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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22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오마이뉴스>는 창간했습니다. 어느덧 창간한 지 17년이 지났고, 시민기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해온 시민기자들의 창간 17주년 소감을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이번에 저희가 창간 17주년을 맞아서 '<오마이뉴스>와 나'라는 기획을 준비 중인데요. (생략)"

편집기자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며칠째 백지상태로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욕심은 커져 가는데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았습니다. 깜빡이는 마우스 커서처럼 눈만 끔뻑끔뻑 감았다 뜹니다. 결국은 약속한 시간을 넘기고서야 쓰기 시작합니다. 지금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히 얘기하자는 마음으로.

'시민기자' 호칭이 주는 묘한 떨림
그의 첫 기사가 송고된 날, 오마이뉴스 편집기사들은 환호했습니다. '대어'를 낚은 기분이었달까요. (중략) 뛰어난 뉴스 감각에 위트까지 겸비한 계대욱 기자는 최근 만평까지 진출했습니다. '멀티플레이어'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 2016년 2월 '뉴게릴라상' 선정이유 中
 그의 첫 기사가 송고된 날, 오마이뉴스 편집기사들은 환호했습니다. '대어'를 낚은 기분이었달까요. (중략) 뛰어난 뉴스 감각에 위트까지 겸비한 계대욱 기자는 최근 만평까지 진출했습니다. '멀티플레이어'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 2016년 2월 '뉴게릴라상' 선정이유 中
ⓒ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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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대욱 시민기자님, <오마이뉴스> 편집부입니다."

아직도 낯설고 얼떨떨합니다. 이름 뒤에 붙은 '시민기자'라는 단어가 여전히 익숙지 않습니다. 지난해 2월 첫 기사를 썼으니 벌써 일 년의 시간이 지난 셈인데도 어색합니다. 두서너 칸 띄워 쓴 글자처럼 거리감이 살짝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처럼 불편한 건 아닙니다. 다만 거울에 비친 모습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다듬듯, 자꾸만 살펴보게 됩니다.

내 글과 그림이 '시민'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기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일까.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그만큼 더 애쓰게 되는 거 같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철학이 담긴 말. 그 문장 끝에 물음표를 붙이면 움츠리게 되다가도 느낌표를 붙이면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시민기자'라는 호칭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떨림. 조금 부족해도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써야겠다며 꾹꾹 눌러 쓰고 여러 번 고쳐 보게 됩니다.

궁금해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 쓴 글이 첫 기사가 되고,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장 한 장 카드뉴스로 만들어 올린 것이 기대 이상의 반응과 평가를 받았습니다. 댓글이 달리고 공유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게 신기했습니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내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걸 부당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구나'.

내 눈높이와 상식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늘 고마운 일입니다. 다른 시민기자의 기사를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창이 있음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것, 봤지만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눈여겨 볼 수 있다는 게 또 고마운 일입니다.

처음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커보였다면 지금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더 커 보입니다. 어려운 말 안 쓰고도 한 번에 쓱 읽히는 글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쓸까' 부럽기도 하고 또 많이 배우게 됩니다. 한 번 만나 직접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싶은 분들도 많습니다. 좋은 기사를 읽고 나면 좋은 기운을 얻게 됩니다. 저 사람처럼 잘 쓸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계대욱 만평', 또다른 나를 발견하다

'이건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카드뉴스를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가 문득 하나의 프레임 안에 모든 걸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포토샵 창을 무조건 열고, 도구상자의 기능을 하나씩 물어가며 레이어를 깔고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렇게 도형으로 만든 그림의 제목에 '만평'이라는 말머리를 처음으로 달았습니다.

만평의 매력에 빠지면 빠질수록 표현하고 싶은 건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데 그걸 다 표현하기엔 실력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결국엔 먼지 쌓인 상자를 열고 동생이 쓰다가 만 타블렛을 꺼내들었습니다. 삐뚤삐뚤 마음과는 다르게 그어지는 선을 지웠다가 다시 그었다가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갔습니다. 더 잘 와 닿게 그려내지 못한 아쉬움과 표현의 한계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석정현 작가가 9년 동안 쓴 <석가의 해부학 노트>
 석정현 작가가 9년 동안 쓴 <석가의 해부학 노트>
ⓒ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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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막상 내 손으로 그려보지는 못했었는데 <오마이뉴스> 덕에 첫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서점에서도 일러스트와 이야기가 함께 있는 책들 앞에서 발길이 머뭅니다. 소설과 시집으로 채워졌던 책장이 그림책으로 하나씩 채워집니다. 감탄하면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 하나, 그 안에는 수없이 긋고 지우기를 반복했을 그 사람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이 웹툰의 제목을 특히 좋아합니다. 한 사람의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이지만 해보고 싶습니다. 꾸준히 쓰고 그리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저만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켜봐주세요. 계속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호외에 실린, 만평
 오마이뉴스 호외에 실린, 만평
ⓒ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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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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