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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로서 입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야 당연하다지만, 이렇듯 맨투맨 식의 역할 분담까지 해야만 하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교사로서 입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야 당연하다지만, 이렇듯 맨투맨 식의 역할 분담까지 해야만 하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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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이지만 복습하듯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요령에 대한 연수를 가졌다. 새 학년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시작된 일정이 됐다. 이제는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이니, 고등학교 교사라면 교과목과 상관없이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적인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앞으로도 족히 몇 번은 더 받아야할 연수다.

서울에서 어렵사리 모셔온 유명 강사라고 한다. 대학별로 좋아하는 학생부의 모델을 제시하며 기재 요령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과연 그는 전문가였다. 매일 학생부를 마주하며 생활하는 현직 교사보다 사교육 업체의 강사가 학생부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했어도, 순간 혹할 만큼 설명은 일목요연했으며 항목별 예시는 명쾌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서울 안에만 머물렀다. '인-서울(in-Seoul)' 아니면 아예 논외였다. 그가 가져온 자료에는 이른바 '주요 10개 대학'에 관한 내용뿐이었다. 입학 정원을 모두 합해도 채 3만 명이 안 되는 그들 대학이 전국 2천여 개 고등학교의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을 호령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최상위권 아이들만을 위해 설계된 건 아닐 텐데 말이다.

강의를 듣는 동료교사들의 눈빛이 빛났다. 여느 연수였더라면 얼마 못가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을 텐데,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무언가 열심히 메모를 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입시 결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교 교사에게 그만큼 유용한 정보라는 것이며, 또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일 게다. 그나저나 학생부가 풍성해지면 아이들도 그만큼 행복해질까.

강의를 경청하다 불쑥 떠오른 아이의 한 마디

"어른들에겐 애향심도, 애교심도 없는 모양이에요. 부모님도, 선생님도, 당신의 후배가 되라는 말씀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다들 스스로를 '루저'라고 여기시는 걸까요?"

강의를 경청하다 언젠가 지방대의 '좋은' 학과보다 차라리 서울 쪽 '나쁜' 학과가 더 낫다는 조언을 익히 들어왔다면서, 한 아이가 불쑥 건넨 말이 떠올랐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모두 지방대를 나왔으면서 왜 하나같이 서울로 못 보내 안달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꺼낸 이야기다. 자신의 출신 대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실력 있는 학생들을 유치하도록 힘쓰는 게 정상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그땐 엉뚱한 녀석이라며 무질러버렸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어쩌면 입시를 코앞에 둔 그가 비뚤어진 세상을 향해 날린 죽비소리였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마따나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도, 교훈을 곱씹고 행사 때마다 교가를 제창하는 것도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는데, 정작 애교심은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멈춰서버렸다.

하긴 지역에서는 아직도 과거 비평준화 시절 잘 나갔던 특정 고등학교 출신이 행세하고 있다. 애교심이란, 고작 고등학교 동문들끼리 만나 술잔 기울이며 돈독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머물러 있을 뿐이다. 언뜻 보면 입시에서 서울행이 좌절된 이들끼리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자기 방어 기제인지도 모르겠다. 애교심을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학벌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한 듯하다.

유능하고 실력 있는 제자가 후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애교심인데, 그렇게 진학 지도하는 지방대 출신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아이들을 통해 자신들이 못 이룬 꿈에 대해 분풀이라도 하듯, 학벌구조를 철저히 내면화해버린 것이다. 이는 지방대로 진학하는 아이들과 스스로를 '루저'로 낙인찍는 꼴인데도, 괘념치 않겠다는 태도다.

입시에 목매단 학교에서 애교심은 말짱 흰소리

입시에 목매단 학교에서 애교심과 애향심은 말짱 흰소리다. 입만 열면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 지방 자치를 부르대지만, 실력 있는 미래세대 아이들을 죄다 서울로 다 보내고 무슨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 오로지 학벌을 위해 서울을 향하는 '탈출'이 멈추지 않는다면 지역은 발전은커녕 나날이 퇴락해가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지역으로 돌아와 봉사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더러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떻게 해서 올라간 서울인데, 그들이 다시 내려올 리 만무하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서울행'에 성공한 이들에게 졸업 후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은 일종의 '좌천'이며, 나아가 '루저'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혹 '지역이 낳은 인재'라는 둥 호들갑을 떨며 선거에 출마할 게 아니라면,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낼 곳을 찾을 요량이 아니라면, 그들은 웬만해선 고향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울로 유학 가는 지역의 최상위권 아이들을 위해 기숙사를 지어주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욱이 재원은 모두 지역민들이 낸 세금인데 말이다.

강사로부터 학생부 기재 요령을 잘 터득했으니 내년 진학 실적이 크게 향상될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것조차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과, 대학에 따라서는 내용뿐 아니라 '양'도 중요하다는 언질을 받았으니 내년부턴 학생부의 매수 또한 대폭 늘어날 것 같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다들 각오가 단단히 선 표정이다.

더군다나 학생부만으로도 부족해, 요즘엔 학년 교사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대학별 입시 전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학교마다 유행이 됐다. 대학마다 전형이 너무나 복잡해 한두 사람이 다 파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입시 전반을 사교육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입시 전형이 복잡할수록 어떻든 사교육 업체에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정 대학의 입시 전문가라는 '벼슬'?

교사로서 입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야 당연하다지만, 이렇듯 맨투맨 식의 역할 분담까지 해야만 하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덕분에 교사라는 직함 말고도 특정 대학의 입시 전문가라는 '벼슬'까지 달게 생겼지만, 언뜻 사교육 업체를 흉내 내는 듯한 느낌도 드는 데다 굳이 조변석개하는 입시 전형을 일일이 챙겨야하나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판인데.

예나 지금이나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교사들이 어떻게 하면 서울대에 한 아이라도 더 합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수를 집계해 순위를 매기듯, 서울대 합격자 수로 전국 고등학교의 서열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더 이상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다. 교육의 질은 여전히 서울대 합격자 수로만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무릇 지방대 출신 교사라면, 애먼 서울대에 눈길을 보내기 전에 어떻게 하면 지방대를 살리고 나아가 지역을 살릴 수 있을지를 우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끼리 연대해 서울대에 진학시키기 위한 노력의 반의반만이라도 지방대의 발전에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면, 아이들의 입에서 '지잡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한때 지역 방송사에서는 '지역이 미래'라며 연일 공익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고, 고향을 들먹이는 공중파의 프로그램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퇴락해가는 지역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부모와 교사들이 자녀와 제자들을 서울로 못 보내 안달 난 현실에서 '지역을 사랑하자'고 백날 떠들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요컨대, 우리는 저 먼 서울대보다 아이들이 기꺼이 지방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하물며 지방대 출신 교사임에랴.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이 손수 해준 집 밥을 먹고 다니며, 적은 비용으로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 대학별 입시 전형을 암기하듯 공부하는 그 열정으로, 정부를 향해 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엔 서울만 있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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