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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탈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 탈상을 할 수 있을까?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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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그 날로부터 1천일이 흘렀고 다시 3주기가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 마을의 한 어르신은 늘 노란 리본을 달고 계십니다.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어르신, 어르신은 민주당 편이세요?"
 
그 어르신이 답했습니다.
 
"이 사람아, 참사에 무슨 편이 있어. 편이 있다면 난 애들 편이야! 억울하게 죽은, 준비 안 된 주검을 위해 난 삼년상을 치르고 있는 중일세."
 
지인이 말했습니다.
 
"저는 TV에서 세월호 관련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꺼버려요. 잡지를 읽을 때도 그와 관련 기사들은 건너뛰어요. 누군가 노란 리본 만 매고 있어도 눈을 돌려요. 아직도 세월호는 아파서 생각하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히야 배가 기운다. 오호, 장난 아닌데... 재미있다!" 했던 그 장난기 많은 아이들. 전 참 쩨쩨해요. 직면하고 싶지 않은 것을 보면. 하지만 자꾸 기억나요. 아직까지도 먹먹해서 눈물이 흘러요. 혼자서..."
 
사실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외투의 노란 리본이 아니라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겨 상제가 바깥출입에서 썼던 방립(상제가 밖에 나갈 때 쓰던 갓)을 써야 마땅할 일입니다.
 
그분은 말머리를 현 정국으로 돌렸습니다.
 
"어쩜 박근혜 대통령은 억울할지 몰라요. 공주처럼 큰 그녀가 뭘 어떻게 할 줄도 모르는데...도대체 체계가 어떻게 되었길래 국무총리와 재난을 맡은 장관들은 진두지휘를 왜 안 했어요? 그 막강한 힘을 두고...여전히 대통령이 했을지 모를 부끄러운 일만 캐내고 있어요. 가장 가까운 실무자가 순간의 탄력을 가지고 결정하고 지원을 요구하고 했어야 해요. 엊그제 집 근처 도서관에 전화를 했어요. 유효기간이 지난 열람증을 어떻게 재발급받느냐고 묻기 위해...그런데 전화가 관장실로 연결이 된 거예요. 그는 잘 몰라요. 하지만 실무자를 바꿔 달래서 금세 알게 되었어요. 관장도 사실 짜증 섞인 태도였어요. 그에게는 더 중요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거죠. 대통령은 규칙을 어겼는데 그게 잘못인지 모르고 있는 거예요.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 같아요. 마지막에 죽으면서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고 한...속고 남용 당하고 기만당한 것도 죄죠. 그것도 모르고 선택한 국민들이 먼저 잘못입니다."

일부는 삼년상 중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습니다.
 
"조보(造父)가 밭을 갈고 있는데 한 부자가 마차를 타고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놀라 더 이상 가려 하지 않았다. 아들이 마차에서 내려 앞쪽으로 말을 끌고 아버지는 뒤에서 마차를 밀었다. 그래도 여의치 않자 밭을 갈고 있던 조보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보는 농기구를 챙긴 다음 마차 위로 뛰어올라 말을 모는 자리에 앉은 다음 고삐를 잡고 채찍을 드니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 한비자

상복을 입고 자책하면서 마차를 끌고 또 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우리는 언제 조보를 만날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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