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요즘 프로농구에선 '평생'까지는 아니지만 순간의 선택으로 상승세와 하락세가 뚜렷해진 두 팀이 있다. 바로 모비스와 전자랜드다.

2월 13일 현재 모비스는 21승 18패로 동부와 공동4위, 전자랜드는 18승 21패로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불과 약 3주 전만 해도 이 두 팀의 순위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1월 25일 기준으로 전자랜드가 17승 15패로 5위를 달렸고 반면 모비스는 15승 17패로 전자랜드에 2경기차 뒤진 6위를 달리고 있었다.

1달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과연 이 두 팀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의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두 팀의 중요한 선택이 있었다.

모비스 : 찰스로드 OUT, 에릭 와이즈 IN

모비스는 올스타브레이크 전까지 5할 승률을 맞추진 못했지만 적어도 외국인 선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을 일은 거의 없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모비스 특유의 시스템 농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퇴출위기에 몰렸던 찰스 로드가 극적으로 팀에 녹아들면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친정팀 KT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40점을 몰아넣는 엄청난 활약을 보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들이 모를 고민이 존재했다. 경기에선 최고의 활약으로 팀 순위를 6위까지 올려놨지만 경기가 없는 날, 팀 훈련에서의 불성실한 태도는 유재학 감독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올스타브레이크가 끝나고 후반기가 진행중이던 1월 31일, 모비스는 찰스로드를 전격 퇴출하기에 이른다.

그를 대신해 모비스에 합류한 선수는 삼성-KCC를 거치면서 단신 빅맨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던 에릭 와이즈. 단신이지만 골밑 공간에서의 안정적인 스텝과 이타적인 플레이는 그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고 그는 유재학 감독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모비스에는 이미 네이트 밀러라는 단신 외국인 선수가 존재했기에 KBL 최초 단신-단신 외인 조합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존재한 채 2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2월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현재, 모비스는 더욱 더 강력한 전력을 뽐내며 이제는 중위권이 아닌 상위권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비록 모비스의 선전에는 이종현이라는 대형 신인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분명 에릭 와이즈의 공헌도 무시할 순 없다.

모비스 합류 후 5경기에서 평균 13점 6.2리바운드 2어시스트 2.2스틸로 공·수 양면에서 로드라는 이름을 서서히 지워나가고 있다. 특히 네이트 밀러와 함께 스틸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모비스 수비를 더욱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크게 의미가 없지만 만일 모비스가 로드를 계속 기용했다면 성적은 지금과 비슷했을지언정 팀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의 과감한 결정과 탁월한 선택은 모비스를 1위도 떨게 만드는 4위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랜드 제임스 켈리 OUT, 아이반 아스카 IN

전자랜드는 시즌 시작 전 챔피언결정전 진출 목표를 내세우면서 미완의 대기로 분류할만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켈리. 93년생으로서 2015~2016시즌까지 NCAA에서 뛰었을 만큼 그의 기량은 완성형이라기보다는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였다.

신장은 197.4cm로 장신 선수로 지명되었지만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정통센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선수였으며 순간적인 돌파 스피드와 미들레인지에서 펼치는 다양한 공격루트가 주무기인 선수였다. 시즌 전 내세웠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자랜드는 켈리를 앞세워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전자랜드에 위기가 찾아온 건 작년 12월 20일. 평균 23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던 제임스 켈리는 발목부상을 당하면서 한동안 팀을 떠났다. 그를 대신해 한시적으로 전자랜드에서 뛰기로 한 선수는 아이반 아스카였다. 194.3cm의 신장으로 켈리보다는 3cm정도 작지만 오히려 플레이스타일은 외곽보다 골밑에 치중하는 스타일로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을 위해 묵묵히 활약하는 전형적인 이타적 선수였다.

켈리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6승 4패로 선전하던 전자랜드는 약 한달 후 1월 21일 부상에서 회복해 코트 복귀를 준비하던 켈리와 일시 대체 선수로 와있던 아스카를 두고 장고를 거듭한 끝에 켈리를 퇴출시키고 아스카와 남은 시즌 함께 하기로 한다. 켈리 혼자서 하는 농구보다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선수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유도훈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그러나 유 감독의 결단 이후 전자랜드는 거짓말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스카가 시즌대체로 확정된 후 전자랜드는 1승 6패를 기록하면서 5위자리를 모비스에 내준 것은 물론 이제는 7위 LG, 8위 SK와 피말리는 6강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자랜드가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아스카는 일시대체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평균 15.88점 6.2리바운드) 문제는 아스카의 파트너인 빅터와 다른 국내선수들의 부진이다. 공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정영삼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8경기에서 자신의 평균 득점에 못미치는 6.75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영삼 외에도 빅터나 강상재, 정효근 등 전자랜드 국내외 선수 대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이 나란히 자신들의 평균 득점에 못미치는 득점을 최근에 기록하면서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인 농구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팀플레이에 더욱 강점을 보이는 아스카를 선택한 전자랜드로서는 그 시너지 효과가 오히려 반감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가슴 아플 것이며 득점력에 있어서만큼은 리그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던 켈리가 계속 생각날 것이다.

엇갈린 행보, 위기도 기회도 언제든지 찾아온다

유독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팀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비율이 큰 KBL에서 이 두 팀의 과감한 선택은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또한 팀 컬러도 비슷한 두 팀이고 교체한 선수들의 성향 역시 팀을 우선시 생각하는 이타적인 선수들이였기에 모비스와 전자랜드의 행보에 더욱 팬들은 주목했다.

현재까지만 보면 모비스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전자랜드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모비스로서는 주전들의 연령대가 타 팀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체력관리에 실패한다면 남은 5라운드와 6라운드에서 전자랜드와 같은 이유로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반대로 전자랜드의 경우에는 아스카의 기량은 꾸준하기 때문에 국내선수들만 반등에 성공한다면 LG, SK와의 6강싸움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즌이 끝난 후 이 두 팀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는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남은 5, 6라운드 프로농구를 보는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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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BL 모비스 전자랜드 에릭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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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부족하겠지만 노력해서 좋은 내용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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