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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개처럼 일해서, 정승같이 쓰라."

그랬다. 열심히 일했다. 열정을 다해서, 그리고 돌아온 것은 실업수당? 이게 왠말인가. 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 속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이번 명절에도 어른들로부터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야지. 젊은 게 자산이야. 밤늦은 시간까지 회식자리에서 술을 기울이던 과장님은 한마디씩 덧붙인다. 이것도 다 사회생활이야.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청년들은 사회생활이라는 이유로 침묵했다. 그러나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청년들의 메아리 같던 목소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이재명과 청년들의 공정페이 간담회, YES 공정페이! OUT 열정페이!>가 열렸다. 청년들은 그간 숨긴 비명과 고민을 풀어냈다.

공정페이토론회에 참여한 청년유니온 노동상담국장
▲ 공정페이 토론회 공정페이토론회에 참여한 청년유니온 노동상담국장
ⓒ 한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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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3살 때였어요. 저도 3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회사에 늘 갔었는데, 어느 날부터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회사가 없어져 버린 거예요. 석달 치 월급을 받지 못했죠. 너무 억울했어요. 청년들을 착취하는 현실을 보면서 희망이 사라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이전에는 희망이 있었어요. 더 열심히 살면 부모세대보다는 나을 거라는 그런 희망. 그런데 지금 청년들을 보면 기성세대보다 더 어렵고, 소위 수저론이라는 이야기처럼 흙수저가 사다리 타고 올라갈 수 없는 세대가 됐어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어요. 그 억울했던 제13살의 기억을 가지고 말이죠."

이재명 시장이 말문을 열자, 청년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냥 음악이 아니었어요. 제 삶이었고, 제 땀이었어요."

작곡가 김영인씨는 열정적으로 5년이나 일했다. 페이는 당연지사 없었고 말이다.
▲ 공정페이 토론회 작곡가 김영인씨는 열정적으로 5년이나 일했다. 페이는 당연지사 없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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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인영 작곡가는 소송 중이다. 김씨와 같은 음악인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힘들었다. 매일 찾아오는 월세날과 통장을 스쳐 가는 듯한 아르바이트비. 그러나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언젠가는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듣고 위안을 얻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는 월세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희망은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그녀는 작곡가로 5년동안 소속사에서 활동했지만 무급으로 일할 때도 있었고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돈을 받기도 했다.

"주말, 새벽, 늦은 퇴근 그런 것은 일상이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작곡한 음악에 대해 저작권을 가질 수 없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야기했죠. 불합리함에 관해서 이야기 했는데, 회사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또 소위 이 판이라고 하죠.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더는 이 판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말해요."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랜 노동을 했던 이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였다. 지금은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소송 중이라 하루하루가 투쟁이다. 그저 당연한 것을 요구했을 뿐인데,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그들은 꿈을 포기하거나, 입을 닫고 불합리함에 순종하기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이것이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인가.

왜 출근할 때만 카드를 찍는 거죠? 3개월의 그림자 노동

"매일 아침 출근 카드를 찍었어요. 그런데 퇴근할 때는 카드를 찍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왜 그런지 궁금하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하라고 하니깐. 그리고 월급날이 돼서 알았죠. 제 노동이 열정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말이죠."

최근 이랜드의 아르바이트 시간 단축보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발언을 한 청년은 패밀리레스토랑에 가서 매일 힘겹게 접시를 닦고 시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을 아는 형이 매니저라 견뎠다고 한다. 혹시 형에게 해가 갈까 봐.

