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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인 내일학교에서는 최근 자기 자신을 수십 번 뒤집었다 폈다 해야 하는 '나 나무'와 '나 생애정원' 발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것은 나 자신을 '나무', 혹은 '정원'에 빗대어 표현해보는 과제이다. 신입생이나 체험생들은 '나 나무'를 발표하고, 이미 '나 나무'와 '나 자동차', '나 집'을 해보았던 학생들은 '나 생애정원'을 발표하였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의 리허설을 사전에 검토하여 1차적으로 Pass와 Fail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본발표하는 날, 조명과 촬영장비 앞에서 학생들은 바짝 긴장했다.
 본발표하는 날, 조명과 촬영장비 앞에서 학생들은 바짝 긴장했다.
ⓒ 내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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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받는 학생들은 몹시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엄청난 긴장을 맛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의미로 떨리고 두근거렸다. 평가하는 것이 뭐 어렵나 싶겠지만, 여기는 내일학교다. 학생이건 자람도우미건 쉽고 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은 거의 없다. 평가를 하는 나 자신이 말 그대로 평가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다.

사지선다 시험이라면 점수를 매기면 그만이고, '논술'이나 '수행평가'라 해도 몇가지 패턴에 따라 평가를 하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내일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던져 과제에 임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니 나도 나의 모든 것을 걸고 평가를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진솔할 것을 요구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 자신도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

평가를 할 때에는 우선 학생의 발표를 면밀히 살펴본다. 그리고 학생이 이 과제를 잘 이해했는지, 얼마나 고민을 해봤는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만큼 몸부림을 쳤는지, 발표로서의 완성도는 뛰어난지, 보는 사람들을 얼마나 고려하였는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는지 등을 하나씩 평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발표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감동을 주는지를 '느껴본다'.

어려운 것은 이 모든 것을 학생이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더욱 어려운 것은, 학생이 맞닥뜨린 과제를 나 역시 경험해서 극복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어떤 지점이 어렵고, 어떤 지점에서 막히고, 그 부분을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사실적으로 실감나게 설명할 수 있다.

지금 와서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번 '나 나무' 과제는 평가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나 나무'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쪼개어 나도 '나 나무'를 진행했다. 옆에서 볼 때에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백지를 앞에 놓고 '멍때리기'를 몇 시간이고 해야 했다. 그렇게 나도 스스로를 '나무'로 표현해보고 나니, 비로소 학생들에게 부끄럼없이 평가서를 쓸 수 있었다.

학생들은 총 3번까지 리허설을 해서 사전평가를 받을 기회를 받았다. 단번에 통과한 학생들도 있었고, 3번째에 겨우겨우 통과한 학생들도 있었다. 세 번 다 Fail을 받아서 정식 발표에 참여할 기회를 받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사실, 내일학교의 평가는 모두 절대평가이기에 첫 발표를 하는 학생들은 유리한 부분이 많다. 처음임을 감안해주기 때문이다. 오래 있었던 학생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또 겉으로 보기에는 매끄럽고 유려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을 찾고 드러내기 위해 '몸부림'을 친 학생에게는 아무래도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통과한 학생들은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정식 발표'를 하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예전에는 1차 발표 때부터 모든 선생님들이 다 평가에 임했는데, 그러다보니 반복해서 Fail이 나왔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리허설 영상을 미리 제출하여 평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본 발표를 한 학생들은 거의 다 통과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리허설을 거치며 쑥쑥 나아지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래. 평가는 더 나아지기 위해 받는 거지.'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우리는 고작 시험점수 1점, 2점에 줄세워지고 평균점수 떨어졌다고 얻어맞기나 했는데.

먼저 태어나서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본 사람으로서 배우는 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너는 100점짜리, 완벽해. 너는 90점짜리, 좀 하는군. 너는 60점? 희망이 없다.' 이런 낙인이 아닐 것이다. 학생이 아직 모자라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등을 밀어주고, 엉뚱한 산으로 가고 있다면 그산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제대로 갈 방법을 일러주어야 할 것이다. 내일학교에서의 'Pass'는 '잘 하고 있으니 이러저러한 부분에서 더 노력해봐'라는 뜻이고, 'Fail'은 '지금 방향은 엇나가 있어, 초점을 다시 맞춰봐'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위로하고, 나아가 어떤 '구원'을 얻는 결과에 다다르곤 했다. 내가 저 나이 때 어땠는지, 그때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때 누가 이런 도움을 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 그대로 그 시기의 어두운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나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기분마저 든다.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가도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듯한 이런 경험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사전 리허설에서 두 번의 Fail을 받고 힘들어하던 학생이 나에게 따로 질문을 해왔을 때였다. 내가 반복적으로 '자신을 숨기거나 꾸미지 말고 솔직하게 드러내라'라고 조언하자 과연 '스스로를 드러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물어왔다. 이 질문을 받고 '그러게, 나 자신을 드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순간 당황'한 나는 몇 시간을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조금 늦었네요. 답변하기 쉬운 내용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사진을 찍을 때, 그림을 그릴 때 등 어떤 순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번 그 감각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다보면 조금 더 쉬워질 수 있어요.

