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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한국의 토마스', 철도를 주제로 한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갓스물'을 인터뷰합니다. - 기자 말

 정경훈 씨가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 자신의 오너 캐릭터인 '티오'와 열차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정경훈 씨가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 자신의 오너 캐릭터인 '티오'와 열차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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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말을' 한다. 얼핏 '토마스'를 닮은 것 같지만 전조등이 눈이 되고 연결기가 입이 된다. 묘사도 '눈이 데굴데굴 굴러가 무서운 토마스'보다는 사실적이다. 전국의 기차, 그리고 전국의 지하철 차량이 '말'을 한다. 재미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음에도 운영사에서 많이 사용하지 못한 마스코트도 '찬조출연'해서 기차와 대화를 나눈다. 그야말로 '한국판 토마스'인 셈이다.

회원수 2만명의 대중교통 동호회 'SBM'에서 'Absurd Train Story'를 연재하여 누적 조회수 10만 회를 돌파했다. '철도 덕후'들 사이에서는 인기인이나 다름없는 필명 '시오', 정경훈 씨. 그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공식 홍보창구에서도 철도 웹툰을 그리고 있다. '공부하라'고 쪼일 만한 '고딩' 때 웹툰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은 '덕업일치'(좋아하는 취미와 실제 직업을 같게 하는 행위)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

그래서 2월 13일 오후, 부산대 앞 거리에서 정경훈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웹툰을 그리게 되었는지, 지금의 '덕업일치' 목표는 어떤지 들어볼까. 인터뷰 전문에서 확인해 본다.

 정경훈 씨가 사진 촬영에 '반만' 응했다. 자신의 캐릭터 '상품'을 들고 한 컷.
 정경훈 씨가 사진 촬영에 '반만' 응했다. 자신의 캐릭터 '상품'을 들고 한 컷.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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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 마디 부탁드린다.

"부산 동쪽 어딘가의 신도시에 살고 있다. 낙서를 좋아하는,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정경훈이라고 한다. 평소에 사물을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을 취미로 그리고 있었는데, 어쩌다 제안이 들어와 정식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 그렇다면 연재하고 계신 웹툰, 'Absurd Train Story(이하 ATS)'은 어떤 내용인가.

"현실의 철도상황과 내가 상상하고 있는, '기차에 눈과 입을 붙이고 캐릭터화시키는 세계를 적절히 섞어낸 만화이다. 철도에 대해 알아두면 써먹기 좋을 법한 정보를 알려주고, 철도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재를 하고 있는데, 가끔은 번외편으로 배경지식이 있다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기차덕후 유머'스러운 내용도 올리곤 한다."

-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상상하고 있다'고 하는... 그런 세계관이 어떤 모습인가.

"모든 것이 살아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살아있다. 공책 두 권을 채울 정도의 설정집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공책 한 권은 어떤 세계인지에 대해 써 놓았고, 한 권은 기차들 하나하나의 설정을 잡아놓았다. 살아는 있는데, '애들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어린이들도 볼 수 있지만, 철도 정책과 관련한 '블랙 유머'도 섞여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확히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눈과 입을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일단' 주인공은 철도지만 기차역도 살아있고, 지나가는 건물도 살아있다. 말을 시켜도 할 말이 애매한... 그러니까 다리의 교각, 아스팔트, 신호등, 과속단속 카메라 같은 애들은 대사를 '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원래는 더욱 방대한 세계관이 있다. 요약하자면 '자아, 입을 가진 사물'과 사람의 충돌이다.

이런 세계관을 갖고는 있지만 ATS에서는 한 번도 써먹지를 못 했다. 그 세계관 스토리만 따로 연재할 기회가 있으면 해 보고 싶다. 수능 끝나고 시작하는 연재부터는 이런 세계관을 반영해보고 싶다."

- 알겠다. 주호민 작가의 '스타시스템' 급으로 세계관이 방대하시다. (웃음) 세계관...도 있지만 'ATS'는 철도를 소재로 삼았다. 철도를 특별히 소재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기차를 좋아해서이다. 끝. 누구든간에 '덕질'의 시작 포인트를 알 수 없듯이, 덕질을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기차를 그리고 있었고, 기차를 주로 그리다보니 가장 잘 그리는 것이 기차랑 선로가 되었다. 그래서 기차를 주로 그리고 있다."

- 그렇다면 사물을 '살리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좋아서 했다. 사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상상 그 자체가 '생동감' 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물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더라. 지금 앉아있는 의자, 들고 있는 컵은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상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것들과 인간 대 사물관계를 어떻게 맺고, 어떻게 친해질 수 있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을 뛰어넘어서 사람과 사물 간 관계도 다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Absurd Train Story의 한 장면.
 Absurd Train Story의 한 장면.
ⓒ 정경훈 (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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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디가 꽤나 많다. 이미 '덕력 유무'의 척도가 된 '신세기 에반게리온', '건담' 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상 유명 아이콘이 된 '야인시대의 심영'까지 패러디에 사용하셨는데, '덕력'이 꽤나 높으신 것 같다.

"높다. 인정하기는 싫지만.(웃음) '철덕질'만 하는 게 아니라 완전 잡덕이다. 아주 옛날부터 '투니버스'랑 카툰네트워크 덕을 굉장히 많이 봤다. '니켈로디언'도 좀 많이 봤다. 그렇게 선행학습을 하고 요즘은 OVA 판(DVD로 판매하는 매체 형태)을 사서 본다. 요즘은 타요라든가 로보카 폴리 같은 애니메이션도 보면서 참고하고 있다."

