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시즌6에 출연한 전민주.

시즌6에 출연한 전민주. 그는 다시 오디션의 문을 두드렸다. ⓒ SBS


"아직도 기량이 녹슨 게 남아있어서 벗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민주 양, 오늘은 다른 멤버들과 차이가 안 났어요." (박진영)

전민주는 박진영의 심사평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한 단계 한 단계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심사평을 듣는 전민주의 표정이 담담해져갔다. 그 얼굴에 어쩐지 마음이 짠해졌다. 호평에도, 혹평에도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는 평온한 표정을 지을 때면 '취준생' 시절 끝자락에 서 있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

<K팝스타>는 이번 시즌6에 특별한 이름을 붙였다. 바로 '더 라스트 찬스'다. 마지막 기회라는 말. 그 다섯 글자에 담긴 '절박함'은 꼭 <K팝스타> 참가자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공감 가는 무엇이다. 누구의 인생이건 한 번쯤은 마지막 기회 앞에 서서 그것을 잡기 위해 숨 죽여야 했던 간절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민주는 <K팝스타- 더 라스트 찬스> 편의 주제를 가장 잘 반영한 주인공이다.

 전민주는 걸그룹 디아크로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해체의 아픔을 겪어야했다.

전민주는 걸그룹 디아크로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해체의 아픔을 겪어야했다. ⓒ SBS


전민주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K팝스타> 시즌2에 출연해 톱8까지 올랐던 그는 당시 뛰어난 춤과 노래 실력을 인정받으며 에이스로 불렸다. 이후 뮤직K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디아크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딱 한 번 활동하고 해체됐다. 이미 데뷔했던 가수로서 무거웠을 상실감을 딛고, 더불어 자존심도 버리고 4년 만에 다시 <K팝스타>의 마지막 문을 두드릴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재도전한 <K팝스타>는 처음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전민주는 기타 연주와 함께 'HERO'를 열창했지만 돌아온 건 혹평이었다. 잘하지도 못하는 기타연주를 하며 기량을 제대로 못 펼쳤기에 쓴소리를 듣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다시 문을 두드릴 때 그 절실했을 심정을 생각하면 1라운드 탈락은 가혹해 보였다. 그런 그를 살린 건 양현석의 와일드카드였다.

"시즌2 때 '저 친구 잘 다듬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인연이 아니었기 때문에 헤어졌고. 그런데 방금 심사하는 동안 프롬프터에 글이 하나 올라와서 봤는데, 4년 전 전민주 양이 YG에 너무 오고 싶었는데 못 와서 서운했다며 꼭 YG에 가서 양현석에게 복수할 거란 글이었다. 그런데 그거 가지고 어떻게 복수할 건가. 나는 전민주에게 당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민주 양이 YG에 오고 싶어했단 걸 4년 후인 지금에야 알았다. 무대 뒤에서라도 내게 한 마디라도 이야기했다면 진심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바보다. 4년 전에 이야기하지 그랬나. 전민주 양에겐 이번이 정말 '라스트 찬스'처럼 보인다." (양현석)

 <K팝스타> 시즌6에 출연한 전민주.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가 혹평을 들은 그녀. 하지만 와일드 카드가 있었다. ⓒ SBS


양현석 심사위원은 본선 1라운드에서 전민주에게 위와 같은 심사평을 했다. 무대 뒤에서 전민주의 어머니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전민주도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듯한 눈물을 흘렸다. 양현석은 혹평 후에 와일드카드를 꺼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전민주의 '더 라스트 찬스' 이야기가 시작됐다.

간신히 2라운드에 진출한 전민주는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사위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녹을 벗겨내고" 있었다. 2라운드에서 눈에 띄게 날씬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건 그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열흘 동안 4.5kg을 감량해서 나타난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를 극찬하며 예뻐진 모습에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시청자로서 뿌듯한 웃음을 따라지었지만 나는 곧바로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 이유를 시원히 설명할 순 없지만, 열흘 만에 4.5kg을 뺐다는 그 초인적인 힘 앞에서 어쩐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전민주는 김소희와 팀을 이뤄 태티서의 'Holler' 무대를 선보였고, 그다음엔 크리샤츄와 팀을 이뤄 'Problem'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심사위원들은 그에게 조금씩 예전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슴 뻥 뚫리는 '극찬 세례'는 주로 이번 시즌의 에이스인 김소희와 크리샤츄, 두 동생에게 돌아갔다. 유희열은 "전민주 양은 팀에 안정감을 준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그를 북돋웠다. 그는 여전히 묵묵하게 동생들을 챙기며 다음 무대를 준비해나갔다.

매번 마지막인 기회를 하나하나 잡아가며 전민주는 톱10 목전까지 왔다. 어제(12일) 방송된 <K팝스타6>에선 전민주가 속한 JYP원스와 YG걸스의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결과는 JYP원스의 패배였다. 양현석은 "예상한 범위 내의 무대였다"며 혹평했다. 전민주는 이수민-김소희와 함께 2위 재대결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또 그렇게 닫혀버린 마지막 문 앞에 서게 된 것이다.

<K팝스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며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전민주를 응원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그가 나의 지나온 청춘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여겨져서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그가 때론 바보처럼, 때론 어른처럼 보인다. <더 라스트 찬스>란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새드엔딩으로 끝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정한 주인공인 전민주로부터 나는 잔잔한 위로를 느꼈다.

 전민주는 "점점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전민주는 "점점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 SBS


 2위 재대결을 앞둔 전민주.

2위 재대결을 앞둔 전민주.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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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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