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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사는 곳."

국어사전은 이렇게 '마을'을 정의 내린다. 그렇다면 도시의 동네는 '마을'로 부르기엔 뭔가 부족하다. 굳이 사전을 핑계 삼지 않더라도 '도시의 동네'를 선뜻 마을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주저된다. 모름지기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사는' 마을이려면 최소한 삶(생활)과 일(생업)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먹고 사는 생업'에 주로 매달리며 살아가야 하는 도시는 그렇지 않다.

삶과 일이 하나되고, 거기에 쉼(여가)과 놀이(문화)까지 자연스레 엮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좋은 시공간, '마을'이라 기꺼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집들과,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에서 생업에 주로 매달리느라 일부 상류층과 권력층을 제외한 대다수 도시민의 생활은 고단하거나 불행하다. 도시를 떠나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도시의 동네'에서 '농촌의 마을'로 귀농하고 하방하려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가 임박한 베이비부머만 7백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귀농이나 하방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방의 결심은 자꾸 하지만 막상 결행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 구조의 문제다.

이럴 때 외롭게 혼자 하지 않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동료나 동지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믿음과 자신감이 생겨 결행할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뜻을 같이 하는 동료, 동지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고 공동귀농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다. 하동 노전해솔마을도 그런 곳이다. 부산의 한살림 소비자조합원으로 인연을 맺은 동지들이 경남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에 새로 만들고 있는 공동귀농 생태마을이다.    

부산 한살림 귀농준비모임 '꿈꾸리'
▲ 부산한살림 부산 한살림 귀농준비모임 '꿈꾸리'
ⓒ 부산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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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시민들, 하동의 마을주민이 되기로 결심하다 

평생 부산시민이었던 도시민들이 굳이 하동을 귀농의 터전으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주하려는 4가족 모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객지이자 오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하동에 대해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대답을 듣지 않아도 얼마든지 공감이 된다. 십수년 전 귀농할 지역을 고민할 때 2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고향일 것, 그리고 지리산 자락일 것.

우선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이야말로 최적의 귀농방식이라는 평소의 소신이다. 고향으로 귀농하면 왜 귀농했는지 거의 물어보지 않는다. "왜 지리산이라야 하는가"가 의문인데 답은 단순명쾌하다. "지리산은 어머니 같이 외지 귀농인인 나를 아들처럼 따뜻하고 안전하게 품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지리산 자락의 노전해솔마을로 깃들고 싶은 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내게 경남 하동은 단연 유력한 귀농 후보지였다. 아버지의 고향이니 결국 내 고향이고, 게다가 지리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하동이라는 지역의 기운이나 분위기 자체가 매력적이고 상서롭다. 한마디로 어메니티(Amenity, 농촌다움)의 결정판이다. 누구나 하동에 가서 섬진강 줄기와 악양 평사리 들판의 풍광을 한번 바라보라. 말을 더 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으로, 가슴으로 이해될 것이다.

물론 그들이 하동을 귀농의 터전으로 삼기까지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만한 땅을 찾아 의령, 합천, 산청, 함양 등지를 헤매고 다녔다. 결국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에서 노전해솔마을을 일굴 터를 발견했다. "부산에서부터 원전 100km를 벗어난 지역" 지리산 자락 하동으로 귀농하는 데 모두 이견을 달지 않았다. 

부산 한살림 귀농준비모임의 합천 농사체험
▲ 부산한살림 부산 한살림 귀농준비모임의 합천 농사체험
ⓒ 부산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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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동네 한 살림'에서 하동군의 '마을 한 살림'으로 전환하다

