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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노마드 라이프>를 들고 서있는 조창완 기자.
 신작 <노마드 라이프>를 들고 서있는 조창완 기자.
ⓒ 조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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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직업에 얽매여 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불확실한 시대, 세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칭기스칸처럼 다원적이고 열린 사고를 갖고 끊임없이 진화해나가야 합니다."

미디어비평지 기자, 프리랜서 PD, 중국경제전문지 편집장, 여행사 사장, 작가, 공무원, 강사... 평생 한 우물만 파면서 먹고 사는 사람도 많은데 열 손가락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직업을 돌아가며 하는 사람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대표 중국전문기자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노마드' 조창완 기자(48)가 최근 새 책 <노마드 라이프>를 들고 왔다.

책 이름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노마드의 삶', 즉 유목민의 삶이다.

조 기자는 "한 군데 안착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만족하는 게 정착민의 삶이라면, 자신의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노마드의 삶"이라고 노마드를 정의했다.

그가 노마드의 삶을 권유하는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차고 넘친다'.

"공무원이 철밥통이라지만, 인구가 줄어드는데 과연 그 미래가 안정적이기만 할까요."
"4차혁명 시대엔 의사도 1/10밖에 안 남는답니다. 의사만 고집하면 생존할 수 없어요."
"몇 년 후엔 대학도 절반은 없어질걸요. 교수자리에 목매는 사람은 미래가 없죠."

한 마디로 현재가 편하다고 해서 가만히 있다간 '앉아 죽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생각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세상 모든 종교에 문호를 개방했던 칭기스칸처럼 도움이 되는 지식은 뭐든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필요하면 철천지 원수의 생각도 받아들여야 한다.

노마드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책읽고 글쓰기, 책쓰기, SNS소통, 전문능력, 인맥관리, 외국어, 강연 등을 나열한 그는 그중에서도 "책읽는 사람이 결국 리더가 되더라"며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나이 40이 넘어 5년간 지냈던 공직 경험을 통해 공무원들의 폐쇄성을 절감했던 그는 "자신들만의 성에 갇혀 서로 소통, 협업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공무원들도 노마드적 기질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진출을 막는 행정고시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조 기자는 70세가 넘어 자신을 알아주는 주문왕을 만나 재상이 됐다는 강태공의 고사를 전하며 "기회나 새로운 길을 찾는 타이밍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40-50대일 것"이라며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다듬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 조창완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조창완 기자의 신작 <노마드 라이프>의 표지.
 조창완 기자의 신작 <노마드 라이프>의 표지.
ⓒ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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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자유롭게 선택하며 사는 사람들"

- 그간 책을 많이 썼다. 이번엔 어떤 책인가.
"그간 중국 여행정보책자나 중국 사회문화 등 중국과 관련된 책만 써왔는데, 이번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바뀌고 그러한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 그럼 '노마드'란 무슨 뜻인가.
"노마드를 우리말로 하면 '유목민'이란 뜻이고 노마디즘이라고 쓰면 '유목주의'가 된다. 노마드를 한마디로 하면 이 세상이나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 책에서 독자들에게 노마드로 살 것을 권유하고 있다. 왜 노마드로 살아야 한다는 건가.
"제4차 산업혁명,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이 기존 방식으로 살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아무 자원도 없이 지난 수십년간 제조업 바탕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대 중국 수출증가율 둔화에서 보듯 한국도 수출 위주로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개개인이 창의적이고 세계 어디에서도 뛸 수 있는 자질을 갖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한 군데 마음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 잘못됐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물론이다. 그러나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도 언제까지나 안정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전북 무주군 인구가 5만도 안 되는데 공무원은 600명이다. 언제 3만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자체 통합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럼 공무원이라고 해서 안정적이겠나. 그리스 봐라. 공무원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꼭 필요한 정신이 노마디즘이라고 생각한다."

