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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만원 세대', '삼포 세대'라는 말을 듣는 요즘 청년들은 그들의 돈을 어디에 쓸까요? '2030의 지갑' 기획은 청년들의 새로운 소비 형태와 이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편집자말]
한 조각에 7천~8천 원 하는 케이크와 커피, 명품 브랜드의 립스틱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에코백 등으로 대변되는 '스몰 럭셔리'.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누리려 하는 청년층의 소비 경향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이제 진부할 지경이 되었다. 이 작은 사치, 이게 과연 사치나 될까?

좋은 걸 누리고자 하는 욕망은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좋은 음식, 좋은 물건, 좋은 공간은 삶의 질을 높인다. 한 번 좋은 물건들을 경험해본 이들은 그게 얼마나 삶의 위로가 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이 좋은 물건에 대한 경험치조차 낮다. 그래도, 적은 돈으로 그 '좋은 것'을 누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지금의 중장년층 세대는 술을 퍼마시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겨도 대기업에 들어갔다. 좋지 않은 회사도 10년 정도 다니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아등바등 취업난을 겪으며 대학을 졸업해 간신히 정규직으로 입사해도 내 집 마련은 꿈 같은 얘기다. 아 물론 정규직이 아닌 청년이 더 많다. 2030 꽃 같은 청춘들이 허리띠만 졸라매고 희망도, 현재의 즐거움도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래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소비를 찾기 시작했다. '가성비'와 '기회비용'이 머리 속을 꽉 채운 세대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를 '작은 사치'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차마, 이걸 사치라고 부를 수가 없다.

소비에서 실패할 여유없는 젊은 세대의 슬픈 '사치'

 7천~8천 원 하는 케이크를 사먹는 걸 두고 사치라고 할 수 있을까? 사정을 들어보면 손가락질할 수 없다.
 7천~8천 원 하는 케이크를 사먹는 걸 두고 사치라고 할 수 있을까? 사정을 들어보면 손가락질할 수 없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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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가격 검색을 하고 해외 직구를 통해 명품 브랜드의 립스틱을 산다.(기초화장품은 로드샵을 선택한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사는 것이 에코백이며 핸드폰 케이스다. 그 옛날 버블세대가 "기분이다" 하고 베르사체에서 입기도 부담스러운 자켓을 사거나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비다.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헛돈' 나가지 않는 소비를 위해 유니클로, 자라 등의 SPA 브랜드의 옷을 기본으로, 힘줄 수 있는 아이템 한두 개를 큰 마음 먹고 사 매치한다. 이런 아이템은 물론 베이직하고 많이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항상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출을 하고 무엇인가를 먹을 때에도, 항상 기회비용은 따라 붙는다.

한 끼 식사가격보다도 비싼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마신다고 흉을 보는 어른들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커피가격은 항상 밥보다 비쌌다. 다방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비싼 디저트가 뜬다고 하지만 정작 해외에서 들어온 소위 '명품 디저트 브랜드' 중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리의 마카롱 브랜드인 '피에르 에르메'이다.

누구는 그 작은 한 알이 5천 원에 맞먹으니 '돈지랄'이라고 하지만 미식의 경험 측면에서 볼 때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맛과 향의 새로운 조합은 '이 재료와 이 재료가 섞여들 수 있구나' 하는 경험치를 제공한다. 순수하게 미식의 경험에 가치를 둔 가격이다. 그런데 잘 팔리지 않는다. 디저트에 돈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아니다. 이 디저트는 미식의 경험'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앉아서 쉴 예쁜 공간도, SNS에 올리기 그럴듯한 플레이팅도 없다.

같은 가격이면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인테리어, 앉아서 얘기할 곳을 제공하는 디저트 카페로 사람들은 몰린다. 커피맛으로 유명한 카페더라도 사진이 어느 정도 나와줘야 찾는다. 최근의 '스몰-럭셔리 식문화' 유행이 단순히 미식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이 유행도 결국에, 앉아 쉬고 얘기도 하며 예쁜 사진도 건질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 값, 즉 기회비용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지 내에서 일어난다.

'자기 방' 갖기도 힘든 청년들의 예쁜 카페 사랑

 젊은 세대가 '예쁜 카페'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맞닿아 있다.
 젊은 세대가 '예쁜 카페'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맞닿아 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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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이들은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에 집착할까? 이건 허세 때문이 아니다. '좋은 것'을 누리려는 욕망은 경제발달에 따라 의식주의 순으로 일어난다. 이 나라는 의에서 식으로 넘어가다 주저앉았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돈이 없으니 차마 집안을 꾸밀 여력이 안 된다. 특히나 청년층의 주거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난 2016년 10월 발표된 서울시 자치구별 월세조사 결과분석에 따르면 청년세대(19~29세)의 평균 보증금은 1395만 원이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 서울 시내에 저 보증금에 월세 40만~50만 원 정도로 구할 수 있는 방이 어떤 모습일지.

인터넷이 생활화되어 좋고 예쁜 인테리어 사진은 언제 어디서나 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친구를 불러 담소를 나누기에도 편치 않다. 좋은 공간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 친구와 앉아서 편안히 얘기할 수 있는 대안이란 결국 카페밖에 없다. 여기에 그럴듯한 사진을 찍기 좋다는 이유도 추가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허세나 '관종(관심 종자)'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인가?

