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6년간 한 팀에서만 활약한 외국인 투수라는 자부심, 적어도 KBO리그 내에선 거스틴 니퍼트 한 명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0월 8일 잠실 원정 LG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22승을 거두고 다승왕을 차지했다. 독보적이었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니퍼트의 페이스는 무서웠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니퍼트 재계약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적지 않은 나이와 구위 저하, 그리고 타자들에게 투구 패턴이 읽힌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2015시즌을 끝으로 두산과 니퍼트의 동행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두산은 한 번 더 니퍼트를 믿었고 2016시즌 니퍼트는 그 믿음에 제대로 보답했다.

올해로 KBO리그에서 7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현재 KBO리그 내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서 가장 오랫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였던 2016시즌을 잘 넘겼지만 '전년도 다승왕' 니퍼트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던 그의 2017시즌 과제는 무엇일까.

판타스틱4 내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긴 남자, 그런데...

2007년 리오스(두산)과 더불어 KBO리그 역사상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 얻은 값진 기록이다. 지난해 니퍼트의 기록은 28경기 동안 167.2이닝 22승 3패 ERA 2.95, MVP급 활약이었다.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과 함께 판타스틱4를 구축하며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판타스틱4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투수는 니퍼트이다. 그런데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 역시 니퍼트였다. '2년 연속 15승' 유희관은 185.2이닝, 보우덴은 180이닝, 장원준은 168이닝을 소화했으며 니퍼트는 167.2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6이닝 정도를 책임졌던 셈이다. QS는 총 19회였는데 QS+는 그 중 6회에 불과했다. 7이닝 이상 책임지는 게 그리 쉽진 않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니퍼트의 FIP(수비 무관 평균 자책점)는 4.44로 ERA(2.95)에 비해 훨씬 높았다. ERA(3.80)와 FIP(4.24)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보우덴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컸다. 다시 말해 니퍼트가 시즌 내내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두산 야수진의 힘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니퍼트가 선발 등판한 27경기에서 타자들의 득점 지원은 경기당 8.93점으로 보우덴(7.40점)보다 훨씬 많았고 이 부문 리그 1위였다. 니퍼트가 나오기만 하면 타선이 터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니퍼트가 선발 등판했을 때 팀 승리 확률은 81.5%로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니퍼트의 몸상태이다. 지난해 6월 초와 7월 말, 총 두 차례 정도 등근육 담 증세를 겪었다. 처음 담 증세가 왔을 당시엔 고원준이 대체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야 했고 두 번째로 담 증세가 찾아온 7월 말에는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았을 때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던 게 사실이다.

반전, 그리고 도약에 성공한 니퍼트의 7번째 시즌

두 차례의 담 증세에도 니퍼트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다른 선발 투수들에 비해 담 증세가 자주 찾아왔고 적잖은 나이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야수진이 니퍼트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면 이젠 야수진의 도움에 보답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해 니퍼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7.1km로 헥터(KIA, 145.1km)나 양현종(KIA, 143km), 해커(NC, 141.3km) 등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발 투수들과 비교해봐도 빠른 편이었다. 여전히 좋은 구위를 자랑했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구종이나 구위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젠 더 이상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의 팀원 중 한 명이다. 니퍼트 본인도 매번 인터뷰를 통해 두산이라는 팀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 부진을 딛고 일어나 반전 드라마를 쓰고 도약에 성공한 투수, 이제 그는 두산에 없어선 안 될 투수가 됐다.

나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니퍼트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와 함께하는 팀도 마찬가지이지만 은퇴의 기로에 서야 하는 니퍼트도 올시즌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와 통합우승 2연패 도전, 그리고 2년 연속으로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지난해에도 니퍼트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도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 결과 22승이라는 수확물을 얻었고 KBO리그 데뷔 이후 첫 MVP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니느님' 니퍼트의 7번째 시즌에는 또 어떤 볼거리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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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스탯티즈, KBO 기록실)
프로야구 KBO리그 니퍼트 두산베어스 니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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