- 노마드란 한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일하는 것인가.
"'잡노마드'란 말이 있다. 한 직업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넘나드는 것이다. 향후에는 직업의 뿌리라는 게 기존처럼 딱 하나로 정착되지 않는다. 심리학자가 프로파일러도 하고 정신안정 쪽도 한다. 사회가 바뀌면 필요 없어지는 게 많다. 가령 의사란 직업도 4차혁명시대엔 1/10으로 줄어들 거란 얘기가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MRI를 읽어내는 인공지능(AI)이 똑똑할까, 아니면 감이나 경험을 통해 읽어내는 게 더 능숙할까. 나는 확연히 AI쪽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사가 '난 죽어도 의사만 한다'고 고집한다면 그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인문학적인 소양을 추가하면 다른 일로도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잃은 조선근로자가 중국으로 가는 걸 비난하는 TV프로그램을 봤는데,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라 세계의 사회나 구조변화에 강요되는 것 아닌가.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 공무원 생활을 해봐서 그런지 공무원 문화에 대한 비판이 많다.(저자는 지난 2010년 중국전문공무원으로 선발돼 5년간 새만금개발청에서 일한 바 있다... 기자 주)
"중국전문가 공모를 통해 전북 새만금경제청에 들어갔다. 그러나 창의적인 일을 하기에는 공무원이 가진 폐쇄성이 너무 크더라. 그들은 공무원은 나라를 지키는 직업이지 창의적으로 일을 벌이는 직업이 아니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창의적인 일을 하려고 들어갔다가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협업이 중요한데, 조직에 갇혀 과끼리는 물론 계끼리도 협업이 잘 안 됐다."

중국 홍군 대장정의 종착지인 옌안 마오쩌둥이 머물던 토굴집 앞에서.
 중국 홍군 대장정의 종착지인 옌안 마오쩌둥이 머물던 토굴집 앞에서.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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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많이 준대서 옮겼더니 IMF로 망해... 무일푼으로 중국행"

-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오늘> 기자를 하다가 어떻게 중국전문가로 변신하게 됐나.
"<미디어오늘>은 95년에 들어가 98년까지 3년만 일했다. 정권이 바뀌고 회사 선배가 여행잡지를 만들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데다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옮겼다. 그러나 잡지는 때마침 IMF사태 와중에 한 번 만들고 망했다. 이런 저런 일을 전전한 다음 노트북과 디카만 들고 아내가 공부하고 있던 중국 텐진에 건너갔다. 운좋게 <중국경제신문>이란 신문사에 들어가 편집국장을 할 수 있었다."

- 그후 중국에서의 여러 가지 직업과 개방직 공무원을 거쳐 지금은 다시 신문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본인이 노마드라고 생각하나.
"노마드도 갑자가 있다고 하면 나는 10갑자 중 7, 8갑자쯤 되는 것 같다. 10갑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문학평론가 고미숙 선배. 이 분은 모든 철학이 노마드로 집약된다. 지금도 '감이당'이라고 하는 지식집단을 만들어서 청년 지식인들이 컨텐츠, 철학을 찾고 그 공간을 남미, 미국, 유럽 등 세계로 넓히고 있다. 교수 임용에 얽매이지 않고 수유너머, 감이당 등을 만들어 수 없이 많은 젊은이들을 구한 거다. 국가가 하는 어떤 프로젝트도 이렇게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 어떤 사상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이 영역, 저 영역을 넘나들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는 분 같다.
"그렇다. 우리나라 수많은 박사들이 학교 안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 얼마나 아웅다웅하고 있나. 석박사는 그렇게 많은데 교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출생률이 낮아져 대학생 숫자가 줄어드니까 교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몇 년 후엔 대학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러니 교수가 되겠다고 목매는 사람들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 노마드는 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책을 몇 권 썼나.
"단행본으로 나온 건 이게 14권째다. 공동저작이 4권 정도 더 있다."

- 책을 의식적으로 많이 내려고 노력하나.
"책 자체로는 크게 수익이 나지 않지만 책이 없으면 강연이 안 된다. 필수는 아니지만 책을 내야 훨씬 잘 불러준다. 노마드는 자기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확장할 수가 없으니까."

- 노마드의 삶을 유지하려면 글쓰기, 책쓰기, SNS소통, 전문능력, 인맥관리, 외국어, 강연 등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게 가장 중요한가.
"살아보니까 책을 읽는 사람이 결국 리더가 되더라. 요즘 지하철에서 책보는 사람 누가 있나. 방송에서 들은 지식 같은 걸로 개인의 역량이 올라가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역량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서구를 베끼거나 중국을 이용해서 이 정도 부를 누리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웃한 중국이 위협이 되는 세상이다. 저 나라와 경쟁해서 살아야 한다. 중국 학생들은 인문학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한다. 꼭 노마드여서가 아니라 살아남으려면 그런 게 필요하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배경이 된 러허(熱河)에서 아들 용우와 함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배경이 된 러허(熱河)에서 아들 용우와 함께.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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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정복자 칭기스칸... 그러나 배울 점도 많다"

- '노마드가 되는 법' 마지막 항목에 '회복탄력성'을 넣었더라. 위기를 극복한다는 의미일 텐데, 노마드와 어떤 관계가 있나.
"누구나 그렇듯 나도 상처를 엄청 많이 받았다. 2001년 잠시 귀국했을 때, 나를 가장 믿어주시던 아버님가 돌아가셔서 한참을 헤맸다. 2008년에도 가족의 일로 순식간에 귀국을 결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상처들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회복탄력성은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낙관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다고 본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종교활동도 열심히 하는 게 좋다. 가령, 나는 목요일과 일요일은 집안청소를 의무적으로 하는데,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원상복구하는 힘이 생길 것 같다."

