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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향신문>은 정부가 드디어 4대강에서 수문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단독기사로 일면에 실었다. 4대강을 현재와 같이 놔두고서는 수질과 생태계 문제를 절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정부의 궁여지책 선택인 것이다.

예상대로 그동안 환경단체와 하천전문가들이 주장한 대로 수문의 상시 완전 개방이 아니라 조금 더 주기가 긴 일종의 펄스방류를 다시 시도한 것이다. 그러니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가 없다. 그러나 어쨌든 수문은 자주 열게 생겼다. 그런데 앞으로 이 문제의 수문을 열고닫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게 된다. 왜? 수문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4대강 보 수문 개방이라는 정부 방침을 앞두고, 상주보에서는 현재 수문을 수리중에 있다
 4대강 보 수문 개방이라는 정부 방침을 앞두고, 상주보에서는 현재 수문을 수리중에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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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현재 수문 수리 중

아니나 다를까 낙동강의 제일 상류에 위치한 상주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상주보가 지금 현재 수문 공사중인 것을 지난 15일 낙동강 모니터링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다.

현장 관계자에 의하면 수문을 와이어 같은 것으로 들어올릴 때 바퀴역할을 하는 롤러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작업은 수문 앞쪽에 폭이 5미터 가량 되는 네 곳의 둥근 인공 작업공간을 만들어 물을 다 뺀 후 그곳에 사람이 들어가 롤러를 교체하는 식으로 수문당 12개의 롤러를 교체한다고 했다. 지금은 제1 수문만 교체작업중에 있고, 5월까지 제2수문까지 모두 교체한다고 한다.    

상주보는 현재 수문 공사 중이다
 상주보는 현재 수문 공사 중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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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4대강에서 수문공사를 하는 광경은 자주 목격된다. 비단 상주보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지난 몇 해 동안 낙동강에서 확인한 것만 해도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의 수문 수리 현장이다.

지난 2012년 8월 합천보는 수문이 고장이 나서 장마기에 수문작동을 못한 결과 수문구조물의 일부가 파손당한 장면까지 목격했다. 그렇다. 4대강 16개 보에서 수문공사를 벌이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문 공사는 잦다. 왜 그럴까?

2012년 8월 장맛비에 창녕합천보의 1번 수문이 열리지 않았다. 2번과 3번 수문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2012년 8월 장맛비에 창녕합천보의 1번 수문이 열리지 않았다. 2번과 3번 수문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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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이 열리지 않아 수문의 일부가 쓸려내려온 쓰레기더미에 찌그러져버렸다
 수문이 열리지 않아 수문의 일부가 쓸려내려온 쓰레기더미에 찌그러져버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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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의 수문 너무 크고 무겁다

4대강 보의 수문이 너무 큰 것이 문제인 것이다. 수문이 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문이 무겁다는 것이다. 수문이 무거우면 들어올리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고 힘이 든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수문공사를 벌이고 있는 상주보의 무게만 해도 540톤이라 한다. 1톤 트럭 540대의 무게를 한꺼번에 들어올리려니 그에 관계된 부속들이 망가지거나 마모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롤러도 국무총리실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에서 지적당한 사항을 이제 교체작업을 벌이게 된 것이란 설명이다.

상주보는 현재 수문 고장 수리중에 있다
 상주보는 현재 수문 고장 수리중에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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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을 크고 무겁게 만들어놓으니 그만큼 고장이 잦고, 그에 따라 계속해서 예산이 투입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것이다. 수문 설계를 한 기술자가 바보는 아닐 것인데, 왜 수문 설계를 이런 식으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수문을 작게 여러 개 만들어 놓을 수도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수문 조작하는 데 더 쉽고 에너지가 덜 들게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다.

4대강 보 수문은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들었나?

이런 상식적인 인식과 달리 왜 4대강의 수문을 이렇게 크고 무겁게 만들었을까? 그것을 역으로 추론해보면 정답이 나온다. 즉 수문을 크게 만들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필연적 이유가 뭘까?

이것이 4대강사업이 변종운하사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4대강사업은 운하사업으로 기획을 했기 때문에 수문을 크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문을 갑문으로 바꿔달면 운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창녕합천보 수문 수리중인 장면. 저와 같은 수문을 갑문으로 개조하면 충분히 배가 다닐 수가 있는 것이다.
 2012년 당시 창녕합천보 수문 수리중인 장면. 저와 같은 수문을 갑문으로 개조하면 충분히 배가 다닐 수가 있는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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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MB가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거짓 발표를 하면서 내심 대운하의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보의 숫자도 늘어나고, 준설의 깊이도 깊어지고, 수문의 크기도 커진 것이리라.

상주보는 지금 540톤 수문을 들어올리는 데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서 수문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540톤이나 나가는 수문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만큼 수문은 또 고장이 날 수 있다.

물폭탄 나기 전에 수문을 더 활짝 열어라

비단 상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4대강 16개 보 모두의 문제다. 정부의 수문 개방 방침에 의해서 앞으로 15일을 주기로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 한다. 수문에 부하가 더 많이 걸리게 마련이다. 수문이 고장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4년 칠곡보도 수문 옆구리에서 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고장이 나서 수리를 했다.
 2014년 칠곡보도 수문 옆구리에서 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고장이 나서 수리를 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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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큰 장마가 지거나 큰 태풍이 왔을 때 수문이 고장이 났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지는 길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재앙인 것이다.

강에다가 이런 구조물을 세워두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물은 휘몰아치는데 보의 수문은 열리지 않으면 보가 부서지고 제방이 붕괴되면서 그 일대에는 물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이런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시개방 그것뿐이다. 수문을 항상 들어놓는 것이다. 그러면 수문이 고장날 이유가 없어진다.

수문을 활짝 열어라
 수문을 활짝 열어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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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4대강의 수질과 수생태계도 회복시킬 수 있다. 지금 정부에서 발표한 조금 주기가 긴 펄스방류로는 4대강의 수질과 수생태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4대강 보의 상시개방만이 4대강의 건강과 4대강 보의 안전을 담보해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취양수 문제라든가, 지하수 문제라든가 수문 개방에 따르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말이다.  

정부는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4대강 보의 수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4대강사업 초기부터 낙동강을 탐사 취재하고 있습니다. 4대강은 흘러야 합니다. 2017년이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태그:#4대강사업, #상주보 수문, #낙동강, #수문 개방, #4대강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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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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