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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 권윤경씨가 모르쇠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모르쇠' 공연 펼친 가수 권윤경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 권윤경씨가 모르쇠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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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간 행적도, 올림머리 사연도 나는요, 모릅니다, 정말 몰라요. 내 이름은 법꾸라지, 나는 뻔뻔 모르쇱니다~'

가수 권윤경씨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헌정곡 <모르쇠>를 부르자, 촛불시민들은 흥겨워하며 "앙코르", "노래 좋다" 등을 외쳤다. <모르쇠>는 지난 12월 7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을 비꼬는 노래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6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 첫 공연이었던 권씨의 무대는 광장을 뜨겁게 달궜다. 공연이 끝난 뒤,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카페에서 권윤경씨와 <모르쇠>를 작사·작곡한 남편 유지성씨를 만났다.

권윤경씨는 1993년 유지성씨가 지어준 곡인 <서울 브루스>로 데뷔했다. 유지성씨가 지난달 25일 권씨가 <모르쇠>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씨는 "권씨가 젊은 세대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 영상은 SNS를 포함한 인터넷 공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모르쇠> 부른 뒤 협박 전화를 받았다"

<모르쇠>는 권씨가 처음으로 부른 정치 풍자 노래다. 부부는 원래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특히, 유지성씨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모릅니다"로 일관하는 반응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청문회만 보다가 국민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모르쇠>를 지었다. 유씨는 "내가 만들어낸 가사가 아니라 김기춘 전 실장이 한 얘기로 이뤄졌다"며 "문화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 번 당해봐라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윤경씨는 처음 이 곡을 받았을 때 부담스러웠다. 유지성씨의 후배 작곡가나 지인들도 "그러다 다친다"며 만류했다. 권씨는 "이 곡을 부르면 가수생활이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며 "여전히 조금은 겁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래가 나온 뒤,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모르쇠>를 다룬 인터넷 기사에는 "밤길 조심해라", "도끼로 찍어버리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권씨는 "그 댓글이 달린 날엔 밤에 밖을 나가지 못할 만큼 무서웠다"라고 했다. 유지성씨는 "'그런 가사를 쓴 머리를 열어보고 싶다'는 협박 전화를 받기도 했다"면서 기자에게 "(아내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보호해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부부는 후회하지 않는다. 권씨의 한 친구가 "기왕 이렇게 된 거 반대쪽이 원하는 노래도 만들어줘라"라고 했다. 권씨는 그 친구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는다. 그는 "저쪽이 원하는 노래를 만든다면 <모르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권씨는 "<모르쇠>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라고 표현했다. 트로트가 촛불집회 무대에서 불린 건 <모르쇠>가 처음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쪽은 "<모르쇠>가 요즘 섭외 1순위"라며 권씨에게 무대에 서달라고 요청했다.

권씨는 "추운 날씨에 신나는 트로트로 국민에게 힘을 주기 위해 나왔다"면서 "무대에 서기 전엔 조금 두려웠지만 촛불시민을 보니까 힘이 났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유지성씨는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켜보며 다음 노래를 기획하고 있다. 유씨가 준비하는 노래의 제목은 <엮었어요>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걸 보고, "이게 다 엮인 거예요"라는 첫 소절을 떠올렸다. 유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세월호 7시간'을 안 밝히느냐"며 "촛불시민이 촛불을 들어 나라를 지킨다면 우리는 음악으로 정의를 지키겠다"라고 강조했다.

노래 <모르쇠>의 가수 권윤경씨(오른쪽)와 남편이자 이 노래의 작곡·작사가인 유지성씨.
 노래 <모르쇠>의 가수 권윤경씨(오른쪽)와 남편이자 이 노래의 작곡·작사가인 유지성씨.
ⓒ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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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권윤경, #유지성,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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