 '재심'은 관심이 없었다. 박준영 변호사의 활약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약속' 감독 작품이란 것을 안 후, 기꺼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김태윤 감독이 실화 바탕 영화를 잘 만든다는 기대가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함께 관람한 남편과 평이 갈렸다. 남편은 형사를 악인으로 그릴 필요가 있냐는 의문을 던졌다. 억울한 피해자의 발생원인은 개인의 인성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남편의 시각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극영화다. 비평가나 관객 입장에서 타당한 문제제기지만, 창작자로서 감독의 고뇌도 이해됐다.

이 영화가 건들고자 한 지점은 '불의한 국가(사법) 시스템에 희생된 개인'이다. 창작자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것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안타고니스트는 이야기에 활력을 부여한다. 개인과 시스템의 싸움을 어설프게 건드리느니 깔끔하게 '선악대결'이 낫다.

좀 유치해도 관객들이 명치끝을 갈기고 싶은 '적대자'가 있으면 좀 더 '안전'하다. '안일'과는 다르다. 우아하지 않은 인물 구도지만 관객들은 먹먹해진다. 영화관을 떠날 때 의분에 떨었다면 감독의 의도는 전달된 게 아닐까.

창작자는 능력의 한도를 알아야 한다. '메시지'라는 전략을 위해, 치고 빠지는 전술도 필요하다. '또 하나의 약속'부터 김태윤 감독에게 감탄한 부분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큐와 극영화를 구분하지 못해서, 이것저것 함부로 밀어 넣었다가 죽도 밥도 안됐을 것이다. 흥행에 성공해본 적 있는 감독과 듣보잡 작가의 클라스는 이래서 다르다.

모 방송국에서 진행한 '대선주자 국민면접'이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한 패널은 문재인 후보에게 재벌 해체 계획을 물었고, 문재인 후보는 '재벌 해체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장면을 보며 어떤 이는 민주당의 한계라며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재벌에 끌려 다니는 인상을 주었던 참여정부가 근거가 될 수 있다.

소설을 써본다. 삶의 맥락을 살피건데, 자연인 문재인은 재벌 해체를 주장할 것 같다. 그러나 대선후보 문재인은 다르다. '사람이 먼저인 상식 있는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재벌 역할론'의 임기응변을 취할 수도 있다.

물론 국민들은 이렇게 비판 혹은 비난해도 된다. '사람이 먼저'를 외치면서 어떻게 '재벌 해체'를 추진하지 않는가!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고 억울할 것도 없다. 목표를 향해 달려갈 이가 감내 할 몫이니까.

남편의 옛 상사는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를 뽑으며 이렇게 당당히 말했다고 한다. 모든 후보 공약집을 꼼꼼히 읽어 본 결과, 박근혜 후보 공약이 가장 훌륭하다고.

그랬던 그는 요즘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간다. 박근혜가 그럴 줄 몰랐단다. 박근혜는 '대통령 당선'이란 목적을 이루려고 '거짓말'이란 수단을 썼다. 다수의 유권자는 '거짓말'에 속았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따질 수 있다. 어째서 문재인의 '재벌 해체'는 방편이고, 박근혜의 '헛된 공약'은 '거짓말'이냐고. 현상은 같아 보여도, 판이하다. '태도'가 다르다.

진정(眞情)은 진심이고, 진정(眞正)은 진솔한 속마음을 뜻한다. '옳은 태도'는 진정(眞正)한 진정(眞情)이다. 아직까지는 '참된 마음'이 통한다고 믿고 싶다. 이런 신뢰는 '순진'이 아니다. 박근혜의 '거짓말'을 구별하지 못한 어리숙함이 '순진'이다.

나는 왜, 아직 작가가 되지 못했나?

자의식 과잉의 본인은 전략과 전술을 구분 못하고 아무거나 욱여넣어 매번 창작에 실패한다. 욕망의 방향을 설정했다면 도달할 때까지 매 순간 덤빌지 안 덤빌지를 정해야 한다. 무엇을 고르고 버려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갈 길이 멀다.

덧붙이는 글 | 12년째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없는 자학형 창작자.
실패 원인을 이리 저리 분석하여, 같은 처지의 동지들과 격려 및 위로를 나누고 싶다.



태그:#창작자, #재심, #대선토론,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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