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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기침으로 시작된 징글징글한 병치레.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감기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감기라고 하기엔 다른 여타의 증상이 하나도 없어서 감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했다.

시간이 지나도 증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단 감기약을 먹어봤다. 며칠을 복용해도 들지 않았다. 이상한 마음에 이비인후과에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후두 내시경을 통해 목 안을 들여다보시곤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을 내리셨다. 이 약 먹으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 낫지는 않고 오히려 감기 증상까지 동반되어 증세가 더 심해졌다. 위산이 역류되어 쓴 물이 목을 타고 올라와 입안에 머금어졌다. 그렇게 몇 번 같은 일이 지속되더니 어느 순간 목소리가 안 나온다. 후두염으로 번진 게 분명했다. 나는 그 때부터 안절부절했다.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인터넷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다.

최근 5년간 두 배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역류성 식도염 발병률이 기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서구 국가에 비하면 낮은 발병률이지만 식단이 점점 서구화되면서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확인한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이러했다.

가슴이 타는 느낌이 들며 답답함
신물 혹은 쓴물이 올라옴
증상이 심하면 목소리가 안나옴
소화불량 증상이 자주 나타남

내 증상과 일치했다. 흉통은 참을 만했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타인과의 대화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대화가 힘들어지면서 지인들과의 약속을 피하게 되었고, 점차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때만 해도 조금만 지나면 씻은 듯이 나을 줄 알았다. 호전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보들을 찾아 나섰다. 호전이 되려면 일단 왜 이 증상이 나타났는지 원인부터 찾아야했다.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은 이러했다.

복부비만, 흡연, 음주, 과식, 식후 바로 드러눕기, 스트레스, 운동 부족, 야식.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중에 하나인 잦은음주
▲ 음주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중에 하나인 잦은음주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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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인들 중에 '식후 바로 드러눕기'만 빼고 모두 해당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이때부터 역류성 식도염을 이겨내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위에 해당되는 목록들을 하나 둘 씩 지워나가기 위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유산소 운동으로 뱃살 빼기, 금주, 소식하기, 마음의 평안 찾기 등등의 행동 처방을 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난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흡연이다. 하루에 평균 8개비를 피웠는데, 그 중독성이 꽤 큰 편이어서 흡연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금연 성공

금연 클리닉 12주 성공하여 선물을 받았다.
▲ 금연 성공 선물 금연 클리닉 12주 성공하여 선물을 받았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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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클리닉을 방문했다. 나는 금연클리닉이 개설된 인근의 병의원을 이용했다. 예전엔 보건소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지만, 병의원에도 금연클리닉이 개설되면서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그렇게 1주, 2주, 결국 12주를 채우고 금연 성공 도장을 받았다. 평소 금연을 해야겠다는 다짐만 했었는데,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 덕분이랄까. 한번에 끊게 되었다. 담배 값 인상으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했는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불어 금연 성공 선물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더 좋으랴.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류성 식도염은 호전되지 않았다. 정말 지긋지긋한 병이다.

한의원과 병원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는 의료기관들은 다 가본 것 같다. 인터넷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찾아봤는데, 서로 자기 네가 치료를 제일 잘한다며 광고들을 엄청 하더라.

먼저 한의원을 찾아가보았다. 역류성 식도염의 기전을 설명하며, 근본부터 치료해야 한다고 하신다. 최소 6개월은 꾸준히 탕약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보건정책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다.

그런 내 입장에서 6개월 동안 한약 먹을 생각을 하며 의료비를 계산해 보았다. 당연히 비급여이기 때문에 보험 적용은 되지 않을 것이므로 온전히 내가 지불할 몫이다. 분명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 일단 한 달간 복용해 보겠노라고 하고 복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복용 후에도 좋아짐을 느끼지 못했다. 한 달만 더 먹어보자고 마음 먹고 더 복용했다. 역시나 호전되지 않았다. 포기했다.

다시 병원을 찾았다.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조금 있으니 약을 또 몇 달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안심시킨다. 그렇게 양약을 몇 달 먹었는데, 역시나 호전되지 않았다. 역류 방지를 위한 위산억제제를 오래 복용했더니 오히려 소화가 더 안 되고 더부룩했다.

한의원도 병원도 내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꾸준한 운동 덕분에 복부비만 수치는 좋아진 상태였다. 그런데다가 금연, 금주, 금카페인까지 지속하던 상황이라 호전되지 않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았다. 도대체 방법은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겉으론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오히려 꾀병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호전되지 않는 증상  

마음을 비울 때가 된 건가. 이젠 내 증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하늘에 맡기자고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올 땐 사람들 앞을 피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매일 운동하고, 목에 좋다는 목캔디며 프로폴리스며 꿀물과 도라지 진액까지 모두 섭렵했다.

목 통증뿐만 아니라 소화불량의 지속도 문제였다. 소화가 안 되면서 배변활동 까지 어려워졌다. 며칠에 한 번 화장실에 갈까 말까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총체적인 문제를 약 10개월간 끌다보니 이젠 모든 게 지쳐서 우울증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직장 생활도 인간관계도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내게 '역류성 식도염'은 지옥 같은 경험을 안겨준 나쁜 질병이다.

호전이 됐네

기대하지 않고 찾았던 어느 의원에서 뜻밖의 약 처방을 받았다. 약 내용을 또 뚫어지게 분석했더니 대체로 '소화제'가 우세했다. 물론 위산억제제 약도 있었지만, 다른 의원의 약 복용법과 조금 달랐다. 다른 의료기관에선 아침 식전에 위산 억제제를 복용하도록 지도했지만, 이곳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복용하라고 일러줬다. 그리고 나머지 약(주로 소화제)은 식후에 먹도록 지도받았다.

그렇게 열흘 쯤 지났을까. 기대하지 않았는데 몸이 점점 나아짐을 느꼈다. 섭취한 음식이 위를 거처 쭉쭉 내려가는 기분이다. 배변도 좋아져서 이틀에 한 번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후두염도 점차 좋아져서 목소리를 내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어떤 원리로 어떻게 좋아진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좋아졌다는 자체가 좋았다. 물론 100% 완치는 아니다. 그렇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서 대화할 정도의 몸은 만들어진 것이다.

건강이 제일 중요해

바쁜 현대인들은 건강을 돌 볼 시간이 없다. 야근 횟수도 잦고, 지인들도 만나야 사회생활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각자도생'의 삶 속에서 가족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꼼꼼히 챙겨야하니 사람의 인생이 편할 날이 없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 살아남으려면 일단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해야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가족도 챙길 수 있다. 필자의 나이도 이제 불혹의 나이를 향해 달려간다.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놀아도 끄떡 없었던 시절, 그때와 확연히 다름을 벌써부터 느낀다. 우리는 평소에 건강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그래서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나름 중병에 걸렸다. 평소 건강을 챙기고 관리해야 무병장수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그 기간을 아프지 않게 보내야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암튼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역류성 식도염은 빠르게 호전 중이다. 재발되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야겠다.



태그:##역류성식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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