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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공기처럼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을 마주할 때죠. 여성 구직자, 여성 노동자, 여성 청소년 등을 옭아매는 '고조선' 급의 낡은 편견을 진단합니다. [편집자말]
현대 사회는 놀라울 만큼 급속도로 변화해왔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여성 인권 또한 그렇다. 페미니즘 운동으로 사회에서 여성 인권은 이전에 비해 놀라운 신장을 거두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여성은 어떤가? 오십 년 전, 백 년 전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에 두드러질 만한 차이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여학생의 머리카락도, 옷도, 신발도, 얼굴도, 손도 교칙에 의해 묶인다. 물건을 뺏기고, 온갖 언어폭력이 쏟아져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신하고 얌전한 여학생다운' 사람이니까.

지난 2016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여성 청소년을 억압하는 서울시 소재 학교의 교칙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200여 건의 응답은 하나같이 학교보다는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해괴한 교칙들과 사례들을 담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여성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제재와 차별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교사의 황당 발언 "쇼트커트는 남자들이 안 좋아해"

 경기도 모 학교에서는 교사가 '숏컷'을 하고 온 여학생에게 '남자들이 안 좋아한다' 등의 황당 발언을 했다.
 경기도 모 학교에서는 교사가 '숏컷'을 하고 온 여학생에게 '남자들이 안 좋아한다' 등의 황당 발언을 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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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묶을 시 20cm, 풀 시 귀 밑10cm 이내 허용. 핀과 머리띠는 장식 없는 검은색. 고무줄은 색제한이 없으나 장식x. 뜯어져있을 시 벌점. 퍼머 머리, 칼머리, 젤 사용, 층이 진 머리 등 금지', '초반에는 긴머리는 묶을시 허락이었지만 갑자기 말을 바꾸어 정사이즈로 반강제적으로 자르게 함', '검정 스트레이트 헤어로 묶고 다닐 시에만 두발 길이 자유'.

설문 내용에서 발췌한 두발 규제 관련 실제 사례 세 건이다. 저 내용만 읽어도 알 수 있듯, 이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서 금한 두발 길이 규제가 버젓이 시행되고 있는 학교들이 아직 수두룩하다. 게다가 긴 머리는 묶어야만 하고, 펌과 염색도 금지. 학교는 아주 당연한 것처럼 여학생의 두발을 규제하고 스스로 자신의 머리 모양을 정할 권리를 박탈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의 모 학교에는 쇼트커트(숏컷)을 하고 온 여학생에게 '남자 같다', '그러면 남자들이 안 좋아한다', '여자답지 못하다' 등의 발언을 한 교사가 있었다. 실제로 이런 발언을 하는 교사는 해당 교사뿐만이 아닐 것이다. 단지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성별을 부정하고, 여성이 남성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한다. 여자답다는 말로 '여성이 갖추어야 할 모습들'을 규정하고 그 틀에 학생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도 한다.

복장 규제 또한 여전히 나아진 것 하나 없이 잔재한다. 치마 끝이 무릎 밑 몇 센티미터, 혹은 위 몇 센티미터에 오는지 재는 것은 빈번하고, 일정한 기간을 두고 복장을 대대적으로 검사하는 학교도 있었다. 한 학교는 여학생을 의자 위에 세워 놓고 교사가 자를 들고 치마 길이를 잰다. 이 행위는 학생들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은 채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심지어 남교사도 참여한다. 응답자는 이 행위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한다.

여학생이 무조건 교복 치마만 착용하도록 여학생의 바지 착용을 교칙으로 금지한 학교도 있다. 19세기도 아닌 21세기에, 학교 밖 여성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옷을 입는데, 학교만이 아직도 여성에게 바지를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학교 안의 여성들은 스타킹의 색깔마저도 하나하나 통제당한다. 이상한 점은, 스타킹 색에 관한 규제가 학교마다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학교는 검은색만을, 어떤 학교는 살색만을 신게 한다. 그러나 이유는 같다. '야해 보이기 때문'이다. 스타킹 색마저도 성적 대상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응답자 A의 학교에서는 카디건을 허리에 묶는 것을 금지하는 교칙이 있었다. 허리 라인이 드러나서 선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근거라면 근거였다. 이 교칙은 여학생에게만 해당되었고, 당연하게도 여학생의 반발을 샀다. 그러자 학교가 취한 조치는 교칙을 없애는 것이 아닌 남학생에게도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머리부터 발톱까지... 그것도 모자라 속옷도 통제

색색의 브래지어들 기자에게 브래지어는 ‘답답한 속옷’이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여름에는 땀까지 차는, 아주 불편한 속옷.
 여성 청소년의 속옷까지 통제하는 학교. 변화하지 않는 교칙으로 학교 안 청소년들은 억압받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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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여학생의 속옷에 관해서도 교칙을 만들어 규제한다. '흰색속옷, 티셔츠, 나시만 허용', '작년까지는 셔츠 속에 나시 입는 것 금지, 현재는 무채색이고 프린팅 없는 티만 가능하고 꼭 입어야함. 브라만 차고 셔츠 입어도 벌점'. '브라 등 속옷 입지 않으면 벌점'.

이상한 것은, 이런 교칙이 있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남학생에 관한 속옷 규제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여학생만이 더운 여름에도 티셔츠(심지어 프린팅도 색도 없는), 나시, 브래지어를 껴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러한 교칙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물으면 '성범죄 유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성범죄의 잘못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편, 응답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규제는 화장품에 관한 것이었다. 눈부터 시작해서 피부, 입술, 손톱, 발톱. 거의 모든 응답자들의 학교에서 여학생의 몸 전체를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었다. 걸리면 벌점, 그리고 교육이라는 명목의 강탈(압수).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명백한 절도가 아주 당당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화장을 강제로 지우게 시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검열한다. 학교가 아니라 수용소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불복하는 학생에게 언어폭력을 일삼는 교사들도 흔하다. 조사 응답자 B는 입술에 붉은 색의 색조 화장품을 발랐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빨간 입술은 선정적이다'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빨간 입술이 선정적인가? 교사가 '빨간 입술을 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언어폭력 또한 폭넓고 다양하게 일어나서 다 정리할 수조차 없다. 치마가 짧은 학생에게는 '술집 나가냐?'고 물으며 학생과 성노동자 여성을 동시에 비하하고, '속옷 다 보인다'며 대놓고 성희롱을 일삼기도 한다. '여자애들이 정숙해야지, 조신해야지' 하며 온갖 틀을 다 만들어 놓고 트집을 잡는 건 기본. 활달한 학생에게는 '여자애가 그렇게 뛰어다녀서 쓰겠냐'고 빈정대고 수업 시간에는 '여자가 성공하는 건 남자를 얼마나 잘 만나느냐에 달렸다' 따위 말들을 한다. 정말, 그야말로 고조선이 따로 없다.

학교는 이처럼 아주 당연하게, 청소년을 보호 또는 교육한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결정할 권리를 앗아간다. 이러한 학교에서 여성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몸이 통제당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학생의 모습, 학생의 표본을 교사의 권력과 폭력적인 언어로 규정하는 이상하고 작은 낡고 폐쇄적인 사회, 이런 작은 사회 안에 밀어넣어지는 여성들. 그들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외칠 수 있게끔 더 많은 여성청소년인권에 관한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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