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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템플기사단의 검> 겉표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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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기사단에 관한 소설들은 많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부터 레이먼드 커리의 <최후의 템플기사단>, 호르헤 몰리스트의 <반지>까지.

템플기사단의 이야기가 흥미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운명이 너무 극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차 십자군 전쟁이 1099년 예루살렘의 함락으로 끝이 나자 성지순례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템플기사단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기사단은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1307년에 교황은 템플기사단이 이단 행위를 한다는 명목으로 기사단원 전원 체포 명령을 내린다. 당시 단장이었던 '자크 드 몰레'가 1314년에 화형을 당하면서 기사단도 최후를 맞이한다.

그러나 폴 크리스토퍼가 2009년에 발표한 장편 <템플기사단의 검>에 등장하는 육군 중령 존 홀리데이는 좀 생소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미육군사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홀리데이의 말에 의하면, 템플기사단은 강도단이나 도둑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비밀의식을 수행했던 세계 최초의 조직범죄 집단이었다는 것.

어찌보면 흥미로우면서도 대담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홀리데이는 조카뻘되는 블랙스톤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헨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홀리데이와 자신을 유언집행인으로 지정했으니 빨리 와달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홀리데이와 블랙스톤은 일상을 벗어나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들은 헨리 할아버지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는 도중에 하나의 검을 찾아낸다. 검의 전체 길이는 약 90센티미터, 그중 칼날의 길이는 75센티미터 정도의 양날 검이다.

홀리데이는 이것을 보고 대번에 '십자군의 검'이라고 판단한다. 사냥이나 호신용으로 사용했던 일상적인 무기다. 이 발견 이후로 홀리데이와 블랙스톤은 그동안의 평범한 생할에서 벗어나게 된다. 헨리의 집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에 검을 노리는 괴한의 습격으로 집이 불타오르고 두 사람은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한다. 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여정은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예루살렘을 거쳐서 북대서양의 아조레스 제도까지 이어진다. 그중 몇 곳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는데... 과연 이 검의 정체는 무엇일까.

템플기사단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읽다보면, '이들이 정말 수많은 보물을 어딘가에 감추어 두고 사라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템플기사단은 1차 십자군 전쟁이 끝난 이후에 예루살렘에 틀어박혀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받은 '언약의 궤'일 수도 있고 솔로몬 광산에 있던 황금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고 전해지는 '롱기누스의 창'일 수도 있고.

뭐가 되었든 템플기사단이 당시에 실제로 이런 성물들을 발견하고 소장했다면, 이들이 초기에 순식간에 세력을 넓혔던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나중에는 이단으로 몰려서 교황으로부터 파문당하고 순식간에 몰락해버리고 말았지만.

어떤 작가는 템플기사단에 대해서 작중 인물을 통해 이런 말을 한다. '템플기사단은 고고학계의 포르노'라고. 많은 사람들이 은밀하게 관심을 갖지만 역사학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 템플기사단에 관한 소설들이 많은 이유도 그들이 그만큼 신비로운 단체였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템플기사단의 검> 폴 크리스토퍼 지음 / 전행선 옮김. 중앙북스 펴냄.



템플기사단의 검

폴 크리스토퍼 지음, 전행선 옮김, 중앙books(중앙북스)(2009)


태그:#템플기사단, #성당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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