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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비해 뚜렷한 대선주자를 내세우지 못하는 범여권에서 정당의 칸막이를 깨는 '원샷 경선'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모든 주자들이 참여하는 경선으로 보수의 세를 크게 모아야 야당의 '정권교체' 프레임을 깨고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다.

범여권에는 출마가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 안팎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을 뿐,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모든 주자들의 지지율 총합이 5%를 밑도는 극심한 지지율 '기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후보를 뽑은 뒤 단일화를 모색한다고 해도 '박근혜 탄핵'을 둘러싼 양당의 명분 싸움 때문에 접점을 내기 어려우니 아예 경선 단계에서 단일화를 이뤄보자는 아이디어다.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은 '탄핵 원죄론'으로부터 자유로운 홍준표 경남지사의 부상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다.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주류를 '양아치 친박'이라고 공격하면서도 탈당하지 않고 탄핵 인용 시 대선후보 경선 도전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홍준표에겐 반기문처럼 양자택일 강요해선 안 된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 선고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경남도청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집권 세력에 대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 선고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경남도청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집권 세력에 대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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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새누리당과 우리 당 중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홍 지사도 자유한국당 경선에 출마하는 순간 그쪽 사람이 되고, 바른정당을 택하면 극우보수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는 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절대 출마 못할 것이고,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남경필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나올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 지사 정도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만들어낼 주자로 보인다. 이런 거 저런 거 떠나서 양당에서 보수의 대표주자 될 사람들은 다 나와서 함께 경선해보자는 거다. 민주당은 100만, 200만 선거인단 모은다는데 우리도 그만큼은 안 돼도 국민의당 안철수-손학규보다는 흥미진진한 경선 판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2011년 야권이 민주당 박영선과 무소속 박원순의 경선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뽑았던 모델을 참고해서 각 정당은 그대로 두되 경선주자들이 겨룰 링을 외부에서 만들어 보자는 구상이다.

장 의원은 "일단 바른정당 경선 준비를 중단해야 한다. 원샷경선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바른정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김무성 역할론'을 주장했다. 바른정당 창당 과정부터 '대주주' 역할을 해온 김무성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야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양당에서는 '원샷경선론'에 대해 실현성이 떨어지지 않냐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대선준비단 회의와 경선 룰 미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탄핵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양당의 틀을 깬 경선 판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많았다.

바른정당의 김재경 최고위원은 "(원샷경선에도) 단계적 절차가 있어야 할 테인데, 후보들간의 손익이 달라서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당직자도 "대통령 탄핵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논평하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후보 단일화는 항상 어렵다. 양당이 설령 '원샷경선'에 합의한다고 해도 서로에게 유리한 경선 룰을 짜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범여권 비관론 속에 '보수 단일화' 유승민 캠프 "한번 검토해보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무성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무성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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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의 측근도 "처음 듣는 얘기다. 홍 지사는 탄핵 일정이 정해질 때까지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에도 부정적인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하태경 의원은 "홍 지사가 친박과 연대하지 않고 제3지대로 나온다면 가능한 얘기"라면서도 "지금 중요한 것은 여권 단일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보수의 정체성 확립이다. 일단 우리 실력으로 화끈하게 싸우고 결과를 보자"고 원샷경선론을 일축했다.

다만, 보수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유승민 캠프에서는 "한번 검토해보자"는 반응이 나왔다. 유 의원 측의 한 의원은 "대선 판에서 친박들을 정리할 수 있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라며 "지금의 무기력한 지도부로는 안 된다. 김무성 의원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당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홍준표, #장제원, #남경필, #유승민, #하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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