- 노마드라고 하면 칭기스칸의 예를 드는 경우가 많은 데, 칭기스칸 같은 대 정복자와 일반인의 경우를 비교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우리가 칭기스칸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다. 칭기스칸은 항복하지 않는 적은 완전히 절멸시키는 잔인한 정복자이긴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상당히 다원주의적이었다는 점이다. 가령 몽골에도 전통적인 신이 있지만 칭기스칸은 기독교, 불교 어느 것도 다 받아들였다. 나중에는 전진교 지도자를 데려다 자문을 받기도 한다. 굉장히 열린 사고를 한다는 얘기다. 초반기에는 부족전쟁에서 잡아온 어린 아이를 어머니에게 주고 키우라고 해서 그 중에서 자신의 맹장이 나오기도 했다. 칭기스칸에게 나쁜 점도 있지만, 노마드에게 필요한 다원주의, 인재에 대한 수용성, 자기인내력 등 배울 게 많다."

- 최근 <오마이뉴스>에 행정고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관련기사 : 행정고시는 '썩은 동아줄'이다).
"내가 알기로 지금 행정고시같은 제도를 이용해 고급공무원(5급)을 뽑는 나라는 없다. 일본에서 들여온 제도이지만 지금은 없다. 처음부터 고급공무원을 뽑는 대신 7, 9급 정도를 뽑아서 능력 있는 사람을 올리면 된다. 중국도 그렇게 한다. 내가 친하게 교류하며 만난 중국 엘리트들의 나이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리커창 총리도 30대에 군수 이상을 지냈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리더십과 인성이 안 된 사람은 거를 수 있다."

- 행시를 폐지하면 오히려 좋은 공무원을 뽑을 수 있다?
"그렇다. 일단 행시로 그들만의 리그를 맺어놓으면 신분과 승진이 보장된다. 그걸 유지하려면 밑에서 올라오는 걸 막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러면 밑에서 정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못 올라가고 원천적으로 길이 막히는 것이다. 고시 출신보다 유능한 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면서 고시 없애면 흙수저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난센스다."

조창완 기자가 중국에서 하던 코디네이션 일을 이어서하는 서준석씨, '노마드' 고미숙씨, 조창완 기자.
 조창완 기자가 중국에서 하던 코디네이션 일을 이어서하는 서준석씨, '노마드' 고미숙씨, 조창완 기자.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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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준비를 하라"

- 노마드의 삶을 동경하지만 나이가 많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노마드는 젊은 사람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책에도 썼지만, 강태공이 주문왕을 만나 재상이 된 게 70세였다. 당시 평균수명 40세도 안 됐을텐데. 그렇게 보면, 기회나 새로운 길을 찾는 타이밍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인터넷 등 그때보다 훨씬 많은 도구가 있잖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40-50대일 것이다.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다듬어봤으면 좋겠다."

- 나이에 주눅 든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대신 인생 2모작, 3모작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막연히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한다. 일간지 기자 하던 선배는 기러기아빠가 됐지만 호텔에서 스시를 배워 자기도 가족이 있는 호주로 건너가 스시집을 차렸고, 그 얘기를 신문에 재밌게 연재했다. 전문능력을 연마했니까 가능했던 거 아니겠나. 마흔살에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정원사가 된 선배도 있다."

- 10년 후의 자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
"10년 후면 60이 바라다 보이는 나이다. 여전히 중국전문가로 살고 있을 것이다. 한중간 너무 많이 단절돼 버렸다. 정치는 물론 경제, 문화, 한류 등이 단절돼 있다. 그 사이 중국은 너무 커 버렸고 한국은 그대로다. 그러나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가 옆에 있다는 건 한국에게 큰 기회다. 이전 책에서 '한중문화하이웨이'란 말을 썼는데, 일단 고속도로를 뚫어놓으면 뭐든지 움직이게 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적어도 60대까지는 한중간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 이후엔 다른 일을 하겠지."



태그:#노마드, #노마드 라이프, #조창완, #공무원,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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