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훈련 중인 대표팀에서 또다시 선수교체가 발생했다. 대표팀은 구원투수 임정우(LG 트윈스)를 제외하고 임창민(NC 다이노스)을 대체선수로 대신 발탁했다.

임정우는 지난해 LG의 마무리로 3승 8패 28세이브(2위)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하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기여했다. WBC는 이번이 첫 승선이었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정규시즌보다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는 WBC 대표팀의 사정상 임정우의 컨디션 회복을 기다릴 수 없었던 대표팀은 어쩔 수 없이 교체를 선택했다.

임정우를 대신할 임창민은 NC의 필승조로 활약해온 불펜 자원이다. 지난해 65경기에 나서 1승 3패 26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57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미 한국이 초대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활약한 바 있어서 대표팀 경험도 갖추고 있다. 이미 임창민은 NC 전지훈련에서도 불펜 투구를 소화할 만큼 컨디션이 올라온 상태로 알려졌다.

야구대표팀은 이번 WBC 들어 유독 잦은 엔트리 교체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미 1차로 최종엔트리에 발탁된 선수들 중 해외파는 마무리 오승환을 제외하고 메이저리그 야수들은 모두 불참했고, KBO리그 정상급 선수들 상당수도 부상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낙마해야 했다.

임정우는 그나마 대표팀에서 몇 안 되는 '젊은 피'였다는 점에서 이번 하차가 무척 아쉽게 됐다. 91년생인 임정우는 허경민(두산. 90년생), 심창민(삼성. 93년생) 등과 함께 가뜩이나 베테랑 의존도가 심하다고 평가받는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처음부터 이름을 올린 소수의 90년대생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임정우의 대체선수인 임창민은 85년생으로 역시 30대를 훌쩍 넘긴 베테랑이다. 대표팀의 세대교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또 한 명의 유망한 젊은 투수가 큰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물론 김인식 감독의 성향이나 대표팀의 사정을 고려하면 국제대회 활약이 검증되지 않은 임정우보다는 차라리 임창민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성인대표팀이 나서는 국제대회가 기본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무대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임정우의 대체자로 지난해 구원왕 김세현(넥센)이 또다시 외면받은 것도 야구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낼만하다. 김세현은 36세이브를 거두며 구원왕에 올랐고 87년생으로 나이도 임정우보다는 많지만 임창민보다는 젊다.

물리적 나이로 구분한 세대교체와는 별개로, 대표팀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엔트리가 대거 교체되며 현재 대표팀에서 처음 발탁된 선수만 9명으로 전체 엔트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대표팀에 현재 오승환, 임창용, 박희수 등 마무리 자원은 충분하다고 봤을 때 오히려 활용도가 애매한 임정우의 대체선수로 김세현보다는 임창민같은 '국제대회 유경험자'가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창민은 2015 프리미어 12에서도 4경기에서 3.2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바 있다.

또한, 임창민은 아무래도 국제전에서 희소성이 높아지는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WBC에서 1차 예선 상대인 이스라엘, 네덜란드에는 빅리그 출신 강타자들도 즐비하다. 이들에게 사이드암 투수는 다소 생소하다. 대표팀은 이전 국제대회에서도 정대현, 김병현, 박석진, 임창용 등 사이드암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미를 본 기억이 많다. 이번 대표팀 역시 우규민, 임창용, 원종현에 임창민까지 가세하며 사이드암 투수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체선수나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정작 국제대회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윤석민은 처음에는 최종엔트리에 발탁되지 못했으나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임태훈(당시 두산)을 대신하여 극적으로 올림픽에 승선했다. 윤석민은 오승환, 정대현, 한기주 등 마무리 후보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인 올림픽 본선에서 롱릴리프와 마무리까지 넘나드는 전천후 계투로 기대 이상의 고군분투를 펼쳤다. 올림픽 성적은 7.2이닝 간 2승 1세이브, 자책점 2.35의 호투로 윤석민은 한국 대표팀의 9전 전승 금메달 획득에 기여한 마운드의 숨은 공로자였다.

2009년 2회 WBC에서 맹활약한 정현욱 역시 '깜짝 활약'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삼성의 주력 필승조 투수였지만 이전까지 국가대표팀 승선경험은 전무했던 정현욱은 WBC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설 때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현욱은 WBC에서 5경기에 등판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10.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74의 놀라운 호투를 펼치며 한국의 결승진출에 기여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거나 부진했던 야구대표팀의 숨은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일약 '국민 노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임창민 역시 윤석민이나 정현욱의 성공사례를 잇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잦은 엔트리 교체와 선수선발 기준 논란 등으로 잡음이 많았던 이번 대표팀에서 임창민의 대체 발탁이 마지막 엔트리 교체이자, 대표팀 마운드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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