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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을 뤼순 감옥에서 유묵(살았을 때에 써 둔 필적)으로 남겼다. 죽음을 앞두고도 읽던 책을 마저 읽기를 원했다는 안 의사의 독서 습관은 평생 책을 가까이 하는 자세의 본보기라 하겠다.

책표지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 책표지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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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른들은 '모름지기 군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고 했다. 여기에서 관건은 수레에 몇 권의 책을 실을 수 있느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댓조각을 엮은 죽간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생각보다 많은 장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옛 성현께서 다섯 수레라 한 것은 당대 수준에서 기록된 모든 지식을 뜻했을 거라는 점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니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 것은 '읽을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안중근 의사나 선현들의 가르침에 따라 책을 읽는 것은 인생을 바꿀 만한 좋은 습관이다. 그런데 책읽기를 습관으로 갖기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1만권 독서법>의 저자인 인나미 아쓰시는 그 이유를 '정독의 저주'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교과서식 읽기에 길들여져서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정독을 피하라는 이유는 이렇다.

"장기간에 걸친 정독은 단위 시간당 독서의 밀도가 낮은 데다 그 전체관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아주 얕은 독서 체험 밖에 경험하지 못합니다." -p.50

전문 서평가인 인나미 아쓰시는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습관적으로 읽을 것을 권하는 사람이다. 그는 '업무 시작 전 10분', '점심 식사 후 10분', '취침 전 10분' 등 독서를 습관화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정해둘 것을 권한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안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저자는 1만 권 읽기가 불가능하지 않음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읽는 속도와 이해도, 기억은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가령,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등은 넘겨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읽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기간에 읽도록 만들어진 책들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봤자, 책은 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나미 아쓰시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책을 깊이 이해하려면) 천천히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며, 그렇게 읽는다고 해서 내용이 더 또렷하게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p.20

저자가 전문 서평가라는 직업 때문에 <1만권 독서법>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편견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자전거 뒤에 동생을 태우고 내리막길을 내달리다 난 사고로 3주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었다.

당시 그는 '99퍼센트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가 망가졌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후 자신의 읽기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던 사람이다. 한 페이지를 읽는 데 5분이 걸릴 만큼 느리게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느림보 독자였던 저자가 대량의 책을 재빨리 읽는 비법을 터득하게 된 계기는 생활 정보, 업무 기술 등을 소개하는 웹미디어 <라이프 해커>에서 서평란을 담당하게 되면서 하루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그는 매일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글의 핵심만을 남기고 흘러 보내는 독서법을 개발했다.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으로 '담아두지 않는 독서법인 플로우(flow) 리딩'이다.

"(플로우 리딩이란 음악을 듣듯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흘려보내면 나도 모르게 기억에 남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p.29 

저자는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데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독서를 습관화하려면 자신이 책을 읽고 맛본 감동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가운데 어떤 책을 읽든 '중요한 말을 한마디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자기 식으로 책과 마주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함으로 책 내용을 전부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소유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독서 속도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서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네 가지 단계를 소개한다.

"1단계: 머리말과 차례를 잘 읽는다. 2단계: 처음과 마지막 다섯줄만 읽는다. 3단계: 키워드를 정해 읽는다. 4단계: 두 가지 이상의 독서 리듬으로 읽는다." -p.98

다만, <1만권 독서법>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기법은 소설, 에세이와 같은 스토리물이 아님은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법은 주로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처럼 사실이나 주장을 전하는 콘텐츠에 적합하다. 즉 읽는 목적에 따라 읽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에 주의한다면,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소리가 아님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1만권 독서법>이라는 제목을 보며, 세상이 워낙 경쟁사회다 보니 '하다하다 별 책 다 나오네'라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양 혹은 지식을 얻는 수단으로 1만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얻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방법을 이해하는 정도로 이 책을 보면 좋겠다. 책이 있는 생활이 없는 생활보다 훨씬 즐겁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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