하동 노전해솔마을의 역사는 2년 전 부산 한살림 귀농·귀촌준비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체와 주거에 관심을 가진 '샛별찾기' 모임의 구성원 10여명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귀농해서 한살림의 정신을 실천할 공동체마을을 함께 일구어 더불어 살아보자"고.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마을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지키고 공유해야 할 공동생활수칙을 협의하고 합의하는 일이었다. 사실, 함께 살아갈 지역과 마을, 주택의 건축방식, 농사 체계를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우선 한살림 소비자조합원들답게 먹을거리는 자급자족하며 소비를 적게 한다는 원칙부터 정했다. 그렇게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소비적인 도시민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농사를 짓자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자면 홀로, 또는 각자 알아서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게 좋겠다고 공감했다. 그래야 귀농생활이 외롭지도 않고 재미도 있겠다는 믿음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나눌만한 공동의 일거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노전해솔마을 귀농동지들의 특별한 인연은 '부산 한살림'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1993년에 창립된 부산 한살림 창립준비위원으로 현재 감사로 활동하는 조명숙씨는 "마을에 한살림의 정신과 가치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 한살림의 창립 이념은 섬김과 나눔을 통한 생명존중과 공동체 구성에 있습니다. 유기농 농사를 지어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삼고 있지요. 그 창립 이념대로 농촌의 마을공동체에서 두 번째 인생을 잘 살아보려고 합니다."

2015년 1월 '샛별찾기'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모임 이름까지 귀농을 꿈 꾼다는 취지로 '꿈꾸리'로 명명할 정도로 진지하다.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풍수지리, 생태건축, 국내외 공동체 등에 대해 학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양산 그루터기, 괴산 솔뫼공동체, 보은 선애빌 등 마을공동체의 선도적 사례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때 한 귀인을 만났다. 민들레건축사무소장 이종혁건축사다. 40호의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house) 생태주택으로 이루어진 코하우징(co-housing, 협동주거) 방식 귀농인 공동체마을인 영동 백화마을을 설계하고 조성한 국내 대표적인 귀농공동체마을 전문가다. 노전해솔마을 단지와 주택의 설계, 그리고 공동체마을의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전권을 믿고 맡기고 있다.

노전해솔마을이 들어설 악양면 매계리
▲ 매계리 노전해솔마을이 들어설 악양면 매계리
ⓒ 민들레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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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소나무가 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 노전해솔마을

마침내 2016년 9월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 노전마을에 7710㎡의 마을조성부지 매입 계약을 했다. 마을은 크지 않다. 입주예정가구는 9세대 규모다. 이른바 한살림의 정신대로 '작고 낮고 느린' 마을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9세대도 결코 작은 마을이 아니라는 현실을 절감했다. 생각이 서로 다른 타인 9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깨달았다.

마을 배치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생긴 것이다. 결국 4세대가 입주를 철회하고 공동체를 떠났다.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았다.

"역시 함께 사는 일은 어려운가 봐요. 부디 노전해솔마을공동체의 9세대가 자립, 자조, 공생해서 개인도 행복하고 공동체도 행복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욕심이라면 그저 소박하게, 이웃과 나누며, 함께 도모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 뿐인데."

그래서 지금 김 위원장 등 남은 4세대가 새로운 5세대의 인연을 찾고 있다. 사업계획대로라면 2018년 6월에 9세대가 마을로 입주할 예정이다. 함께 텃밭을 가꾸어 채소 등은 자급하고 콩, 양파, 마늘 등은 공동경작해 부산 한살림에 납품할 계획이다. 또 취나물, 녹차, 잡곡 등은 가공해 주요 소득원으로 삼아보려 한다. 나아가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동 명승지 순례, 명상, 농사체험 등 휴양·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내친 김에 부산 한살림의 유·청소년 생명학교도 마을로 유치해볼 욕심도 부리고 있다.

'노전해솔'이라는 마을이름은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 노전마을에 자리잡은 해와 소나무가 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이란 뜻이다. 특히 노전마을의 신령스런 소나무 '십일천송'은 멀리서 보면 마치 반송처럼 넓게 퍼져서 한그루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무려 11그루의 소나무가 둥그렇게 모여 있어 그 형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잘 알려진 악양은 기후가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한 명당이다. 국내 대표적인 귀농 명소 중 한 곳이다. 지리산이라는 높은 산, 평사리라는 너른 들, 섬진강이라는 푸른 강이 한데 어우러진 길지라 할 수 있다. 이런 복지의 의미와 가치를 눈치 챈 다양한 이력과 다채로운 경력의 수많은 귀농인들이 이미 산자락과 골짝마다 깃들어 삶터를 잡고 있다.

