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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평화의소녀상 추진위와 중구청이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20일 3번째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구평화의소녀상 추진위와 중구청이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20일 3번째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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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단체가 오는 3월 1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해당 지자체와 장소를 협의했지만 지자체는 도로법 상 조형물은 설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서 충돌이 예상된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추진위)'는 20일 오후 중구청과 소녀상 설치 장소를 놓고 3차 협의를 가졌지만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추진위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동성로 한일극장 사이를 주장했지만 중구청은 국채보상기념공원과 3.1운동길 주변 쌈지공원을 재차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청 "상인 반대와 도로법에 어긋나, 강행하면 막을 것"

당초 소녀상을 세울 위치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주장했던 추진위가 동성로 한일극장 사이에 세울 수 있다며 양보를 제시했지만 중구청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중구청은 동성로 상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와 도로법 상 조형물을 세울 수 없다는 법적인 근거를 들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민단체 조형물은 법 상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첫 번째 절차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우선돼야 한다"며 "동성로는 도로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승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국채보상공원과 쌈지공원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국채보상공원이나 쌈지공원은 역사적으로도 맞다"며 "공원의 조형물은 대구시설관리공단의 동의를 받아 대구시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대구시로 떠넘기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또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심하다. 동성로 무대 앞에 설치하면 안전의 문제도 있고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훼손할 수도 있어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가 민관 합동으로 설치하고 중구청에 기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우리가 제시하는 곳에 설치해야 시민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추진위가 동성로에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직원들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평화의소녀상 범시민추진위가 20일 오후 대구 중구청과 소녀상 설치 장소를 놓고 3번째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왼쪽부터 이정찬 공동위원장, 서일웅 목사, 이정우 교수, 신효철 공동위원장.
 대구평화의소녀상 범시민추진위가 20일 오후 대구 중구청과 소녀상 설치 장소를 놓고 3번째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왼쪽부터 이정찬 공동위원장, 서일웅 목사, 이정우 교수, 신효철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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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추진위는 중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인들을 핑계로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도로교통법 상 조형물을 세울 수 없다고 하지만 법의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위 "다른 이익집단과 연계 의혹? 진짜 이유 모르겠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약전골목의 독서 소녀상은 설치해 놓고 이보다 몇 백 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위안부 소녀상은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기들이 설치하면 법적으로 문제 없고 시민단체가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법적인 문제도 얼마든지 어기지 않고 세울 수 있지만 중구청이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상인들의 반발도 충분히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중구청이 거부하는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서일웅 목사도 "소녀상 설치는 이익 이전에 우리의 생각과 사상, 이념, 민주주의 절차 상 지극히 합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며 "동성로는 의류와 화장품 등 젊은층을 위한 소비가게가 형성이 돼 있다. 중구청이 반대하는 이유는 또 다른 이익집단과 연계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혹을 나타냈다.

이정찬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동성로는 일제 저항정신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최소한 동성로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판단해 이곳에 세울 계획이었다. 상인들의 반대를 주장하는데 오히려 관광명소가 될 수 있고 상인들의 이익 증대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2,3일 이내에 다시 한 번 중구청과 대화를 갖고 소녀상 설치 장소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3.1절인, 다음달 1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가 오는 3월 1일 대구백화점 앞에 세울 예정인 소녀상의 모습.
 대구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가 오는 3월 1일 대구백화점 앞에 세울 예정인 소녀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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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구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시민 2000여 명이 7200여만 원을 기부해 제작에 들어간 상태이며 대구백화점 앞 소녀상 설치를 위한 서명에 보름 동안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1만 1400여 명의 시민이 서명했다.

추진위가 제작한 소녀상은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모습으로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이다.


태그:#평화의 소녀상, #대구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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