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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크기는 사랑의 크기'라는 말이 있다. 자기 혼자만 사랑한 사람이 죽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위해 울지 않는다. 자기 가족만 사랑한 사람이 죽었을 때 그 가족들만은 그를 위해 울어준다. 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 사람이 죽었을 때 온 나라와 민족의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고 울어준다.

고상만의 <수사반장>
 고상만의 <수사반장>
ⓒ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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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의 수사반장>을 읽으면서 너무도 안타까웠던 점은 아직도 이 땅에 억울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은 저자 고상만의 '극성'때문에 그 억울한 사연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려지게 되어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진국은 경제가 막강한 국가가 아니라 국민 낱낱의 인권이 존중받는 나라다.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만 존중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초래했다.

내가 아는 고상만은 남의 끼니를 걱정하고 남의 인권 침해에 대해 분노한다. 그는 자신의 가족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것에 만족을 못한다. 그는 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우리 시대가 직면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그리고 그것을 꼼꼼히 기록한다.

지난 며칠간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밤새워 읽으며 저자의 따스한 가슴과 뜨거운 열정이 너무나 고마웠다. 다음은 지난 2월 7일부터 저자 고상만과 국제전화와 이메일로 대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사연"

- 이 책 <고상만의 수사반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만 2년간 제가 진행해온 국민라디오 팟캐스트 <고상만의 수사반장>에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야기를 글로 묶어 낸 책이다. 크게 3부로 나눠 다뤘다. 먼저 경찰, 검찰, 법원 등 국가 공권력과 사법부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사연. 그리고 두 번째는 군 복무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거나 피해를 입은 군인 또는 유족의 사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일상사에서 일어난 어떤 억울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독자 분들이 딱딱한 글이 아니라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나와 우리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쉽고 흥미있게 쓰고자 노력했다."

- 이 시기에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만 2년간 진행하고 종방한 지 1년여가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 방송을 다시듣기 해 주고 계신다. 또 적지 않은 분들이 고상만의 수사반장 시즌3을 다시 해 주실 계획이 없냐고 물어 와 참 고마웠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해 온 방송 중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애정 그리고 공감해 주신 사건을 중심으로 '글로 읽는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내면 어떨까 싶어 책을 내게 된 것이다. 방송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그 사연을 책으로 읽으면 보다 더 깊이 공감할 거라 기대한다."

- 대통령이 포주였다는 '미군 위안부'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는지?
"흔히 많은 분들은 위안부 피해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새로운 반전을 담은 이야기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미군 위안부 운영 과정에서 과거 박정희 정권 하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인권유린에 대한 사연을 담은 것이다. 특이한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들 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에피소드도 담았다. 이 글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의미 있는 공부도 하시게 되리라 기대한다."

-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많이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눈물 때문에 함께 듣던 분들이 같이 울었다는 사연을 본 적도 있다. 이 책을 쓰면서도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들었다.
"고상만의 수사반장 애청자 분들이 방송 당시 전해 주시던 말씀이 있었다. 사연이 너무 가슴 아파 한 번에 듣기 어려워 여러 번 나눠 들었다는 말씀이었다. 그 의미를 제가 잘 몰랐는데 이번에 책을 쓰면 알았다. 방송 때는 사고 안 나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서서 잘 몰랐는데 한 줄 한 줄 글로 다듬어 정리해 가면서 다시 읽어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때론 흐느껴 울기도 했다. 사연 피해자의 심정을 생각하니 이미 생을 달리한 그 분들은 얼마나 절박했을까 싶었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쓰고자 노력한 것이다."

- 책에서 독자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사연을 꼽고 싶은가?
"모든 사연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고 꼭 전하고 싶은 사연이지만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첫 번째는 '잊혀진 그 아이, 이경택 학생 일가족 사망 사건의 비밀'이다. 방송 중에 제가 추모곡을 불러 많은 분들이 함께 눈물을 흘린 사연이기도 하다. 엄마, 아빠와 여동생 그리고 고3이었던 이경택 군 등 일가족이 차례로 목숨을 끊었던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담은 내용이다. 이를 통해 그 분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두 번째 사연은 천만 관객으로부터 선택받은 영화 <7번방의 선물> 모티브가 된 1972년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사건 그리고 세 번째로는 많은 분들에게 공분을 샀던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 손형주를 잊지 말아주세요' 편 등이다. 사건 발생 및 전개 그리고 현재시점에서의 결과를 담아 새롭게 정리했는데 아마 흥미롭게 읽어가다 보면 피해 당사자 분들의 억울함과 마주치게 되리라 기대한다."

