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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영화 같은 삶을 꿈꾸지. 한 영화에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결혼식을 하며 너무 예쁘게 웃더라. 성당에서 식을 올리고 야외에서 피로연을 하는데 하늘에서 퍼붓는 비바람에 드레스는 뒤집히고 모자는 날아가고 하객들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야. 그럼에도 그 웃음은 지워지질 않더라고.' 

누구에게나 꿈꾸는 로망 하나쯤 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결혼식을 원한 나는 좀 더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원했다. 마치 제대로 축복받기 위해 의욕이 넘쳤다랄까. 성인이 되고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예산과 상대의 의견과 충돌하면서 나의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로망은 고이 접어 저 멀리 날려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꿈꾼 로망의 결혼식은 남들보다 성대하게 치르고 싶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특별한 결혼식을 원한다. 그러나 어릴적 휘황찬란한 결혼식과는 다른 결혼식을 하고 싶어졌다.

예로부터 한국의 전통혼례는 결혼당사자의 행사가 아닌 가족 간, 마을 공동체 행사의 의미가 컸다. 결혼식 전에 신랑친구들이 신붓집으로 향하며 "함 사세요"라고 소리치면 마을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구경하며 함께 즐겼다. 지금이라면 아마도 경찰이 출동할 것이다.

심지어 결혼식을 준비하는 주체도 결혼당사자가 아니었다.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기에 양가어른들끼리 만나 혼인약속을 하고는 그날 저녁 당사자에게 '너 결혼해라'라고 통보하기 일쑤였다. 하다못해 결혼 당사자끼리 얼굴도 모르고 혼례를 치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 때 그시절에는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결혼하는 것이 내 운명이겠거니 하며 꽃다운 나이에 시집, 장가를 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이다. 호랑이 담배 태우던 옛날 이야기는 접어두고 지금의 우리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연지곤지 찍고 결혼하는 시대가 지나가면서 서양식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결혼하는 시대가 왔다. 시대가 변했어도 예로부터 내려온 관습은 변하기 쉽지 않았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는 필수였고, 식장은 남들 눈이 신경쓰여 예산에 타격이 커도 더 고급진 곳으로 선택해야했고 양가 어른들은 서로 겨루듯이 하객석을 차지하기 바빴다. 결혼식 당일은 또 어떤가. 손님맞이하며 웃는 얼굴로 사진찍느라 얼굴에 경련이 난다. 그런 와중에 시댁부모님이 사돈의 팔촌이라며 생전 처음보는 어르신을 모시고 오면 아주 반가운 얼굴을 하며 웃어야만 했다. 이렇듯 나도 모르게 잠재되어 있는 과시욕과 집안 어른들의 개입으로 눈 앞이 깜깜해진 적이 많을 것이다.

이런 깜깜한 문제를 눈 앞에 둔 예비신랑, 신부들이 시도한 결혼식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유행인 이른바 '스몰웨딩'. 말 그대로 작은결혼식이다. 하객, 비용 등을 최소화하고 결혼 당사자가 직접 꾸미는 결혼식이다. 결혼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직접 설계하는 결혼식이기에 남들 눈을 신경쓰는 허례허식을 내려놓을 수 있으며 집안 어른들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득이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 커플이 스몰웨딩으로 결혼식을 올리며 화제가 되었는데 그중 가장 큰 화젯거리는 착용한 웨딩드레스였다.

매해 약 33만쌍의 가정이 탄생하는데 그 탄생과정에서 170만 벌의 썩지 않는 합성섬유 웨딩드레스가 버려지고 450만 송이의 꽃들과 1억5천만 장의 청첩장,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와 예식장 주변의 교통 혼잡으로 나온 CO²배출량은 493만톤이다. 493만톤의 CO²를 상쇄하려면 나무 4억3천만그루 이상이 필요하고 탄소배출거래 금액은 무려 약 58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출처- 대지를 위한 바느질 홈페이지)

화제가 된 드레스는 친환경의류 사회적기업이 만든 것으로 다른 웨딩드레스와 외형이 다르지 않은 드레스였으나 특이한 점은 의류소재가 옥수수 섬유라는 점이었다. 해마다 결혼식에 사용되는 웨딩드레스는 약 170만 벌이다. 보통 드레스는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실크가 아닌 합성섬유로 제작되는데 이런 드레스는 썩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재활용하여 여러번 입는다 하더라도 썩지 않는 합성섬유는 결국 쓰레기 처리에 골칫거리일 뿐이다. 이런 환경문제를 떨쳐버리고 싶어 옥수수, 한지, 쐐기풀로 생분해성 친환경섬유를 뽑아내고 그것으로 드레스를 만들었다. 마감처리도 표백, 형광 처리하지 않아 입은 사람의 피부건강에 좋고 땅에 묻으면 빠르게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인생의 2막이라 불리는 결혼의 과정 중 중요 행사인 결혼식은 누구나 특별하고 멋지게 하고 싶을 것이다. 웨딩 컨설트회사를 만나 소개해 주는 패키지 중 하나를 고르면 모든 것이 수월해 질 것이다. 그러나 요즘 몇 년 사이 결혼식 문화가 변하고 있다. 화려한 결혼식보다 윤리적 소비와 실속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환경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친환경 결혼식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이나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비부부들의 결혼비용절감을 위해 서울시내 공공기관에서 작은 결혼식장을 대여하는 곳도 많아졌다.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한 시민청이나 야외공원, 구청 등 실내, 야외 소재지도 다양하고 대관료가 무료인 곳도 있어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위에 언급한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드레스를 만드는가 하면 부케와 부토니아(턱시도 단춧구멍에 꽂는 꽃)를 만들 때 뿌리를 자르지 않고 포장해 결혼식이 끝난 후에 화분에 옮겨 심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웨딩산업에 직면해 있는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으며 사람에게는 유익한 프로젝트가 다양하다.

한번 보고 버리는 청첩장에 대한 고민으로 종이는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청접장을 액자형으로 디자인하여 재사용할 수 있게도 했다. 결혼식장을 데코할 때 필요한 꽃들은 하루이틀 살아있다가 시들어버리는데 이런 문제를 고치려 결혼식장데코에 '뿌리없는 꽃'을 사용하지 않는다. 뿌리없는 꽃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다육식물이나 꽃을 화분에 심어 데코에 활용하고 식이 끝난 후 하객들에게 나눠줘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웨딩드레스부터 청접장, 부케, 식장까지 다양하게 친환경결혼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자체, 사회적기업이 있다.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예비부부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친환경요소로 결혼식을 올려 건강한 결혼문화를 만들어 갈 수있다.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인 결혼식,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오늘,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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