8세대의 노전해솔마을이 조성될 마을부지
▲ 매계리 8세대의 노전해솔마을이 조성될 마을부지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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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교육, 경제, 문화로 살고, 살리는 '한살림마을'

"노전해솔 공동체마을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농촌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해보려는 각오입니다. 자연을 덜 훼손하고 에너지도 덜 쓰고, 적게 먹고 적게 쓰면서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는 생태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마을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예비마을주민들은 이웃의 삶을 존중하고 지역민들과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 자립, 자조, 공생하여 먹을거리는 스스로 책임지고 공동의 일거리를 만들어 공생하려는 것이다. 태양광 설치, 빗물 이용, 생활용수 재이용, 생태적인 화장실 설치, 생태적인 건축과 조경 등으로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이다.

노전해솔마을이 지향하는 마을의 미래는 4가지 비전으로 투영할 수 있다. '생태',' '경제', '교육', '문화' 등이다. 우선 노전해솔마을은 '생태마을'이다. 생태공동체를 지향한다. 지금 급속한 산업화,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환경재앙을 물려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위험하다. 그래서 하동군 지역주민과 함께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태양광 발전, 고단열 벽체 등 생태건축, 적정기술로 탄소 제로 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경제마을'이다, 노전해솔마을은 더불어 일하는 공동체가 목표이다. 입주하는 8세대 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더불어 협동하고 연대해서 공동의 사업을 벌이겠다는 포부다. 한살림은 든든한 비빌 언덕이다. 건강한 지역 농산물을 한살림을 통해 유통하고 도시민을 마을로 초대해 도농교류, 상생 체험프로그램을 상시 가동한다. 특히 입주귀농인들은 저마다 도시에서 체득한 지식과 기술, 재능과 경험으로 마을공동체와 지역사회의 경제활동에 얼마든지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다.

'교육마을'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려고 한다. 공부하는 공동체를 표방한다. 니어링 부부도 하루에 4시간은 일하고, 4시간은 공부하고, 4시간은 쉬거나 놀라고 했다. 특히 지역 아이들과 함께 '생명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나누는 '생태학교'를 꾸릴 계획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깊이 공감한다. 그렇게 농업과 농촌의 현실, 농민과 농촌주민의 처지, 농촌공동체에 대안모델을 그리기 위한 마을교육공동체의 모범 사례지를 실현하려는 각오다.

그리고 '문화마을'로 마을공동체를 완성하고 싶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물론, 이웃과 지역을 보살피고 나누는 코하우징 마을을 지향하는 이유다. 자리잡은 하동군은 물론 섬진강 너머 전라도까지 넘어가 인근 지역사회와 적극 교류하고 협력하는 열린 공동체 마을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다. 

9세대의 귀농인이 함께 살아갈 노전해솔마을의 조감도
▲ 조감도 9세대의 귀농인이 함께 살아갈 노전해솔마을의 조감도
ⓒ 민들레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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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업가, 간호사가 함께 꿈꾸는 마을

현재 입주를 준비하는 4세대의 구성과 정체성은 다양하다.

추진위원장인 김성연씨는 대학교수다. 귀농하면 부인과 함께 과실수를 재배해 경제활동을 계속한다는 생각이다. 침, 뜸, 명상 등 수행프로그램을 통해 취미와 여가를 주민들과 공유하려는 생각이다.

한살림 감사인 조명숙씨는 농사로 자급자족한다는 계획이 꽤 구체적이다. 벼, 콩 ,깨, 마늘, 양파 등 주력 작목도 이미 정해놓았다. 두부, 된장, 참기름, 취나물, 도라지, 고사리, 녹차 등을 가공해 부산한살림에 공급할 생각이다. 토종 씨앗을 파종해 보급하는 운동도 병행하려는 생각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은 혼자 하지 않는다. 혼자 할 수도 없다. 8세대의 노전해솔마을주민은 물론, 지역주민과 힘을 합치고 나눌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열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겠다는 계획도 다듬고 있다.

