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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권력의 최상위에 서 있던 이가 한순간 고꾸라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대통령은 현재 권한정지를 당했고,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 등 '박근혜의 사람들'은 특검에게 조사를 받는 중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한가보다. 검찰조사를 받으러 나온 최순실은 언론을 향해 "억울하다"며,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어쩌다 민주주의를 농락한 자 입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나왔을까.

아마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 나라는 '(남들은 어찌될지 알 것 없고 일단) 내 꿈만은 이루어지는 나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가 모든 능력을 잃고 추궁당하는 입장에 처했으니 억울하다고 느낄 만하다.

그러나 '절대 권력이란 없다'는 명제를 증명한 중국 역사 속 인물이 있다. 멀쩡하게 천하를 주무르던 황제도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하는 혼란기였던 5대 10국에 큰 어려움 없이 고위관직을 지낸 풍도(馮道)다.

최근 최순실이 특검에게 들었다던, '3족이 멸하는' 일은 5대 10국 당시에는 비일비재했다. 수많은 권력자가 비정한 칼끝 위에 스러져 갈 때도 풍도만은 안정과 평화를 누려 스스로 '길게 즐거움을 누린다'는 의미의 장락(長樂) 선생이라 이름을 붙였다 한다.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표지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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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대기를 담은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은 어리석고 포악한 리더를 다루는 법부터, 정도를 지키는 방법, 비참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지켜내는 지혜 등을 말한다.

책 속의 풍도는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참모로서의 역할'이다. 그는 30여 년 동안 열한 명의 황제를 보좌한 바 있다.

그가 모신 어떤 황제는 글자 하나 모르는 무식한 자였고, 또 다른 황제는 아랫사람을 수시로 처치했다. 다양한 상사를 모셨던 풍도는 상사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설득하는 법을 알았다.

한번은 약탈과 살상을 취미처럼 즐기는 황제 야율덕광이 풍도에게 물었다.
"천하 백성은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
풍도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부처도 구할 수 없고 오직 황제만 구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야율덕광의 허영심을 극도로 만족시켰고,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은 선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_ <참모의 진심> 166p 중에서

명예욕이 많은 그의 성향에 따라 '부처와 같은 권능을 지닌 이가 바로 당신'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풍도의 말을 들은 야율덕광은 그 즉시 중원의 약탈과 살상을 금지시켰다. 반면 욕심만 많고 어리석은 리더인 이종가를 보좌할 때 풍도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담담히 자신이 할 일에만 집중하는 처신의 지혜를 보였다.

이종가가 스스로의 재능을 믿고 등극하자마자 내부를 숙청했으나, 풍도만은 동주로 쫓아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던 이유다. 이처럼 풍도는 자신이 모시는 황제 각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처신을 달리했다. 그렇기에 황제가 교체될 때마다 그 아래 신하들도 모두 능지처참당하는 5대 10국의 대 혼란기에도 풍도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의 처신'이다. 무소불위 권력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정도'를 모르고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화를 자초한다는 점이다.

'그는 순수한 선의로 할 뿐 부당한 이익을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풍도가 보기에 이 보잘 것 없던 '자그마한 선'은 벽돌 하나하나를 쌓는 것처럼 소리 소문없이 풍도의 위상을 높이는 계단이 되었다.' - <참모의 진심> 34p

'풍도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언제 사람들과 마찰을 겪을지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찰이 일어났을 때 사태를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양보해 잘 지낼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일종의 학문이다.' - <참모의 진심> 81p

결국 이러한 태도가 풍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계속 다음 리더의 부름을 받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풍도는 평생토록 이 태도를 견지해 30여 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열한 명의 황제를 보좌하며 천하를 누빌 수 있었다.

'박근혜와 그의 사람들'이 무너진 이유는 풍도가 행한 '참모로서의 역할'과 '개인으로서의 처신' 둘 다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기춘을 비롯한 박근혜의 사람들은 어리석은 리더의 성향을 파악해 그를 옳은 쪽으로 끌고 갈 묘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권력이라는 불꽃 앞에 선 불나방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꾸만 그 불꽃 안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달고 있던 날개는 모두 타버렸고, 남은 것은 바닥으로 떨어진 재뿐이다. 지금쯤 그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후회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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