굳이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보통의 청년 세대는 온라인의 자아가 발달한 세대다. 일상적으로 SNS를 하고 그것이 자아의 일부가 된다. '온라인상의 자아는 가짜, 현실 자아가 진짜'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세계에서 SNS를 꾸미고자 하는 욕망은 더 이상 뒤틀린 욕망이 아니다.

소위 '감성적'이며 '힙하다'고 하는 인스타 피드의 대부분은 여백으로 채워져 있다. 이건 최근의 미니멀리즘, 비우기의 미학과도 관련된다. 그리고 이건 사실, 채울 자원이 없어서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물론 비우는 데에도 돈이 든다. 버려도 다시 살 수 있는 여유 자원과 더불어 눈에 보이는 곳에서 '안 예쁜 것들을' 치울 수 있는 수납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 한 장에서만큼은, 치워버리면 된다. 여백을 남길 수 있다. 어차피 예쁜 것들로 앵글을 채우지 못할 바에야 여백의 미학을 취한다. 그렇다면 이런 피드에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돈이 없는 세대니 유행하는 한 끼의 가격은 1만 원대가 대부분이다. 이 가격대에서 취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음식은 한국에서 차라리 환상에 가깝다. 비싼 식재료 값과 높은 임대료, 열악한 식문화 경험 등 총체적인 이유에서 외식환경이 좋지 않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맛, 이왕이면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불유쾌한 경험(비위생적인 집기와 점원의 불친절함 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역시나 기회비용이 중요한 세대인 만큼,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뜬다고' 인정하는 곳을 선택한다. 그래서 나오는 메뉴들이 파스타, 일본식 카레, 함박스테이크, 수제 햄버거 등등이다.

이런 청년층을 보며 혀를 차는 중장년층이라고 뭐 대단히 맛있는 걸 먹지도 않는다. 맛이 있다고 해도 그런 곳은 가격대가 있다. 그저 6천 원짜리 백반이 최고라는 이들과는 더 이상 대화도 안 될 지경이다. 뭐 1만 원대에도 미식가들도 인정하는 곳에서의 식사를 할 수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냉힙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냉면 정도랄까. 하지만 냉면이 누구에게나 맛있으며, 맛있어야 하는 음식도 아니고 매 끼 냉면만 먹고 살 수도 없잖나?

커피 안 먹는다고 차가 생기나 집이 생기나

인터넷을 휩쓰는 음식이나 식당, 카페의 유행경로를 보자. 각종 이슈에 대해 반응이 가장 빠르다 평가 받는 트위터의 파워트위터리안, 그리고 파워 인스타 유저들이 특정 가게를 올리기 시작한다. 체감상 트위터에서 먼저 유행이 돌기 시작하면 그 다음 인스타의 해시태그로 돌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 해시태그가 인스타 뉴트리아족(하나의 게시물에 수십 개의 태그를 붙이는 이들, 주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이들이 많으며 불필요한 정보로 안 좋은 인터넷 정보환경을 만든다.) 들의 태그에까지 붙기 시작하면 네이버 블로그에까지 등장하며 페이스북에 친구 태그가 덕지덕지 달린 게시물로 나타나다 급기야는 부모님들의 단톡방까지 돈다.

이 유행의 마지막 단계, 부모세대의 단톡방에 돌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고(프랜차이즈거나 지점이 여러 개, 혹은 택배발송) 저렴해야 한다. 그래서 대개의 품목은 빵이나 떡 등이다. 이 유행이 최소의 힙-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스타의 해시태그 남발 게시물 전 단계에서 정보가 끝나야만 한다. 이 경우의 대부분은 예쁜 사진이 나오는 캐쥬얼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다. 그리고 객단가가 5만 원이 넘어가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면 그 유행까지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난한 세대기 때문이다.

이 끊임없는 가성비와 기회비용의 세계에서 철마다 나타나고 사라지는 한철 식문화 유행, 푸드라이터로서 이런 현상과 이것을 만들어가는 청년층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 외에 숨을 트일 대안이 없는 사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디저트와 브런치를, 커피를 안 먹는다고 차가 생기나 집이 생기나. 누구보다 가성비를 생각하지만 어느 곳보다 가성비가 안 좋은 나라에 살면서 젊은이들은 허리를 졸라매며 돈을 모야 해외로 나가 더 나은 소비를 한다.

우리는, 청년들은 한 달에 5만 원일지라도 헛돈을 쓰면 자책을 하며 살아간다. 트위터에서 누군가는 이것을 '시발비용'이라고 부른다. 기분이 너무 거지 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충동적으로 택시를 타거나 비싼 밥 한끼, 디저트 하나를 사 먹는 비용을 말한다. '시발비용'이라는 이름을 불러가면서 헛돈 쓰는 것에 자책감을 줄이려 한다. 그래서 사실 '스몰 럭셔리'는 럭셔리도 아니다. 똑똑한 소비, 가성비, 현명한 소비, 힐링 등 온갖 좋은 딱지를 붙여도 상관은 없다. 다만 서글퍼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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