간호사인 조연숙씨는 동생과 각종 채소, 허브를 가꾸며 자급자족하려고 한다. 감나무, 표고버섯도 재배하고 감잎차, 감식초, 두부, 된장, 고추장 등을 가공해 소득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40년 전문직에 종사한 간호사로서 해외 경험과 풍부한 실무경력을 바탕으로 공동체 생활에 도움을 주며 지역민에게 봉사할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정토회 수행단체에서 활동중이고 명상 수행에 관심이 많은 서정위씨는 콩, 마늘, 양파 등을 공동경작하고 마을공동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4세대 모두 하고 싶은 일은 다소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한 단어로 통합된다. '생태적'이라는 가치관이다. 특히 귀농인들끼리 생활공간과 공생가치를 공유하는 코하우징 건축은 이들이 합의한 생활의 원칙이자 방식의 바탕이자 틀이다. '따로 또 같이'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코하우징(co-housing)은 다수의 가구가 공용공간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는 협동주거 형태를 말한다.

민들레건축이 코하우징 단지로 설계, 조성한 영동 백화 귀농공동체마을
▲ 영동 백화마을 민들레건축이 코하우징 단지로 설계, 조성한 영동 백화 귀농공동체마을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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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도 생태적으로, 집도 생태적으로, 사람도 생태적으로

특히 생태공동체마을(eco-village)을 지향하는 노전해솔마을은 '집'을 어떤 방식과 공법으로 생태적으로, 공동체적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할지를 무엇보다 먼저, 깊이 고려하고 있다. 생태건축이야말로 생태마을을 이루는 필수조건이고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딛고 있는 지리산 자락의 토지와 둘러싸인 지역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해악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철칙을 세워놓고 있다. 또 함께 사는 마을주민들과 건강하고 창조적인 인간성을 충분히 나눌 수 있도록 공동의 공간, 그리고 휴식을 위한 개인공간을 모두 균형있게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공동체마을의 교범과 사례는 우리나라 전통주택이나 오래된 마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애초부터 다분히 생태적인 조건들을 갖추고 설계되고 디자인되었다. 마루와 온돌 등 기후에 적합한 건축, 볏짚, 황토흙 등 생태적인 건축재료 사용은 기본이다.

남향의 건물배치 등 에너지 손실방지 및 보존, 재래식 화장실, 미나리밭 하천정화 등 물질순환도 필수적이다. 나아가 풍수지리 등 생태계와 공존하는 자연관 등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었다. 사람도, 집도 지금처럼 자본의 도구,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그저 자연의 일부였을 뿐이다.

무엇보다 생태마을을 이루는 집으로서 '생태건축'이란 '자연환경과 조화되며 자원과 에너지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건강한 주생활, 업무가 가능한 건축'으로 흔히 정의된다.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려는 귀농인에게는 최적의 주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생태건축을 추구하는 귀농인들은 자연생태계를 훼손하거나 오염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나무나 돌 등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재와 자원을 우선 활용하는 게 좋다. 난방, 단열, 연료 등 에너지도 당연히 그 지역의 토양, 물, 태양, 공기 등이 선물하는 자연의 상호유기적 순환체계에 맞춰 그대로 순응한다. 구들문화로 상징되는 우리의 전통 농가주택의 구조를 생각하면 된다. 

또 생태건축은 생물서식환경과 건축환경을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림같은 집'으로 보이기 위한 심미적 치장이나 호사는 억제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공기의 오염, 폐기물 투기, 폐수 배출, 토양 포장은 삼가야 한다.

대신 마당 한켠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생활오수도 정화할 수 있도록 '연못'을 파 두면 좋을 것이다. 인공적 생물서식 공간, 비오토프(Biotope)로 생활 속에서 지혜를 뽐내고 멋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하동 노전해솔마을에서 지금 5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노전해솔마을의 생태적인 설계와 조성을 지원하는 민들레건축사무소장 이종혁건축사
▲ 이종혁건축사 노전해솔마을의 생태적인 설계와 조성을 지원하는 민들레건축사무소장 이종혁건축사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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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귀농의 대전환' : "귀농 또는 자발적 하방을 결행, 농사를 짓든 농사를 짓지 않든, 마을과 지역공동체의 당당한 구성원인 ‘마을시민’과 ‘마을주의자’로서,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하며,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협동과 연대의 공동체 생활과 사회적경제의 생업’을 능히 꾸려갈 수 있는 ‘귀농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주장하고 제안하려 한다.



태그:#노전해솔마을, #생태마을, #귀농, #하동, #부산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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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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