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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민 항만예인선연합노동조합 사무국장.
 전동민 항만예인선연합노동조합 사무국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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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선'이라는 단어를 공중파 뉴스에서 자주 접했던 게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다.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기름이 유출된 사고다. 삼성의 예인선이 크레인을 묶어 경남 거제도로 예인하던 중 쇠줄이 끊어져 발생한 사고다.

영어로 'tug boat'라 하는 예인선은 선박을 밀거나 끌 때 사용하는 배다. 힘이 좋으며 조타능력이 뛰어난 게 강점이다. 이 배는 대형 선박의 입항과 출항을 도와주거나 추진력을 가지지 못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2007년 기름유출사고도 자항(=스스로 항해할 수 있는 힘)능력이 없는 크레인을 실은 부선을 예인선이 이동시키다가 생긴 일이다.

예인선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대양예선(ocean going tug)은 외항이나 원양에서 해양 사고에 직접 개입해 구난 작업에 참여하거나 해양구조물의 예인 등의 작업에 종사하는 예선이다. 두 번째 연안예선(costal tug)은 해상구조물을 연안이나 항만의 영역 안에 이동시키는 예선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항만예선(harbor tug)이란 해상구조물을 예인하거나 대형 선박의 입·출항을 보조하는 예선이다.

예선업 회사인 대륙상운(주)에 지난 2006년 입사해 햇수로 12년째 일하고 있는 전동민(사진)씨를 만났다. 전씨는 항만예인선연합노동조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예인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물으니, 그는 "외국이나 다른 곳에서 큰 화물선이 인천항에 오면 화물선 스스로 부두에 접안하지 못해, 예인선이 화물선에 붙어서 접안을 도와준다. 출항할 때 부두에서 떨어지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인천항에는 예선업을 하는 회사가 5개 있고, 예인선이 30척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다니는 대륙상운(주)에는 예인선 11척이 있다.

교복이 멋있어 지원한 해사고등학교

서울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네 살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전씨는 부천중학교 3학년 때 해사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가 학교를 홍보하러 찾아왔는데 그 교복이 무척 멋있었다.

"차이나칼라의 교복에 007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고 왔는데, 그게 좋아 보여 지원했다. 담임선생님도 월급이 많다고 적극 추천했다."

고교 3학년 때 실습하면서 배를 처음 탄 전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병역특례(36개월) 기간에 외항선을 탔다. 복무기간이 끝나자 더 이상 외국 나가는 게 싫어서 국내에서 배를 타는 회사를 알아봐야겠다고 한 게 지금의 이 회사다.

24시간 맞교대(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근무) 근무하는 대륙상운(주) 예인선 노동자들은 배 한 척에 네 명씩 배정돼 2인 1조로 일한다. 배 한 척에는 항해를 담당하는 갑판부와 엔진을 담당하는 기관부가 있다. 갑판부에는 선장과 항해사가 있고, 기관부엔 기관장과 기관사가 있다. 갑판부와 기관부 각각 한 명씩이 한 조가 된다. 전씨는 기관사로 입사해 지금은 기관장이 됐다.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나중에 배를 안 타고 자동차 정비를 하더라도 기관부가 더 배울 게 많다고 추천해줬다. 항해하는 것보다 성격상 잘 맞는다."

작업이 없을 때면 배에서 대기한다. 하루에 보통 대여섯 척의 예선 작업을 한다. 작업시간은, 짧은 건 한 시간 안팎이지만 긴 것은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선박이 클수록 오래 걸린다. 작업 일정이 미리 나오지만 앞의 작업이 늦어지면 자신의 일을 동료가 대신해야 할 때도 있다. 예측하지 못하는 작업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쉴 때는 동료들이 한 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작업이 없는 밤에는 각자 자기 배 침실에서 잔다.

대북 지원물품 싣고 해주와 남포항 다니기도

인천항에 정박 중인 예인선들. 대형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거나 부두에서 떨어질 때 좌우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천항에 정박 중인 예인선들. 대형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거나 부두에서 떨어질 때 좌우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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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병역특례 기간인 2002년 8월부터 6개월간 한 달에 두어 번 대북지원 비료와 쌀을 싣고 해주와 남포, 송림항 등을 오갔다. 비료 6000톤을 싣고 처음으로 닿은 북녘 땅은 낯설었다.

"입국 심사할 때 북측 심사원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나를 외국인으로 착각해 '하우 아 유(How are you?)'라고 물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답하니까,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선원들을 위해 준비한 만찬자리에서 북측 적십자 대표가 내게 몇 살이냐고 물어 스물한 살이라고 말하니까, 아들뻘이라며 양아들로 삼았다.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의 눈치가 보여 기쁘기보다 겁이 났다."

병역특례 때의 일화를 소개한 전씨는 "그래도 북측 안내원과 '아리랑'과 '반갑습니다' 등, 노래 세 곡으로 두어 시간 노래를 부르면서 통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추억했다.

24시간 맞교대에, 쉬는 날도 없이 일했지만 끈끈한 동료애로 재밌게 일을 했다. 그런데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도 했다.

"1997년에 노조를 만들고 명맥만 유지하다가 2007년 젊은 직원들이 대거 조합에 가입하면서 노조가 활성화됐다.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며 파업하면서 갈등이 생겨 동료들이 퇴사하고 노조를 탈퇴했다. 지금까지 몇 명이서 어렵게 지키다가 최근에 다시 노조가 활성화됐다. 직원들끼리 쌓였던 앙금도 해소되고 신규 입사자들과 하나로 뭉쳐서 노조활동을 열심히 해보자고 결의했다. 파업 이후 조합원이 탈퇴해 조합 가입률이 15%밖에 안 됐는데, 최근에 신규 조합원이 늘어 현재는 조직률이 80%다."

가스공사의 갑질에 예인선 노동자들 총단결

항만예인선연합노조는 현재 한국가스공사와 싸우고 있다. 가스공사가 예인선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중앙예선협의회가 결정한 예선 요율을 무시한 채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임의대로 예선 사용료와 사용방법을 정했기 때문이다.

"위험시설인 LNG 기지가 인천에 있으면 인천 선원들이 작업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경남 통영 예인선들이 올라와 작업하겠다고 가스공사와 계약했다. 인천 예인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조는 지난 6일부터 매일 선전전을 하고 있다. 9일에는 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 앞에서 집회를 한 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달 20일에는 대구에 있는 가스공사 본사에서 전국의 예인선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규탄대회를 하기로 했다. 예인선 노동자들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상급단체가 나눠져 있는데, 현안사항으로 크게 뭉치고 있다.

"20일 이후에 인천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단 2월 말까지 집회신고를 냈고,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거다. 3월 초부터 통영 배들이 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럴 경우 통영 배가 인천항에 들어오지 못하게 서해에서 해상전투도 고민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전동민, #항만예인선연합노조, #한국가스공사, #예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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