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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고 학생들이 15일 오후 학교 강당에 모여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천고 학생들이 15일 오후 학교 강당에 모여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토론을 벌이고 있다.
ⓒ 김천고 교직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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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역사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 마지막 날인 15일. 자사고인 경북 김천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연구학교 지정 신청서를 보내려던 학교와 하루 종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오전 10시쯤 학교에 항의방문을 한 50여 명의 학부모들은 이아무개 교장을 만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에 강하게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하는 학생들에게 오류투성이인 왜곡교과서를 강제 채택해선 안 된다"며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교장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입장이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소식을 접한 학생 100여 명은 점심을 먹고 난 후 강당에 모여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한다"며 오후 수업을 중단하고 자율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재학생인 김아무개 학생은 '민족사학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우리 모교 김천고등학교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교원 동의율이 80%를 넘지 못하면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교육청의 지침"이라고 썼다.

 김천고등학교 한 학생이 15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학교 내에 붙여놓았다.
 김천고등학교 한 학생이 15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학교 내에 붙여놓았다.
ⓒ 김천고 교직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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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 학생은 이어 "그러나 경북교육청은 임의로 여타의 공문을 보내 연구학교 신청에 교원 동의가 필요하지 않도록 만들었다"며 "김천고 연구학교 신청 강행도 이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역사적 중립성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교과서에 송설(김천고 설립자)의 역사교육을 맡긴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며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집필 과정부터 온당치 못했을뿐더러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 사업을 추진하는 저의부터가 끊임없이 의심받아 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송설은 설립 이래 조국의 민족정신을 교육하는 데 끊임없이 헌신해왔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송설의 사명이요 송설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 계단에 '국정교과서 반대'라고 쓴 종이를 이어붙이기도 했다.

교사들도 학교재단과 교장에게 "우리는 부장회의, 교사협의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이 부결된 것을 보았다"며 "그러나 재단은 이 모든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감일인 오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에 교사들은 다시 한 번 김천고등학교와 교육을 위해 신청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다"는 결의문을 만들어 전달했다.

오후 6시까지 학교가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지 못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안도했지만 경북교육청이 이날 밤 늦게까지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다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여기에 학교 동문이라며 술이 취해 찾아온 주민이 학부모들에게 교장을 감금하고 있다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학부모와 일부 동문들 간에 삿대질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결국 심경을 정리한 이 교장은 오후 9시쯤 학부모들을 만나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반대가 심하다"며 연구학교 신청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북의 3개 고교만 신청

 경북 경산시 문명고 누리집.
 경북 경산시 문명고 누리집.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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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등학교와 경산 문명고등학교, 구미 오상고등학교는 이날 연구학교 신청서를 경북교육청에 보냈다. 전국의 모든 중·고교 중 유일하게 경북의 3개 고등학교만 연구학교를 신청한 것이다.

김아무개 문명고 교장은 "원래는 교사의 80%가 찬성해야 하는데 우리는 73%만 찬성해 못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도교육청이 지난 9일자 공문에서 학교운영위원회만 통과하면 된다고 해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지난 14일 오후 학교에서 12명의 운영위원 중 9명이 참석해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운영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학내 교사들의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경북항공고등학교는 운영위에서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민사회단체가 이 학교 김아무개 교장과 면담을 갖고 신청을 만류했지만 교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미 오상고는 15일 오후 늦게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북 영주에 있는 경북항공고 누리집.
 경북 영주에 있는 경북항공고 누리집.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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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시 오상고 누리집.
 경북 구미시 오상고 누리집.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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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연구학교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명고가 위치한 경산시의 전교조와 농민회, 시민모임 등 10여 개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15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정책추진자의 입맛에만 맞으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해도 된다는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영우 경북교육감을 향해서도 "공공연히 재단의 학사개입과 교사의 의견을 묵살하고 학교장이 독단적으로 연구학교를 추진하는 것을 조장하고 있다"며 "만약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추진한다면 우리는 이영우 교육감 퇴진과 재단의 단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북의 교육단체들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결정에 반대한다며 국정교과서 사용중지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학교 철회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동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왜곡교과서 사용을 막기 위해 기자회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개 학교로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받은 경북교육청은 16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연구학교로 최종 확정하고 17일 교육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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