"대학교 현장 실습, 인턴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래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그는 무색해지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현장실습, 인턴이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너 아니어도 사람 많다는 식의 인턴은 일회용품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마저도 실업난 속에서 하나의 스펙으로 한 줄을 적으려는 청년들의 경쟁으로 인해 경쟁률이 10:1이 넘습니다. 또한, 긴 실업난 속에서 매일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당장 갈 수밖에 없는 곳은 열정페이 사업장. 장시간 저임금의 일자리만이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열정페이 저임금의 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는 김병철 청년유니온 팀장은 청년 당사자들의 결사체를 강력히 주장했다. 결사체가 여러 모임들이 정치적 힘을 가지고 어떤 것이 문제라고 외칠 때,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것을 해야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사람은 욕망이 있는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성과를 이용해서 부를 더 키우고 싶은 것은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국가는 그런 이기적인 부분을 통제하고, 조금 더 선함이 강조될 수 있도록. 아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연대가 중요합니다."

"한 노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급되지 않는 그림자노동인 초과근로가 주 8시간이 넘는다고 합니다. 출근 시간 전에 모이는 암묵적인 청소시간, 회의시간. 너무나도 당연한 야근. 이러한 초과근로 속에서 과연 누가 이익을 얻고 있을까요. 지불하지 않는 노동시간에 대한 이윤은 연 2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법정노동시간을 넘기는 공식적인 통계가 35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럼 질문을 던져봅니다. 법이 있잖아. 법이 지켜주잖아. 그렇습니다. 법은 정말 좋게, 아니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지켜지는 사회였습니까?"

"초과근로 시 1.5배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0.8배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초과근무는 상여금 지급대상도 되지 않지요. 그렇게 하고도 법의 접촉 망을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만일 1.5배의 임금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 촘촘히 구성한다면 기업들은 초과근무를 시키는 것보다 고용을 늘리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33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일자리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원칙대로만 시행해도 기업은 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지역 화폐(지역에서 소상공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소득개념)입니다. 그럼 소상공인을 위한 업체에 사용되는 화폐가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새로운 시도가 아닙니다. 대공황을 겪었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과 유사합니다. 공공의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이 사람을 고용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 그것은 공산주의가 아닙니다. 공정한 경쟁을 말합니다. 공정한 대가 지급을 말합니다. 그러한 공정한 사회 속에서 경쟁이 일어날 때 더욱더 창조적이고 양극화 없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해결책

김병철 팀장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1) 청년 의무고용비율의 확대
(2)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
(3) 최저시급 1만 원
(4) 노동경찰관 1만 명

"의무적으로 청년들이 사회를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고의 법률을 가지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바로 노동경찰관입니다. 현재는 근로감독관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인당 1,000명에 달하는 노동쟁의건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야 말로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없을 만큼 바쁩니다. 개인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필요합니다. 신고하지 않아도 항상 근로 기준을 감시하는 노동 경찰이 존재해서 노동법이 정상적인 기준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확립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은 함께 이야기 하고 토론할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게 공감이고, 연대입니다.
▲ 공정페이 토론회 구체적인 해결책은 함께 이야기 하고 토론할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게 공감이고, 연대입니다.
ⓒ 한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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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날아온 청년, 목포에서 하청업체의 직원으로 일하다가 억울해서 뛰어나왔다는 청년, 기본소득을 반대했지만 성남시에서 있으면서 그 혜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청년.

모두 개인적인 경험은 달랐지만 '열정페이 OUT, 공정페이 YES'라는 동일한 목표 아래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헌법 제1항 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혀있다. 대한민국을 살아갈 청년들은 외쳤다. "혜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상식을 요구한다"고 말이다.

최근 개봉한 <더 킹>이라는 영화에선 '역사는 늘 비겁한 자들이 승리해왔다'는 말이 나온다. 늘 상식적인 일을 해온 사람들은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열정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상식적으로, 인간적으로, 정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고 했던가. 청년인 우리는 외친다. 선택할 것이며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정상적인 열정에 답해주는 사회, 침묵하지 않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말이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이 유행이다. 그렇다. 침묵할 때 우리의 이번 생은 망할 수밖에 없다. 불가능하다고 적응하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고한다. 정책은 의지이며, 상상이다.



태그:#이재명, #청년정책토론회, #열정페이,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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