일단은 먼저,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과 생각나는 대로 표현한다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라'라고 하면 그냥 생각나는 대로 툭 얘기하는 걸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무례하거나 거친 모습이 노출되어서 역으로 본인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요. '자신을 드러내라'라는 요구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 두 가지를 혼동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 예를 들어 '나 너 정말 짜증나거든?' 같은 감정이나, '졸립다... 이거 하기 싫은데...' 같은 생각을 즉시즉시 말해버린다면 그건 그냥 무례하고 상스러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드러내야 할 자신'이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고 말하자면 내가 입고는 옷이나 아니면 피부에 낀 때 같은 거예요. 그건 진정한 자기 자신이 아니지요. 그런 걸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스스로 감각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비유하기를, 자아란 빙산과 같아서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어서 잘 인식되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지만 우리가 하는 생각이나 느끼는 감정, 행위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이 부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에 따라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것들에 휘둘리면서 이유도 모른 채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괴감으로 평생을 보낼 수도 있을 거예요.

수면 아래에 있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인식하고 드러내어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표면에 드러난 부분을 잘 살펴보는 게 좋아요. 표면에 드러난 부분들이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냥 생겨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대부분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 있는 부분들과 연결되어 있지요. 그래서 표면에 드러난 부분을 잘 따라가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거의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들이 있어요.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내가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는데, 남들은 안 그런데 유달리 피하게 되고 싫은 것들이 있어요. 보통은 살면서 겪은 경험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해소해주지 않으면 계속 발목을 잡히게 돼요.

예를 들면, 저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중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제 주변 사람들이 책을 선물하면서 나에게 '애정'을 표현했던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싫어하는데, 학교다닐 때 강제로 두발 통제를 받은 기억 때문이겠죠? 이런 식으로 시작하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질 수 있어요. 

가장 먼저 해보는 것으로는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해보는 걸 권해요. 평소에 별로 생각하지 않던 사소한 부분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이 모두 어두운 무채색이라든지, 옷들이 모두 꽉 낀다던지, 아니면 너무 헐렁하다던지, 유달리 꽃무늬가 많다던지 하는 것들도 힌트가 될 수 있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낸다면요. 영화중에서도 유난히 모험영화를 좋아한다던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떠들썩한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던가, 유난히 어떤 말을 싫어한다든가, 다양한 것들이 있을 거예요. (누구나 좋아하거나 싫어할만한 것들 말고, 나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들을 중점적으로 찾아보는게 좋아요. 좀 유난스러운 것들로요.)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평소에 자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걸 알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고, 깔보게 될 것 같고, 이상하다고 여길 것 같은 부분들이 있어요. 그것을 찾아보고 글이나 그림, 사진, 스토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보세요. '나 정원'에 이 부분을 반영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표현한 것을 다시 보고 느껴보세요. 이게 왜 그렇게 숨기고 싶었지? 꺼내놓고 보니 별거 아닌데? 혹은, 아 내가 이런 걸 힘들어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나서 그러면 앞으로는 이렇게 해볼까? 어떻게 달라질까? 그런 시도를 해보면 다시 또 내면과 외면에서 바뀌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이 과정을 거친 것들을 발표에 반영하면 분명히 보는 사람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이 돼요. 그리고 마음에 울림을 주죠. 이런 것들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본인에게 감각이 생길 거예요. 주의할 것은, 한번 된다고 해서 그 다음이 쉬워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만약 쉽다면 충분히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구요. 한번 내면에 있는 것이 해소가 되었어도, 그 다음엔 또 그만큼 더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될 수 있지요. 물론 그러면서 좀더 자아가 진솔해지고, 투명해지고, 인간으로서의 매력도 늘어나게 되겠지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는 이런 평가서를 총 스물아홉 번 작성했다.

왠지 학생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내가 더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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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에 있는 독립대안학교 내일학교의 '자람도우미' 김가람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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