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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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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하 이재용)이 특검에 의해 구속되었다. 삼성이 창립된 지 79년 만의 첫 총수 구속에 세상은 그야말로 떠들썩했다. 혹자는 혁명이라고 했고 혹자는 삼성공화국의 탈피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라디오 신청곡으로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 가장 많이 신청되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성역이 깨졌다.'

두 번이나 사면을 받았고 심지어 그 중 한번은 단독 특별사면이었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구속이라는 사태에 직면한 이재용의 상황은 삼성이라는 매우 높고도 견고한 성역이 깨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과연 구속으로 충분할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놀랐던 것은 국가시스템이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마비될 수 있다는 사실과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특혜를 위해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했고 그중 가장 앞장선 기업이 삼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세계 굴지의 기업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이 정유라라는 비선실세의 딸에게 말똥을 치워주며 1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지원해준 이유는 단지 이재용에게 삼성을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가 이병철이고 아버지가 이건희라서 이재용이 삼성을 물려받아야하며 그것은 편법과 탈법 그리고 뇌물까지 동원해서까지 반드시 이루어야하는 목표였다.

그리고 여전히 이재용이 구속된 지금도 승계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재용은 구속으로 몇 달 고생만 하면 삼성이라는 굴지의 그룹이 자신의 것이 된다.

작년 11월 삼성전자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였고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의 합병에 이은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 시중에서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때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 분할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관련기사 : 박용진 "2월 '이재용법 통과'가 경제민주화 시작").

이 경우 이재용은 자기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회사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지분 0.6%밖에 없는 이재용이 무려 12.89%, 36조원가치의 기업 지배력을 움켜쥐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불공정하고 부당한 일이다. 이러한 방식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나는 상법개정안, 일명 이재용법을 발의하였다. 그런데 이 법이 지금 통과를 앞두고 암벽을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재용법은 매우 간단하고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에서는 덮어놓고 반대하고 있고 바른정당에서는 1년 유예기간을 두고 통과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덮어놓고 막고 보자는 재벌의 파수꾼 노릇과 다르지 않고 1년 유예기간을 주자는 주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 삼성뿐 아니라 롯데,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기업들은 이재용법이 혹여나 통과될지 몰라 노심초사하면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통상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에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의 유예기간을 주자는 것은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고 구멍 난 그물로 고기를 낚으려는 것이다. 아니 딱 고기잡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왜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막으려 하느냐고 이야기한다. 아니다. 나는 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들은 바 없지만 그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재용이 자기 돈으로, 자기능력으로 지주회사전환을 위한 조건을 만들고 그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주주공동의 재산, 즉 남의 돈으로 자기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특정인의 손에서 벗어나 합리적 경영의 길로 가야 삼성전자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시장경제의 공정함과 합리성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더 튼튼하고 역량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 발전하는 길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유독 삼성에 약했다. 국회도 그러했다. 삼성과 관련된 법안들은 통과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국민들이 여소야대라는 정국을 만들어주셨고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어느 때보다 재벌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으며 이재용 구속으로 인해 오래된 성역에 금도 갔다. 지금이 국회에서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의 바람을 만들어 내야할 시기이다. 세게 그리고 빠르게 된바람이 분다. 지금 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집권해서도 못하고 그때는 이미 시기를 놓치는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될 뿐이다. 지금이 적기이고 마지막 기회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되어야지만 국회는 국민들 앞에 당당히 개혁국회, 성과 있는 국회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 아니 삼성왕국에서 벗어나려면 이재용의 구속이 아니라 이재용법의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진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용진 기자는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입니다.



태그:#이재용, #이재용법,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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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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