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역전승... 챔스 대신 유로파 토너먼트 진출 지난 2016년 12월 7일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코의 UEFA 챔피언스 리그 E조 경기, 토트넘의 손흥민과 델레 알리 그리고 해리 케인이 경기에서 득점한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7일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코의 UEFA 챔피언스 리그 E조 경기, 토트넘의 손흥민과 델레 알리 그리고 해리 케인이 경기에서 득점한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토트넘 홋스퍼가 오랜만에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은 19일 오후 11시(이하 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FA컵 16강전 풀럼과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최근 2연패의 부진에서도 탈출했다.

토트넘은 예상과 달리 주전 자원을 총동원했다. 최전방에는 해리 케인이 나섰고,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가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3선에는 빅토르 완야마와 해리 윙크스가 호흡을 맞췄고, 수비진에서는 얀 베르통헨이 부상에서 돌아온 것이 눈에 띄었다. 골문은 위고 요리스를 대신해 미하엘 포름이 지켰다.

선발 명단에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홈팀 풀럼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2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슈팅을 시도했고, 1분 뒤에는 케인과 알리의 헤딩 패스를 받은 에릭센이 위협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노렸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인 풀럼은 수비에 집중했다. 토트넘의 공격이 끊긴 상황에서 역습을 시도하거나 세트피스 기회 외에는 쉽게 전진하지 않았다. 풀럼은 전반 10분 스콧 말론이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해봤지만,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토트넘의 압도적인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됐고, 전반 15분 선취골이 나왔다. 에릭센이 우측면에서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를 케인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 득점은 토트넘이 5경기 만에 맛보는 필드골이자 6경기 만에 기록한 케인의 필드골이기도 했다.

선취골로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풀럼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24분 케인의 패스를 잡아낸 에릭센이 페널티박스 우측 부근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고, 4분 뒤에는 알리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케인이 다시 한 번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케인은 전반 31분에도 페널티박스 우측 부근에서 볼을 잡자마자 슈팅을 시도하면서 득점에 대한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강하게 몰아치던 토트넘은 후반 5분 추가골을 뽑아냈다. 에릭센이 페널티박스 우측 지역에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케인이 다시 한 번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풀럼의 골망을 출렁였다.

에릭센의 날카로운 패스 덕분에 해트트릭까지 단 한 골을 남겨둔 케인은 후반 28분 다시 한 번 득점포를 가동했다. 에릭센과 알리의 좋은 연계 패스가 페널티박스 안쪽에 있던 케인에게 향했고, 케인의 침착한 슈팅이 상대 골망을 가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케인의 해트트릭으로 승기를 잡은 토트넘은 남은 시간 동안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통해 FA컵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풀타임' 손흥민, 너무나도 외로웠던 FA컵 16강전

이날 토트넘의 왼쪽 측면 공격을 책임진 손흥민은 풀타임을 뛰었지만, 너무나도 외로웠다. 전반전에는 손흥민이 있는 왼쪽보다 에릭센이 위치한 오른쪽 공격 비중이 훨씬 높았고, 페널티박스 안쪽에서는 케인이 득점에 욕심을 내면서 손흥민은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다.

후반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의 공격은 여전히 케인과 에릭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손흥민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 때문인지 수비가 밀집된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시도한 드리블은 너무나도 쉽게 빼앗겼고, 슈팅 기회를 잡으려 누구보다 빠르게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했지만, 패스가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의 득점 기회는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키런 트리피어가 올린 크로스가 수비를 피해 있던 손흥민에게 향했고, 이마에 정확히 맞춰봤지만 볼은 골대를 넘어갔다. 좀처럼 보기 힘든 손흥민의 헤딩슛이었고, 이날 경기 그의 유일한 득점 기회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이로써 손흥민은 5경기째 침묵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지난 1월에 4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주전으로 올라섰지만, 침묵이 더 길어지면 또다시 벤치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해 9월에도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자원으로 발돋움했지만, 11월까지 침묵을 지켰다. 12월에 들어서야 득점포를 재가동했지만, 주전으로 활약했던 그의 입지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9월 못지않은 1월의 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되찾았지만, '꾸준함'이 없다면 언제든지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무엇보다 토트넘 수비의 핵심인 베르통헨이 이날 경기에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기 때문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또다시 스리백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토트넘은 최근 5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날을 제외하면 경기 내용은 아쉬움이 많았다. 토트넘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월까지 스리백으로 7연승을 거뒀던 만큼 전술 변화 가능성은 꽤 크다.

토트넘의 스리백 전환은 손흥민의 주전 입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꾸준하지 못한 손흥민은 다시 벤치로 돌아갈 것이고, 힘겨운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기에 중앙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에릭 라멜라의 복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만만찮은 미래를 예상하게 한다.

과연 손흥민은 또다시 찾아온 '침묵'과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손흥민은 오는 24일 KAA 겐트(벨기에)와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과 26일 스토크 시티와 리그 경기에서 반드시 득점포를 가동해야 한다. 이것만이 또다시 찾아올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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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 VS 풀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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