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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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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발하는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3일째 학교에서 집회를 가진 가운데, 이 학교 홍택정 이사장 또한 교장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홍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학교에 나와 곧바로 이사장실로 향했다. 이사장실로 걸어가는 홍 이사장을 향해 기자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고 묻자 홍 이사장은 "학생들 저거 부모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어 "나는 아침에 전교조, 민노총이 버린 쓰레기 다 주웠다"고 말하며 귀찮은 듯 "얘기하기 싫다. 당신들이 판단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해봐"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기자를 향해서는 "기자가 별거야? 초상권 침해해도 돼?"라며 고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홍 이사장은 이사장실로 들어간 후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홍 이사장을 향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며 "당장 밖으로 나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홍 이사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학부모는 "이사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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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택정 문명고 이사장이 21일 오전 학교에 출근했으나 문을 걸어잠근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홍택정 문명고 이사장이 21일 오전 학교에 출근했으나 문을 걸어잠근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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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학부모들은 21일 오전에도 문명고 교장실 앞 복도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와 이사장 및 학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태동 교장은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도 병가를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사장실 앞으로 달려간 학생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 학생은 "만약 교장 말대로 정당한 행위라면 당장 이곳에 나와 대화하거나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원래대로 바뀔 때까지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복 학생은 "어제 오후에 병가를 냈던 교장이 학교에 나와 교직원들에게 자기 할 말만 하고 갔으면서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다"며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상을 받았지만 과연 이런 선생 밑에서 받은 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며 "앞으로는 그런 교장이 주는 상은 받지 않겠다. 제가 가진 신념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재복 학생은 또 "교장은 몇 십년 동안 도덕과 윤리를 가르쳤는데 과연 자신의 행동이 도덕적인지 묻고 싶다"며 "우리와 대화를 하지 않고 특정언론과 인터뷰는 하면서 그렇게까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싶으냐"고 되물었다.

신준혁 학생도 "교장선생님에게 실망하다 못해 분통함을 느낀다"며 "오히려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 자리에서 정의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장과 이사장은 우리들에게 사과하라.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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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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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도 학생들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3학년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A씨는 "국정화 관련 학교는 운영위에서 반대했는데 다시 투표를 해 통과시켰다"며 "이런 식으로 결과가 뻔한 투표를 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학교는 외부 세력에 의해 우리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종 당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교장이 학생과 학부모는 외면하고 특정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연구학교 지정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태동 교장이 전날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가 마치 불온서적인 것처럼 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는 것이 학생의 권리인데 이번 사태로 불이익을 당하게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우리 학생들은 마루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학교 내 이사장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이사장 및 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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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집회에 나온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학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한 학생이 "생활기록부 법대로 하자고 했다고 한다"며 "그 분들이 우리를 보복하겠다는 것은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만약 학교에서 생기부 관련해 불이익을 준다든지 한다면 국정화 교과서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라며 "우리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지켜 줄테니 거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고 위로했다.

한편 문명고는 21일과 22일 양일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교과서를 나눠줄 예정이었지만 21일 오전에만 교실에서 진행하고 22일 일정은 취소했다. 당초 이날 국정 역사교과서도 나눠줄 계획이었으나 교과서가 도착하지 않아 나눠주지 않았다.


태그:#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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