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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배웠던 교과목들을 꼽아보니 두 손 두 발가락을 다 합해도 훨씬 모자랄 만큼 많습니다. 그렇게 많고 많은 과목 중, 유독 비중이 높게 강조돼 많이 들어야 했던 과목들이 있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이 대표적인 과목들입니다. 국어나 영어는 공부를 하는 순간이 재미있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학수업을 듣거나 수학공부를 하는 중에는 재미있거나 즐거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만났던 동기동창들 대부분이 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학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리 넉넉하게 꼽아도 채 다섯 명이 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험을 보고, 문제를 풀고, 과정을 전개해 입증하고, 결과를 도출해 정리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하고 풀어야 할 수학이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수학은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은 왜 이렇게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일까요?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 지은이 도마베치 히데토 / 옮긴이 한진아 / 펴낸곳 북클라우드 / 2017년 1월 25일 / 값 13,500원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 지은이 도마베치 히데토 / 옮긴이 한진아 / 펴낸곳 북클라우드 / 2017년 1월 25일 / 값 13,500원
ⓒ 북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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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지은이 도마베치 히데토, 옮긴이 한진아, 펴낸곳 북클라우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학, 수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부터 복잡한 세상을 심플하게 꿰뚫어보는 수학적 사고의 힘까지를 견인해줄 내용입니다.

일본의 천재 인지과학자인 저자에 다르면 수학은 그 자체가 복잡하고 난해해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수학을 상징하는 수식을 이해하지 못하니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하고,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하니 점점 어렵게 생각되고, 어렵기만 하니 정나미가 뚝 떨어질 만큼 재미없는 과목으로 생각되는 것인가 봅니다.

'애초에 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이해하지 못할까? 여기서부터 생각해보자. 이유는 간단하다. 수학의 표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기는 이른바 수식이고, 수식은 수학콘텐츠를 수학자들끼리 알기 쉽게 교환하기 위한 도구이다.' - 27쪽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영어로 쓰인 책을 보면, 그 내용이 아무리 코믹하고 재미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읽을 수 없으니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니 재미를 느낄 수 없고, 재미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으니 점점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합니다.

영어를 모를 때, 누군가 그 내용을 통역 해주면 코믹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재미있어하고, 재미있게 생각되면 저절로 공부하게 됩니다. 수학도 모르는 언어를 통역 해주듯 수식이 갖고 있는 의미를 통역(설명)해 주면 결코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대학까지 나와도 수학에 익숙하지 못한 데는 교육방식이 한몫 차지한다고 합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이해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공교육에서 수학을 조명의 도구로서 알려주는 것 이외에는 거의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수업에서도 시험에서도 수학문제는 항상 답이 있어서, 정답이 없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 40쪽

공교육을 통해 미국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과 일본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을 종종 '격차사회'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미국에서는  수학에서도 사고를 중요시하며 가능한 사람은 언제나 우대해 주지만 불가능한 사람은 바로 떼어 버린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낙오자가 나오지 않는 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학을 재미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적어진다고 합니다.

많은 미국인은 뺄셈을 하지 못한다

믿어지지 않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뺄셈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편의점에서 73센트짜리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가 1달러를 낼 때, 계산대에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그깟 거스름돈 27센트쯤 빼기암산으로 쉽게 거슬러 줄 겁니다. 하지만 만약 계산대에 있는 사람이 미국인이라면 계산방식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먼저 7센트를 꺼내 73센트에 7센트를 더해 80센트가 되게 하고, 다시 10센트를 더해 90센트가 되게 하고, 거기에 10센트를 더해 1달러가 되게 한 후, 1달러가 되게 하기위해 꺼낸 27달러를 손님에게 거스름돈으로 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거스름돈을 덧셈으로 한다. '설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많은 미국인이 뺄셈을 하지 못한다. - 44쪽.

수학은 문제나 풀고, 과정이나 전개해 증명해야 하는 복잡 미묘한 학문이 아닙니다. 수학은 철학에서 생겨난 것으로,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이 수학기호를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수학은 기호에 담긴 의미만 이해(해석)하면 철학이 아우르는 범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고의 바탕이 됩니다.

양자론과 불확정성원리, 터널효과 등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파지는 복잡다단한 이론이나 원리도 그 원리들을 유도하거나 입증하고 있는 수식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 상식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서술로 읽힙니다.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은 그 속을 알 수 없어 깜깜하기만 했던 수학세계를 속 시원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터널 같은 지식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다가오는 세상을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논리적 사고까지 더해 줄 거라 기대됩니다.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과외나 보약을 먹는 것보다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옳고 건강하게 정립해 줄 이 책을 일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 지은이 도마베치 히데토 / 옮긴이 한진아 / 펴낸곳 북클라우드 / 2017년 1월 25일 / 값 13,500원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 복잡한 세상을 심플하게 꿰뚫어보는 수학적 사고의 힘

도마베치 히데토 지음, 한진아 옮김, 북클라우드(2017)


태그:#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한진아, #북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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