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무섭다. 자극적이다. 때론 답답하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에, 왜 자꾸 손이 가는 걸까.

112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수사기를 그리고 있는 OCN <보이스>는 '소리추격 스릴러'를 표방하며 '수사극 명가' OCN의 새로운 흥행 역사를 쓰고 있다. 15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보이스> 기자간담회에는 김홍선 감독과 배우 장혁, 이하나는 드라마의 인기 요인과, 여러 논란에 대해 직접 이야기했다.

[하나] <보이스>는 너무 자극적이다?

 2017년 2월 15일 상암스탠포드 호텔 OCN <보이스> 기자간담회 제공 사진. 김홍선 감독. 장혁. 이하나.

OCN <보이스>의 주역 장혁과 이하나. ⓒ CJ E&M


산 사람을 포대에 싸서 생매장하려하더니, 장롱 안에는 십자가 모양으로 못 박힌 시체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소리 스릴러'답게, 청각을 자극하는 <보이스>는 때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포스럽고, 잔인하다. 이 때문에 <보이스>는 범죄 사건을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다뤘다는 이유로 방통심의위에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보이스>는 잔인하다. 확실히 잔인하다. 그런데 어떤 장면이 잔인하다기보다 심리가 잔인하더라. 단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소리들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들려주니 심리적으로 더 몰리는 것 같았다." (장혁)

이와 관련 김홍선 감독은 수위 조절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희생자들이 당했을 상황을,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칫 희생자 분들과 주변 분들의 마음을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많았고 물음표였다. 배우들과 현장에서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은 진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것이었고, 그걸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과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세밀하게 시청할 수 있는 부분들을 조정해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김홍선 감독)

[둘] <보이스>는 답답하다?

 2017년 2월 15일 상암스탠포드 호텔 OCN <보이스> 기자간담회 제공 사진. 김홍선 감독. 장혁. 이하나.

김홍선 감독은 ‘답답하다’, ‘고구마다’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해 “<보이스>의 기획의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CJ E&M


일반적인 OCN 수사물은 전체 드라마를 관통하는 큰 사건이 있고, 별도로 매회 개별 사건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매회 종료되는 개별 사건을 통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조금씩 진전되어 가는 구조다. 그러나 <보이스>는 기존 OCN 수사극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보이스>의 개별 사건의 범인은 다음 회차가 되어야 검거되고, 종료된다. 이게 무슨 큰 차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들이 늦은 시간, 잔인하고 끔찍한 수사극을 보는 이유는, 깔끔하게 사건이 해결되고 범인이 검거됐을 때의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현실에 일어날 법한 사건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해놓고 범인 검거를 다음 회차로 미루게 되면, 시청자들은 답답함과 찝찝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이스>를 향한 '답답하다', '고구마다'라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모두 이 때문이 아닐까? 이에 대해 김홍선 감독은 "<보이스>의 기획의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는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때문에 희생자들에 대한 부분을 숙제처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는 것에 집중한다기보다, 왜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 뒤엔 어떤 일들이 있는 지 조금 더 세세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거기에 메인 사건과 어울려 얽히고설키다보니, 분량이 한 회를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편집을 빠르게 해서 시청자 분들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느냐, 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그렇게 기획된 드라마라 태생적인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홍선 감독)

[셋] 강권주는 비호감이다?

 2017년 2월 15일 상암스탠포드 호텔 OCN <보이스> 기자간담회 제공 사진. 김홍선 감독. 장혁. 이하나.

이하나가 연기하는 강권주는 <보이스> 애청자들 사이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캐릭터다. ⓒ CJ E&M


이하나가 연기하는 112신고센터장 강권주는 극한의 공포 상황에 내몰린 피해자와 직접 대화하는 인물이다. 초능력에 가까운 청력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는 강권주는, 피해자를 진정시키는 심리치료사이자, 청력과 대화를 통해 얻어낸 실마리를 조합해 범인의 위치와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다.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한가득 이건만, 어쩐지 강권주는 <보이스> 애청자들 사이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 침착하다 못해 느려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대화 톤과 대사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극대화 시킨다.

"112 대원들의 응대 매뉴얼이 있는데,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야 한다더라. 촬영 전 112 신고센터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개인감정은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고, 전화를 끊은 뒤 감정을 쏟아내시는 대원 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화 통화하는 연기를 할 때, 감독님이 피해자 대사를 거의 쳐주시는데, 말이 좀 빨라진다거나 하면 감독님이 제지해주신다. 하지만 시청자 분들은 매뉴얼에 대해 알지 못하실 테니,강권주의 모습을 답답하고 불친절하게 느끼실 것 같아 죄송스럽더라. 처음에는 속상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강권주의마음을 전해드릴 수 있을 지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알아주시는 시청자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 (이하나)

김홍선 감독은 "내가 무전기에 대고 피해자 대사를 해주고 있는데, 피해자는 어린 아이일 때도 있고, 나이든 사람일 때도, 여자일 때도 있다. 그런데도 집중해서 교감하고 연기해줘서, 나까지 함께 연기하게 되더라"면서 힘든 상황에도 집중력을 발휘해주고 있는 이하나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장혁은 "나는 짧은 감정 대사가 많은데, 하나씨는 대사가 길고 대부분 정보 전달이다.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구사력과 설득력으로 정보와 감정을 전달해야하는데, 쉽지 않다. 옆에서 보기 안쓰럽더라"며 같은 배우로서 느끼는 이하나의 어려움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보이스>의 간절함, 그 이유

 2017년 2월 15일 상암스탠포드 호텔 OCN <보이스> 기자간담회 제공 사진. 김홍선 감독. 장혁. 이하나.

기존 수사극과 <보이스>의 가장 큰 차이는,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간절함 아닐까? ⓒ CJ E&M


"경찰이 공무로 범인을 검거하는 것과, 피해자 입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건 다르다. 무진혁의 별명이 '미친개'인데, 그건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섭고 겁나기 때문에 더 센 척하는 게 아닐까. 무진혁은 회식 하느라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스스로를 망가뜨린 인물이다. 강권주도 차가워 보이지만 그 안에 아버지를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심, 뜨거움이 있다. 그걸 억제로 절제하고 있는 거다. 범인 검거 이면에,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긴장감이 <보이스>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장혁)

<보이스>가 기존 수사극과 가장 다른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지만, 실은 범죄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치유이자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다. 때문에 냉철한 시각과 철두철미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기존 수사극의 수사관들과 달리, 때로 감정적이고 답답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들이, 불완전하고 미숙함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 골든타임 내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달리는 모습에는 분명 '절실함'이라는 매력이 있다.

<보이스>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회차동안 <보이스>는 얼마나 더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낼까?

보이스 장혁 이하나 김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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