"같은 사건으로 3번 기소되어 유죄 선고받은 귀농부부"

- 팟캐스트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낀 일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청취자 분들이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사랑해 주신 덕분이다. 무엇보다 보람 있었던 일은 충북 경찰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부부가 같은 사건으로 3번 기소되어 유죄 선고받은 충주 귀농부부 전과자 사건이다. 이 방송을 통해 처음 세상에 이 사연을 알렸는데 다행스럽게도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박훈 변호사님과 충주 안혜정 변호사님의 변론 덕분에 8번째 재판에서 처음 무죄를 받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받았다. 지금은 재심 전문가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이 사건 재심을 맡아 진행하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 <고상만의 수사반장>에서 다룬 사건 중에 재심 진행 중인 사건이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안다. 존속살인 무기수인 김신혜씨 사건인데 저자가 오랫동안 이 사건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방송에서 5번으로 나눠 다뤘던 주제다. 전남 완도에서 지난 2000년에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씨 사건이 사건 발생 15년 만에 재심 개시 1심에서 개시 결정을 받아낸 것이다. 이 사건 역시 박준영 변호사가 맡아 수고해 주신 덕분인데, 고상만의 수사반장에서 사건을 다룬 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보도 협조를 요청하여 이어진 결과였다. 이외에도 방송을 하면서 여러 결실을 얻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 방송 덕분에 얻은 별칭이 있나? 저자를 '고상만 반장'으로 부르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별칭에 대해 만족하나?
"<고상만의 수사반장> 방송 첫날인 지난 2014년 4월 2일에 공동 진행자인 가수 손병휘씨하고 호칭에 대한 논의를 잠깐 했다. 앞으로 방송에서 서로를 어떻게 지칭할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방송 제목이 <고상만의 수사반장>이니까 저는 반장님으로, 그리고 가수 손병휘씨가 저보다 위니 '병휘 형님'으로 칭하자고 했다. 이후 병휘 형님이 방송에서 저를 '고 반장'으로 부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처음엔 좀 어색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 스스로 참 좋다. 사실 이 별칭 전에는 제 호칭이 그야말로 팔색조였다. 조사관, 보좌관, 간사, 감사관, 기자, 작가 등등 다양한 호칭이 있었는데 지금은 '고 반장'이라는 호칭으로 80% 정도 통합되었다고 할까? 특히 sns에서 저를 고 반장으로 불러주시는데 그 별칭에 부끄럽지 않게 진심을 다 하겠다."

"군에 입대한 아들의 사인 밝히기 위해 목숨 거는 엄마"

고상만
 고상만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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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이야기를 좀 여쭙겠다. 군 의문사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을 목표로 하는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연극을 기획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지난 19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이후 지금까지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왔다. 그래서 그 유족 분들과 함께 명예회복과 관련한 입법운동을 해 왔는데 이를 보다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얻은 결론이 연극 <이등병의 엄마> 제작 기획이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엄마를 통해, 그리고 나는 아니겠지 여기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불행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 군 유족분들과 전문 배우가 다양하게 참여하여 아주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오는 5월에 찾아 뵐 예정이다."

-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후원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실 수 있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이등병의 엄마>에 표를 미리 구매해 주시면 된다. 각각의 리워드를 선택하여 결제해 주시면 그 선결제 비용으로 연극을 만들어 저희가 초대하게 될 것이다. 또 연극 이전에 전국 7개 도시를 찾아가 군 인권 강연도 할 예정이다. 서울, 경기, 대전, 광주, 제주, 부산, 원주에서 재심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와 제가 함께 인권 콘서트를 할 예정인데 지방 후원자 분들을 찾아가 인사드리고 공감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은 참여를 요청 드린다."

* 저자 고상만은 1970년 경기도 판교에서 태어났다. 1989년 대학 입학후 학생운동을 시작한 이래 인권운동가의 길을 걸어왔다. 1992년 '유서대필 조작 강기훈 무죄석방 공대위' 간사를 시작으로 전국연합 인권위, 천주교 인권위, 인권연대, 반부패 국민연대 등에서 사회적 약자의 호소에 연대하고자 노력해 왔다. 2002년 제1기 및 제2기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서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 등을 담당하는 조사관으로 일했으며 2006년에는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다시 2010년과 2017년에는 서울특별시 교육청과 경기도 교육청에서 각각 시민감사관으로 일하며 교육 비리를 개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명예 회복과 관련하여 '징병할 권리가 국가에 있다면 징병후 책임 역시 국가 책임'을 요구하는 사병 인권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젊은 인권운동가가 쓴 인권현장이야기 <니가 뭔데...>, 판문점에서 98년 의문사한 김훈 중위 사건을 추적한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의 민주주의 생애를 그린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와 의문사 추적 과정을 담은 책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그리고 인권에세이 <다시, 사람이다> 등을 펴냈다. 2014년부터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라디오에서 팟캐스트 <고상만의 수사반장>을 진행했고 2016년부터는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에서 매주 '본격 정치논평'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기자상을 받았으며, 2017년 군 의문사 유족의 사연을 담은 치유 연극 '이등병의 엄마' 제작을 맡고 있다.


고상만의 수사반장

고상만 지음, 삼인(2017)


태그:#고상만,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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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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