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윤석민

4번 타자 윤석민 ⓒ 넥센 히어로즈


이전 시즌 넥센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었다. 신인왕 신재영과 김세현의 성공적인 마무리 안착, 발야구로의 팀컬러 변화 등이 그것이다. 넥센은 2016시즌의 성공에 더해 올시즌은 한현희, 조상우의 복귀로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2017시즌의 기대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 이번 시즌은 '넥센의 새로운 4번타자' 윤석민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92경기 .334/.420/.545 19홈런 80타점 46볼넷 50삼진 wRC+141.6

박병호의 메이저 행으로 가장 기회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윤석민은 4번타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4번에서의 성적은 .333/.418/.550 19홈런 79타점. OPS .968로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이었다. 402타석 만에 쌓은 2.96의 WAR는 팀 내 타자 5위에 해당되며 400타석 기준으로 OPS는 리그 12위, wRC+(100을 평균으로 한 조정 득점 생산력)는  리그 11위이다. 이는 황재균, 로사리오보다도 좋은 수치다. 부상 탓에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윤석민은 타격 면에서 큰 발전을 이뤄낸 한 해였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타격 지표들이 상승했는데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볼넷/삼진 비율이다. BB/K가 2014년 0.38, 2015년 0.6에서 2016년엔 0.92까지 상승했다. 타석 당 볼넷 비율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5.9%>8.9%>11.4%), 삼진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15.3%>14.8%>12.4%). 삼진은 잡기 어려워지고, 볼넷을 내주기 쉽게 된 까다로운 타자로 변모 중인 것이다.

 2015, 2016시즌 윤석민의 Swing% 변화

2015, 2016시즌 윤석민의 Swing% 변화 ⓒ 자료 제공 statiz.co.kr


이런 발전에는 변화구 대처 능력이 있었다. 위의 표는 2015시즌과 2016시즌 구종에 따른 Swing% 변화를 정리한 것이다. 대체로 스윙 빈도가 줄어들었는데, 특히 유인구로 쓰이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에 참을성이 생기면서 공을 더 지켜봤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는 각각 8%, 11% 가량의 스윙 빈도를 줄였다. 

 2015시즌(좌), 2016시즌(우) 위치 별 슬라이더 Swing% 변화(투수 시점)

2015시즌(좌), 2016시즌(우) 위치 별 슬라이더 Swing% 변화(투수 시점) ⓒ 자료 제공 statiz.co.kr


바깥쪽보다는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대한 참을성이 많이 떨어진 것이 눈에 띈다. 2015시즌의 아래 볼 코스에 Swing%은 무려 절반이 넘었을 정도로 취약점이었다. 2016시즌 투수들이 이를 집중 공략한 것이 눈에 띄나 거의 30%가량 Swing%이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스트라이크 존 안의 Swing%도 줄었다는 것. 2015시즌 슬라이더 타율이 .253이었던 윤석민은 2016시즌 .318로 타율을 껑충 끌어올렸는데,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왔다고 치기보단 노릴 때만 스윙을 하는 접근법을 통해 개선을 이뤄냈다.

 2015시즌(좌), 2016시즌(우) 위치 별 커브 Swing% 변화(투수 시점)

2015시즌(좌), 2016시즌(우) 위치 별 커브 Swing% 변화(투수 시점) ⓒ 자료 제공 statiz.co.kr


커브 역시 슬라이더의 Swing%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바깥쪽에 대한 Swing% 빈도도 줄었으나 아웃존보다는 스트라이크 존 안의 Swing% 변화가 더 눈에 띈다. 슬라이더와 같은 대처법으로 커브 구질에도 대처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해보면 아웃존 코스에 대한 대처가 좋아진 것도 있으나 그보단 타격 어프로치를 달리한 것이 성공의 요인에 더 가까운 시즌이었다.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이더라도 노리는 공에만 타격을 시도하는 접근법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지표가 증명하고 있다. 아웃존 Swing%이 3%가량의 감소를 보였다면(2015 24.8% / 2016 21.6%) 인존 Swing%은 9%의 감소를 보였다.(2015 66.3% / 2016 55.7%)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배트의 적극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체 투구수에서의 Swing%로 가늠하는 배트 적극성%에서 윤석민은 2015시즌 45%를 2016시즌 38.3%로 떨어뜨렸다. 초구 Swing%도 29%에서 17.2%로 대폭 줄였다. 결과적으로 타석 당 투구 수가 3.82개에서 4.06개로 늘었다.

치기 좋은 공만을 기다린 윤석민은 타구의 질도 높일 수 있었다. 순수 장타율이 처음으로 2할을 돌파한 것과 내야 뜬공 비율을 3%가량 줄였고, 외야로 보낸 타구 비율 역시 3%가량 높아졌다.

이를 토대로 윤석민은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을 달성했다. 비록 타고투저에 규정타석도 아니었으나 이는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서 확실하게 눈에 띈 발전이었다. 새로운 타격 접근법으로 타격에 눈을 뜬 것이다. 이번 시즌은 적용한 바를 적응해 나갈 차례다. 윤석민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늘 문제시되는 '건강'이라는 꼬리표다. 매 시즌 부상으로 고생한 윤석민은 이전 시즌에는 손등에 공을 맞는 불운으로 풀타임을 놓쳤다. 늘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 딱지를 떼어낼 수 있다면 팀을 넘어 리그의 다크호스로도 손색이 없는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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