- 만화의 작업 절차가 궁금하다. 콘티부터 업로드까지, 과정 전체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

"우선은 무엇을 그릴 지, 소재는 어떤지를 먼저 고른다. '무엇'은 '어떤 열차'나, '어떤 시스템'이고, 소재는 '그 노선의 개통', '그 열차에 딸린 에피소드'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소재를 고르고 나면 그 소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스토리 작성을 시작한다. 스토리를 짜는 것이 어느 정도 끝나면 몇 개의 칸에 어떻게 캐릭터와 말풍선을 배치할 지 정한다. 그것이 '콘티'이다.

콘티 작성이 끝나면 콘티에 따라 작업을 시작한다. 밑그림을 그리고 밑그림에 따라서 선을 딴다. 선을 따면 그 안에 채색을 한다. 이제 말풍선 안에 대사를 넣어주고 보정 조금 해 준 다음 업로드 하면 끝이다. 생각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한 컷에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그마저도 '한 컷만' 만들 때지, 화 하나로 늘어난다면 더욱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 근데 그걸 '고딩'때 하셨다. 주변에서 '쓴소리' 안 하셨나.

"사실 고3때는 방학 때 열심히 그려놓고, 미리 그려놓은 '비상용' 원고를 제출했다. 그래서 고3때 큰 타격 없이 연재 할 수 있었다. 사실 고3때가 '딴 짓하기 좋을 때'다. 같은 오버워치도 고2 때와 고3 때 하는 '손맛'이 다르다. 그래서 남들 '옵치 돌릴 때' 그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고3 때도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사실 고3 때 문제집 뒤에 몰래 그리는 그림이 제일 재미있었다. 두 번째는 수능 끝난 다음 날 '폐인모드'로 그린 그림이다.

그래도 집에서 '지나가는 목소리로 '그럴 시간에 공부 한 자를 더 하라고'는 하시는데, 그래도 나에게 여가시간이 곧 그림이었기 때문에 할 거 다 하고 하니까 뭐라고 큰 말은 안 하시더라."

 정경훈 씨가 한 컷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선 따는 작업'이다.
 정경훈 씨가 한 컷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선 따는 작업'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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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으시지는 않았나.

"많았다. 댓글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 호선의 전철'을 넣어달라고 부탁을 넘어서서 협박 수준으로 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스토리에 태클을 걸면서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감시간도 꽤나 쫓겼는데, 한 화를 도저히 채울 수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철도기술연구원에서 원고료를 받고 있지만 동호회에 연재했을 때는 무보수로 했다 보니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프로그램이 '다운'되어 작업하던 파일이 날라갈 때였다.
백업을 자주 해 놓긴 하지만 그래도 불가항력적으로 임시저장 중에 다운이 된다거나 할 때 정말로 힘들었다. 모든 글쟁이, 그림쟁이에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Ctrl+s'(저장 키)를 생활화 하고 있다."

- 요즘은 '다른 능덕'들과 합작을 하고 계신다. 철도 종이 모형을 만드는 분들이라든가...(관련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4122) 실제로 나온 것을 봤는데 꽤나 멋지더라. 하고 계시는 다른 합작 프로젝트라든가 계획하고 있는 합작 아이디어가 있다면?

"교통카드 디자인에 누가 이것을 써 줬으면 좋겠다. 버스나 철도를 그리고 있으니까 교통카드의 이미지와 딱 맞지 않을까.(웃음) 부채나 종이모형의 경우에는 레일플래닛(관련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85472)에서 대행 판매를 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기를 먹는' 전철을 그리니만큼 보조배터리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누군가가 써준다면 말이다."

-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좀 미리 땡겨 써본다. '덕업일치 준비중'이라고 하셨는데, 진학은 어디로 확정나셨는지, 그리고 진로는 어느 쪽으로 정하셨는지 궁금하다.

"원래는 디자인 전공을 하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안정성 있는 철도 계열로 가라고 해서, 부득이하게 '덕업일치'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달에 철도 관련 과가 있는 대학교에 진학한다. 그래서 다음달부터는 대전으로 이사간다."

- 그렇다면 그림 그리는 것은 '접는 것'인가.

"아니다. 어차피 그림은 취미로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접을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취업하고 나서도 그리지 않을까. 현직 선생님이었던 신의철 작가가 그렸던 '스쿨홀릭'처럼 나도 현직 철도인이 그리는 기차 만화 한 번 그려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 고생 많으셨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ATS, 그리고 자신의 만화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그냥 망하지 않고 계속 연재하고 싶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 내가 연재할 수 있는 것들을 연재하기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수능 탓을 하면서 휴재를 했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 동안 '딴 생각' 하면서 이리저리 상상해놓은 스토리도 많기 때문에 콘티는 수월하게 짜여질 것 같다. 문제는 '내 실력'이다."

 인터뷰가 끝날때쯤 정경훈 씨가 한 컷을 완성했다. 왼쪽이 '오너 캐릭터'인 티오, 오른쪽이 최근 부산에 개통한 '동해선'의 전동차.
 인터뷰가 끝날때쯤 정경훈 씨가 한 컷을 완성했다. 왼쪽이 '오너 캐릭터'인 티오, 오른쪽이 최근 부산에 개통한 '동해선'의 전동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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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다는 현실을 선택하면서, 그러면서도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정경훈 씨. '스쿨홀릭'이 선생님 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인기 웹툰이 된 것처럼, 'ATS' 역시 철도나 교통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의 공감 뿐만 아니라, 철도 교통을 이용해 본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몰랐던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쉬운 길은 아니다. 좋아하던 대상을 직접 관련된 직업이 되어 '일로서' 접하게 될 때의, 고충은 일반인의 여러 배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게임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너무 좋아 명작 '메탈 기어'를 만들었듯, 그 역시 모두에게 명작으로 남을 만한 만화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인터뷰 요청은 2월까지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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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능력자' 청소년들과 인터뷰도 하는,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 한 번 서고 싶어하는 대딩 시민기자이자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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